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ing ] in KIDS 글 쓴 이(By): chang (장상현) 날 짜 (Date): 1998년03월26일(목) 01시03분34초 ROK 제 목(Title): 큰댁의 음식 각나라 요리문화 얘기도 나오고 양념얘기도 나오고하니까, 서울 토박이인 큰댁의 음식이 생각나는군요. 이제는 할머니 큰어머니 두분다 이세상 분들이 아니시라, 정통적인 서울 서민음식을 구경할 기회가 사라졌지만... 사실 지금 한식에 불만이라면 남쪽음식이 완전히 식당식단을 지배하면서 전체적으로 매워졌다는 것이죠. 서울 토박이들의 음식의 특징이라면, 양념을 최소한 사용한다. 고추가루는 될 수 있으면 안쓴다. 요리할때 기름을 전부 뺀다.. 뭐 이런 것들을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음식이 정갈하고 싱겁습니다. 어려서 큰댁에 놀러갔는데, 점심에 큰어머니께서 라면을 끌여주신 적이 있었죠. 한입 먹고 '윽~ 이게 뭐야?' 그랬는데. 큰댁식 라면은. 먼저 멸치국물을 끓이고. 맹물에 라면 국수만 너어서 끓인후 국수를 건져 물로 깨끗이 기름기를 헹구어 낸후. 멸치 국물에 담아서 먹는 거였죠. 큰댁 음식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국은 멸치 국물에 다른 조미료를 하나도 안넣고, 소금약간으로 간을 하는 경우와 맑은 장국, 고기와 야채만으로 (무를 넣던가 나물이나 토란을 넣던가) 국물을 내고 기름기를 싹 걷어 낸 국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보통이고요. 김치는 고추가루대신 실고추를 넣고 젖갈을 넣지 않은 물김치와 나박김치를 주로 먹었죠. 이건 차게 해서 먹으면 동치미와는 다른 맛이 납니다. 누름적, 파전하고 비슷한데, 통파 당근 고기 등을 납작하게 썰어서 파전 비슷하게 부칩니다. 소금 약간만 넣고 양념을 하지 않았다가. 간장에 찍어 먹죠. 섭산적, 다진 살코기를 눌러 만든 음식으로 고기를 네모낳고 납작하게 칼로 두즈려서 참기름과 깨소금 간장 이런것으로 살짝 양념하고 석쇠에 구워먹는 음식인데요. 역시 나중에 간장에 찍어 먹기도 합니다. 나물무침, 나물은 계절마다 꼭 밥상에 올라가는 음식이죠, 각종 나물이 올라오는데 도대체 뭐뭐가 올라오는지 기억이 안나요. 어떤 분들은 각종 나물들이 식단에 올라온것이 조선민중이 굶고 살다가 초근목피하는 버릇이 남아서 그렇다고 뭐라고들 하시던데, 나물 빠지면 밥상이 안될정도로 중요한 음식중의 하나죠. 고사리, 씀바귀, 고구마순, 시금치, 깻잎.... 기타 등등. 묵, 도토리 묵이나 메밀 묵 아무맛도 없는 것 같은것이 파, 간장 미역 이런거로 양념해서 같이 먹으면 맛있죠. 국수, 아까 말한 맑은 장국에 계란 고명 띄우고 삶은 국수 담아 먹으면 아무맛도 없이 심심한게 묘한데요.. 이 국수 맛을 들이려면 정말 많이 먹어 봐야해요. 워낙 국물이 맑은데 국수까지 넣어놓았으니까. 다른 지역에서 오신분들은 서울토박이 집에서 식사를 하시면 음식이 어떻게 모두 싱겁냐 (김치까지 포함해서) 그러시는데, 세계음식이 각양각색이듯이 한국 음식도 다 지역색이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제 할머니나 큰어머니 같이 가정집의 토박이 음식을 하실 줄 아는 분들이 돌아가시고, 전체적으로 외식이 늘어나니까 이런 음식 먹을 기회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죠. 어머니는 서울토박이가 아니시라서 음식이 많이 다르죠. 물론 어머니도 큰댁 영향으로 상당히 싱겁고 담백한 음식을 만드시지만 큰댁과는 비교가 안된다고나 할까요. 식당의 음식의 매움과 기름기를 10점으로 생각하면 어머니의 음식은 5-6점 정도 큰댁은 둘다 1점. 장상현 e-mail : schang@phys.ufl.edu http://phyp.snu.ac.kr/~schang (korea) http://www.phys.ufl.edu/~schang (US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