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donggukUniv ] in KIDS 글 쓴 이(By): nagnea (나 그 네) 날 짜 (Date): 1997년10월21일(화) 09시01분37초 ROK 제 목(Title): [퍼온글-한겨레]정치와 돈의 공생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의 비자금 축적설을 제기한 신한국당쪽의 의도가 별로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대중 총재를, 천문학적 숫자의 돈을 거둬들여 멋대로 뿌리고 일부는 은닉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같은 반열에 끼워넣으려는 그쪽의 의도는 현재로서는 자충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진흙탕식 폭로전이 시작된 이후 언론기관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대중 총재의 1위 체제는 변화를 보이지 않는 반면, 이회창 신한국당 총재 지지율은 답보나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회창 총재의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는다고 해서 신한국당의 무차별 공세가 계산착오라고 판정을 내릴 수는 없다. 이 총재 직계를 제외한 당내 다수 세력들 처지에서 본다면 `김대중 때리기'는 상당한 전략적 성공을 거둔 셈이다. `김대중 대세론' 확산 추세에 일단 제동을 걸었고, 김 총재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짙었던 지역에서 김 총재를 새롭게 보려는 흐름을 막는데 일정한 효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의 폭로전 자료준비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의원은 “솔직히 말해 이 총재의 지지율 상승 여부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는 말로 당내의 이런 분위기를 전했다. 이 총재가 폭로전을 계기로 다시 뜨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도 `반김대중 정서'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주자를 바꿔 정권을 내놓지 않겠다는 속셈이 그대로 드러나는 말이다. 김대중 때리기가 외형상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총재가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될 수 있다. 씀씀이를 따진다면 여당이 훨씬 심했을 텐데 하는 형평성 문제, 정보조직을 비롯한 유관기관의 개입이 없었더라면 기초자료의 수집조차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정치사찰·공작 문제, 대선을 2개월 앞두고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매도하는 방식으로 느닷없이 돈문제를 들고나온 시기의 적절성 문제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다 정치인의 돈문제에 대한 일반국민의 달관(?) 또는 체념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 봄 이후 대선 출마를 노리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의 하나는 “아니 그 사람 돈이 있나?”라는 것이었다. 그 사람의 정책, 됨됨이, 삶의 역정보다는 오히려 자금조달 능력에 더 관심을 보이는 이런 행태에는 `정치를 하려면 돈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세간의 상식이 투영돼 있다. 실제로 현실정치에서 지도자로 나서려면 조상을 잘 만나거나 튼튼한 돈줄이 있어야 한다. 물론 현실정치에서 지도자가 되는 조건은 돈만은 아니다.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엷어진 상황에서 대중 정서를 읽는 마음이나 시대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판단력, 주위에 사람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나 친화력, 우리 사회의 고질인 3연(지연 혈연 학연) 등을 두루 갖추면 좋다. 하지만 이런 자질들은 돈이라는 도약대가 없으면 제대로 빛을 보기가 쉽지 않은 것이 우리의 정치풍토다. 신한국당에는 이른바 중진들이 다수 있지만 이를 구분하는 현실적 기준은 돈 조달능력이다. 명절 때나 선거철에 뭉칫돈을 나눠줄 능력이 없다면 그 밑에 정치 신인들이 모일 리가 없고 계보 형성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 신인으로 모 정당의 후보로 급작스럽게 추대된 한 인사는 그 당의 축제라 할 전당대회가 끝난 뒤 대의원들의 집단적인 성토대상이 되기도 했다. 전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대의원들에게 거마비를 돌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밤에 술이나 한잔하라는 회식비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의 폭로전이 갖는 문제제기의 당파성, 치졸성, 편파성은 당연히 지탄받아야 하고 `판깨기' 의도에 대해서는 충분한 경계가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라는 문제는 여야를 불문하고 진지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된다. “여당이 받으면 뇌물이고 야당이 받으면 독립군 군자금이냐”는 여당쪽 항변을 무조건 배척해서도 곤란하다. 현 시점에서 신한국당의 일방적 주장이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되는지는 알 방도가 없다. 신한국당은 가공된 일부 문건을 내놓기는 했지만 정보의 출처나 증빙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제삼자가 판단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다 정파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있어 모든 사람이 납득하는 현실적 해결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정치에 돈은 필요악이라는 일반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고비용 정치구조의 청산'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돈문제를 과거 관행으로 돌리지 말고, 정략적 발상에서 벗어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우리 정치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