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oKing ] in KIDS 글 쓴 이(By): Raptor (오공) 날 짜 (Date): 1998년03월24일(화) 20시00분39초 ROK 제 목(Title): Re: 다른 나라 음식문화 저는 요리문화의 우열을 충분히 가릴 수 있다고 봅니다. 원래 문명이 발달한 지역일수록 요리문화도 다른데 보다 발달하기 마련이죠. 또 먹을것이 풍부하고 다양한 지역이 다른곳 보다 요리문화가 발달하기 마련이고. 예를 들어 육지로 둘러 싸인 지역은 해산물을 원천적으로 구할 수 없거나 참맛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 하겠죠. 우리나라의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인것은 정말 하늘이 내린 축복입니다. 중국 베이징만 해도 상해와 달리 해물요리가 그렇게 발달해 있지 못하다고 하고 멀리 더 들어가 시안같이 덥고 메마른데는 더더욱 그렇다고 합니다 (베이징, 시안에서 먹어보고 하는 말임). 몽고의 유목민이나 알래스카의 에스키모를 제외하더라도 이러한 지리적, 환경적, 문화적 요인은 요리문화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봅니다. 이태리 요리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요새는 지중해식이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이 추켜세우는 방식 입니다 (물론 유일한것은 아니고). 이태리는 우리나라와 같이 삼면이 바다로 둘러 싸여 있고 먹는것도 비슷한게 많습니다. 특히 조개, 홍합, 문어, 오징어등 수산물과 고추, 마늘, 가지등 양념/야채등을 세계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만큼 좋아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없거나 무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밑으로 내려가도 천대받는것 같습 니다 (유태 식이법 같이 - 비늘없는 어쩌고). 앵글로 색슨 계열이나 게르만 계열이나 아직도 이것들이 너무나 생소합니다 - 그래서 미국애들 은 홍합, 오징어 하면 *우-엑* 하고 생선도 (옷입혀 튀긴것 빼고) 그렇게 싫어하게 된거지요 아마. 불과 몇십년전만 해도 영국등지에서 올리브유 조차도 구하기 무쟈게 힘들었다고도 합니다. 일주일 방값과 맞먹었다고 합니다. 다른것들도 짐작이 가죠. 점점 세계는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죠. 음식문화도 다른 문화와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볼때 위대한 문명이 있는곳에 위대한 요리가 있습니다. 이태리식은 고대 지중해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일찌기 발달했습 니다. 처음 정착한것으로 알려진 에트루리아인들은 벌써 상당한 문화 수준을 갖추고 있었으며 농업도 크게 발달해 있었습니다. 그후 로마인, 시리아 등지의 페니키아인과 사라센인, 북쪽의 야만 고트인, 노르만인, 프랑스인, 스페인인, 오스트리아인들의 침입등으로 인한 영향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스등은 일찌기 쇠퇴했고 (아직도 먹을게 많지요 - 수블라키) 로마제국은 찬란했고 (아직도 요리책들이 남아있음). 현대 이태리 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것은 역시 르네상스 - 이태리에서 시작했죠. 그 이후로 지역적으로 국한되있던 음식, 요리방법이 널리 전파되기에 이르렀고 중산층이 형성되어 rich kitchen과 poor kitchen의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었고 *양보다는 질*이라는 인식도 서민층에게까지 퍼뜨 렸습니다 (중국 연변에선 아직도 *질보다는 양*이더군요 - 이해는 가지요). *apathy*님은 *잘 팔리는 대중소설이 명작이 아니다*라고 생각하지 않느다 고 하셨는데 전 이태리, 프랑스식이 *대중소설* 보다는 *고전* 이라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고전이 뭡니까? 오래 지속되는 관심, 가치, 스타일 같은 것들이 아닙니까? 받아들이기 싫어도 프랑스 요리-요리 기술은 유럽 모든 요리에 교과서 같은 존재가 되고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이태리 빼고)(전 프랑스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14세기에 샤를 5세의 요리사 Taillevent가 체계적으로 레시피를 정리해서 Le Viandier (1375)라는 요리고전도 냈고. 1533년에 앙리 2세가 이태리 메디치가에서 신부를 맞이함으로 해서 이태리 르네상스가 프랑스 에 퍼지게된 계기가 됐다고 하는데 물론 요리사도 데려오고 포크도 소개 했는데 앙리등 프랑스인들은 포크사용을 거부했다고 하고 (손으로 집어 먹었답니다) . . . 전국적으로 프랑스식이 고급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그후 로도 이 방면에 훈장도 마련하고 해서 17세기에 와서 프랑스 고유의 음식이 정립됐다고 합니다.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때에 처음으로 *레스토랑*이란것이 생겨났데는데 200가지 코스와 50가지 디저트를 갖췄다고. 귀족들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요리문화는 더욱 개발 되고 값싼 출판물들이 대중에게도 흘러들어가 시너지를 이룰까하다가 프랑스 혁명이후 소위 궁중요리, 귀족요리등은 쇠락의 길로 접어들고 대중을 상대로 하는 *레스토랑* 이 여기 저기 생겨나고 파퓰러한 방향 으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고도로 발달한 문화와 귀족층의 관심과 요리책 도 많이 쓴 선구자적인 요리사들의 조화가 돋보입니다. 고로 주변국가와 는 많이 다른 문화적 요소를 엿볼 수 있고 이렇게 고도로 발달한 요리 문화가 일찌기 유럽에는 없었으며 당시에는 국경넘어 전파되는것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국제요리문화에 있어 프랑스식은 두가지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고 합니다: 첫째, 요리 테크닉을 마스터하고 표준화 시켜 요리 전수가 정확하게 이루 어질 수 있도록 기술의 vocabulary를 확립했다고 하고; 둘째, 요리 방식과 재료를 체계적으로 분류하는데에 큰 공헌을 한것 입니다. 즉 테크닉과 레시피의 코드화를 이루어 다른 요리사들이 배우고 비교해 볼 수 있는 기록 내지는 표준을 만들어 낸것이죠. 서양에서 쓰이는 쿠킹 용어, 주방 용구 이름등이 이 노력의 산물입니다. 요리 자체보다는 요리 방식이고 (예로 소스 만드는 방식, 칼질하는 방식, 생선 다듬는 방식, 하다 못해 오믈렛 만드는 방식) 이에 따른 기본을 마스터하면 어느 재료를 써서도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마스터-셰프가 되는 것입니다. 그 아성은 아직도 확고하고 영향을 미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서양요리를 한다면 프랑스 요리를 이해못해서야 쪽팔리지 않겠느냐라는 태도가 나올법합니다. 독일의 문화 역사는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 18세기에 들어와서야 꽃피기 시작했고, 유럽제국중 통일도 가장 늦게됐고 여러가지로 주변국가 에 비해 많이 뒤쳐졌던 바바리안의 후손들이었다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으~ 돌날라 온다) (하지만 독일 철학의 권위자신 큰아버님도 비슷한 견해 -- 내가 이해 한바로). 중국음식은 체계화가 미흡해서 그렇지 프랑스식 보다 월등하다고 봅니다 (*음식남녀* 보고 감탄했지요). 하지만 저는 *이태리 프랑스 한국 이런데가 막상 막하다*라고 단지 서너군데를 비교 한것은 아니고 처음 포스트한 *외국인들이 한국음식을 먹고 하는 비판*에 대한 반론을 쓴것 뿐입니다. 단지 그나마 잘 아는 경우를 예로 들어 봤는데 동남아, 인도 등을 잘 몰라 놔뒀죠. 태국음식은 세계적으로 한식 보다 유명합니다. 먹을것도 풍성하고 (쌀, 국수, 해산물, 등등). 작년에 태국사람집에 정식으로 초대받아 거하게 먹은적 있습니다 (발효시킨 생선 소스와 실란트로가 메스꺼웠지만). 역시 대단한것 같더군요. 인도식은 즐기긴 하는데 별로 다양하게 먹어보질 못했습니다. 파키스탄-중동-터키 까진 비슷한 음식이 많은것 같더군요 (시시케밥, 난). 역시 문명의 발달과 식음문화의 발달은 불가분의 관계인것 같습니다. 또 구할수 있는 재료로 인해 식문화가 발전하는것, 외부로부터 이식해오는 식물들로 인해 식문화 가 바뀌는것등 재밌는 요소도 많지요. *apathy*님은 미국음식문화에 국적불명요리가 많고 이런 저런 이유로 좋다고 하셨는데 전 체질적으로 이러한 스타일을 혐오합니다. 미국인들이 먹는 햄버거 콜라 켄터키는 *독약*이라고 생각하며 *미국화* 시킨 내셔날 퀴진은 second best 또는 raping 이라고 까지 생각하고 TGIF나 베니건즈 등에서 나오는 음식중 제대로 된것 하나 없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래도 가는 이유는 predictibility, 편의, 딴데 갈데 없어서 정도이죠. 하지만 미국이 잘하는게 있다면 세계 어느나라중 가장 다양한 음식을 접하고 현지 직송한 물건들을 슈퍼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죠. 특히 뉴욕같은데는 국제적으로 외식 하기에 제일 좋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도 *정통 스타일*이니까 그렇지 미국식 터치가 들어가면 망가진다고 봅니다 - 적어도 음식 자체만으로는. 또 미국인들은 이러한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먹을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정말 먹을줄 모르죠 - 미국식 짬뽕식이 아니면. 제가 보기엔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아주 드뭅니다. 슈퍼에서 물건 사가는 것을 볼때마다 한심하고 측은한 생각이 듭니다. 형편없는 인스턴트/패스트 푸드/정크 푸드 문화를 수출한다고 생각하면 열까지 오르지요. 이크, 정말 횡설수설했네. 원래 빈수레가 요란한 법입니다. 양해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