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yberPunk ] in KIDS 글 쓴 이(By): cara (someDay) 날 짜 (Date): 2001년 11월 2일 금요일 오후 09시 28분 55초 제 목(Title): 꼬냑 에티켓.. 술잔은 아침 이슬에 막 피어나려는 장미 꽃송이 모양이어야 한다. 마음을 가다듬고 숨을 멈춘뒤, 천천히 조심스럽게 술을 따른다. 아쉬움을 남기며 술잔의 3분의 1정도만 채운다. 잔을 손바닥 위에 사뿐히 얹어 놓고, 다른 한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주어 따스한 체온이 술 을 덥히도록 한다. 원을 그리며 잔을 흔들며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오고, 잔을 가까이 대고 깊은 숨을 들이쉬면 갓 피어난 장미꽃보다 더 진한 술의 향기가 그대를 취하게 한다. 그러나 아직 마셔서는 안된다. 다시 잔을 보듬고 이 아름다운 술의 향기에 대해 다른 이들과 나직이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9세기 유럽의 어떤 코냑 애호가가 코냑에 대한 에티켓을 적어 놓은 것이다. 서양의 속담 에 '향수는 여성의 성격을 표현하고, 술은 남성의 취향을 상징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인지 서양의 남성들은 술을 통해 자존심, 지위, 일류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노력한다고 하는데,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술이 코냑이다. 브랜디의 제왕 이라는 코냑이 품위와 격조를 나타내는 데 가장 적합한 술이기 때문이다. 또는 위스키, 보드카, 진, 럼 등 다른 술과 달리 프랑스 남서부의 코냑 지방에서만 만들어지는 희귀성에도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꼬냑이 처음 애주가들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것은 17세기경이었다. 당시 프랑스는 많은 양의 식탁용 포도주 (table wine)를 영국으로 수출하였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포도를 재배해 온 코냑 지방의 와인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는 석회질이 많은 독특한 토양 때문에 맛이 시고 달지 않아 다른 지역의 포도로 만든 와인에 비해 인기 가 없었다. 물건부피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당시의 과세 제도 역시 코냑 지방 사람들 에게는 큰 부담 거리다. 코냑의 증류는 16세기에 개발된 구리 증류기로 이 지방 특산 포도주를 두번 증류함 으로써 시작된다. 12시간 가량 걸리는 1차 증류에서 브뤼에(Brouillis)라고 불리는 알콜 도수 20-30 도의액체가 얻어진다. 이 액체를 다시 12시간 동안 증류하여 오드비(Eau-de-vie: 생명의 물 이라는 뜻)라는 브랜디 원액을 추출해 내는데, 이 오드비는 1차 증류에서 얻은 브뤼에 양의 30%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오드비 1리터를 얻기 위해서는 평균 9리터의 포도주를 증류해야 한다. 코냑 제조의 마지막 단계는 품질과 숙성 기간이 다른 오드비들을 잘 조화시켜 블렌딩하는 작업이다. 오 드비들의 결합체는 쿠프(Coupe)라고 하는데, 이 쿠프들을 무수히 결합시켜 마침내 한병의 훌륭한 코냑이 탄생된다. 코냑 지방 사람들은 이 과정을 '마리아쥬(Mariage:결혼)'라고 한 다. 코냑의 마리아쥬를 전문으로 맡아 하는 사람을 '메트르 드 쉐(Maitre de chais)라고 한다. 이들의 비법에 의해 코냑의 질과 향이 달라지므로 메트르 드 쉐는 가문을 이루어 철저한 베일에 싸인 채 마리아쥬 기법을 전수하고 있다. 예를 들어 1765년에 설립되어 현재 코냑 지방의 포도주 밭을 70% 정도 점유하고 있는 헤네시 사의 경우 2백년간을 휘유 가문에서 마리아쥬를 맡아 왔다. 마리아쥬를 마친 상태에서는 색이 전혀 없다. 코냑의 호박색은 이 지방의 숲에서만 자라는 나무인 리무진 오크(Limousin Oak)로 만든 통에서 숙성되는 동안에 우러나온 색깔이다. 오 크 통에서의 숙성은 코냑 제조의 마무리 단계이다. 오크 통에서는 색깔의 변화뿐 아니라 통의 기공을 통해 점차 산화되어 코냑 특유의 향과 맛을 발전시키며, 알코올 도수도 소비자가 즐길 수 있을 만큼 낮아진다. 이 세상 모든 술자리에는 음악이 있다. 특히 코냑은 음악 없이 제 맛을 안다는 것이 불가능 할 정도라고 한다. 코냑은 우선 마시는 술이 아니라 즐기는 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냑 은 제품마다 어울리는 음악이 한두 곡씩은 있다. 예를 들어 헤네시사의 V.S.코냑은 조지 거쉰이나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콘체르토가 좋다. 엄숙하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들 음악이 술의 특성과도 부합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심오한 맛을 지닌 X.O.제품은 바하의 첼로 소나타처럼 중후한 악기의 연주가 제격이다. 이처럼 코냑의 특성에 맞는 음악을 알아두는 것도 주류의 명품에 대한 예의라고 서양인들은 말한다. * 참고 * 헤네시사의 코냑 제품들 상표에는 코냑의 특성을 나타내는 약어 E(Especially), F(Fine), O(Old), P(Pale), S(Superior) V(Very), X(Extra)등이 표시되어 있다. V.S.O.P.라 는 약어가 붙은 것은 '색깔이 없고 오래된 매우 특별한 코냑' (very superior old pale)이라는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