| [ donggukUniv ] in KIDS 글 쓴 이(By): nagnea (나 그 네) 날 짜 (Date): 1997년11월11일(화) 00시37분53초 ROK 제 목(Title): 국민신당 이만섭 총재님께[퍼온글] 만일 경선에 불복해 나선 이인제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한다면 세상은 도대체 어찌되나. 그때 빚어질 가치관의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무엇보다 배우는 애들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요즘 지식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단골로 나오는 얘기입니다. 다른 후보들의 흠도 여럿 있는데 왜 하필 이 후보의 경선불복만 들추어 말하느냐, 그동안 여러차례 해명한 일이 아니냐고 억울해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다른 흠들은 논리나 상황, 또는 정도의 문제이지만 이는 민주주의 원칙의 파괴라는 파계요, 원죄의 문제입니다.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모호한 해명으로 수그러들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이 후보의 지지율이 높을수록,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더욱 현실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총재님. 이런 세간의 분위기도 전해드리고 싶고 또 총재님의 `선택'에 이해할 수 없는 점도 있고 해서 펜을 들었습니다. 지난 3일 국민신당에 입당한 데 이어 4일 전당대회에서 총재가 되셨더군요. 그러나 그동안 신한국당에서 해오신 활동에 비춰볼 때 이는 너무 의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축하한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습니다. 우선은 어리둥절합니다. 지난달 28일 신한국당을 탈당하실 때 “당이 유례없는 파국에 직면해 있는 데 대해 당의 원로로서 책임을 지고 국민에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탈당한다고 당에 대한 충정을 밝히셨습니다. 그러나 그런 명분은 1주일도 못돼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당의 파국을 초래한 한 당사자쪽의 선봉에 서신 때문입니다. 또 총재님의 탈당은 탈당도미노의 신호탄으로도 받아들여졌습니다. 이런 일들에서 물씬 풍기는 공작적 냄새로 뒷맛이 개운치 않습니다. 총재님은 이런 정치게임에 휘말려서는 안되는 자리에 계셨습니다. 총재님은 지난 7월 신한국당 경선 때 당 대표로서 경선을 관리하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경선을 관리하면서 후보들에게 16차례나 승복을 서약하도록 하지 않았습니까. 선거결과가 존중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패배를 받아들이는 데서부터 시작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선거결과를 폭력적으로 뒤집는 것은 민주주의와 배치됩니다. 그래서 자제심을 잃은 자유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라고 했습니다. 경선 관리자는 어찌 보면 이런 민주주의 원칙을 담보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총재님은 지금 경선 당선자의 지지율 하락을 이유로 약속을 뒤집고 탈당해 독자출마의 길로 나선 쪽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선거결과를 지켜내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탈락자에게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비치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임무의 포기이고 자기부정이며 원죄의 굴레를 뒤집어 쓰는 일입니다. 지난 1주일 동안 김영삼 대통령의 신당지원설로 곤혹스러우셨을 것입니다. 총재님은 `중상모략'이라고 분개하고 “현철씨 인맥이 있다면 출당조처하겠다”고 했습니다. `와이에스 지원'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왜 문제가 되는 것입니까. 그의 인기가 낮아 치명적인 악재가 되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대통령의 대선공정관리 차원의 문제인가요. 그것으로도 부족합니다. 한 당의 명예총재로서 경선에 불복하고 딴 가마를 건 쪽을 지원해 이중플레이를 한다는 비도덕성이 문제인 것입니다. 이 점에서는 총재님 자신부터 문제가 돼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총재로 나서신 일도, 지원설에 쌍심지를 돋우시는 일도 원죄를 더욱 부각하는 일이 되고 있을 뿐입니다. 경선승복은 민주주의의 기본이요, 전통입니다. 총재님의 당이 청산대상이라고 질타하는 세 김씨마저도 이것만은 지켜왔습니다. 이것이 민주정치의 결정적인 기준이기에 조순 총재는 끝내 “명분이 없다”며 이인제 카드 선택을 포기했습니다. 총재님의 선택은 이와도 대비됩니다. 총재님은 그간 원칙과 지성과 용기의 정치인으로 통해왔습니다. 국회의장 때 정권이 요구한 날치기 통과를 끝까지 거부한 일은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이번에는 그런 총명이 별로 발휘되지 못한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정권 재창출 구호에 매몰되신 건 아닙니까. 민주주의 원칙 없이 정권만 잡아서 무엇합니까. 지난 5년의 실패를 똑똑히 보시지 않았습니까. 지금 많은 사람들이 총재님의 당에 묻고 있습니다. 귀당의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다른 후보가 불복하면 어찌하는가, 낙선했을 때 승복하는가, 지지율 1위가 아닌데 왜 사퇴하지 않는가, 2위에서 3위로 처지면 사퇴하는가 등등. 이런 건 그럭저럭 넘긴다고 칩시다. 그러나 정말 답변하기 난처하실 질문이 있습니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하는 것입니다. 총재님한테 고통을 드리자고 하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 사람들이 너무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 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