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ooKing ] in KIDS 글 쓴 이(By): greenie (푸르니 ) 날 짜 (Date): 1999년 7월 11일 일요일 오후 06시 26분 11초 제 목(Title): 요리와 환경 전에 혼자 살던 방 셋짜리 집... 뒷마당엔 토끼랑 꿩이 찾아오고, 부엌엔 찬장 문만 서른 개였다. 서랍 빼고. 앞사람이 중간에 나가버렸다며 계약기간 끝날 때가지 헐값에 살게 한 주인 덕분에 넉달을 살았었다. 돌아보니 꽤 부지런하게 해먹은 것 같다. 피자 구워서 벽난로 앞에서 노을 보면서 먹기도 하고... 하지만 5월이 가고, 난 기숙사로 들어왔다. 그 집 부엌보다 좁은 방으로. 내 다리보다 짧은(-_-) 냉장고... 먹고 싶은 걸 미리 사놓는 건 헛된 꿈이란 걸 깨닫기 시작했고, 같이 쓰는 부엌이라 맘편하게 해먹기도 쉽진 않아서 한정된 메뉴 돌려가며 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가능하면 간편하게 해먹는 걸로. 양파를 마지막으로 두두두~ 썰어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 4월 말이었나... * * * 요즘 몸보신에 열중이다. 결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스테미너가 요구되는 날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삼계탕도 먹고, 운동도 하고... 게다가 어제 빌려온 신라호텔 주방장들의 요리책이 잠자던 요리욕(?)을 꿈틀거리게 한 거였다. :) 요리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에서 부지런히 해먹기 위해선 모종의 자극이 필요하다. 심리적 환경이 조성되어야 불편함을 딛고 몸을 움직이게 된다. 애인이라도 생겼거나, 누군가를 보살펴야 한다거나 하는 이유. 그리고, 나를 이렇게 움직여 요리하도록 하는 그 힘의 원천에 대해서도 다시 곱씹어보게 된다. * * * '왕후의 밥, 걸인의 찬... 이것으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라던 그 남편의 정성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 * * '가난한 날의 행복'을 누릴 여유를 요리할 때마다 느꼈음 좋겠다. 여기서든 한국에서든. 막내가 좋아하는 음식부터 알아봐야겠다. :) 푸르니 논리의 수미(首尾)가 일관된 생을 우리는 희구한다. - 전 혜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