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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oKing ] in KIDS
글 쓴 이(By): greenie (푸르니 )
날 짜 (Date): 1999년 2월 27일 토요일 오후 07시 42분 27초
제 목(Title): Re: [질문]집에서 쵸콜렛 어떻게 만드는 건�

   집에서 아예 첨부터 만드는 걸 말씀하시는 건 아니죠?  코코아 빈(bean)을

사서 볶고...  흠냐, 저두 그 담엔 잘 모르겠습니다.  중간에 볶은(roast) 

코코아를 취향에 따라 섞는(blending) 과정두 있구...  흐아~  쪼꼬렛을 사신

담에 원하는 형태로 재가공하시는 걸로 믿고 설명드립니다.

   정석으로 쓰는 방법은 중탕이죠.  뚜껑없이 끓는 물 담긴 남비 위에 스텐레스

그릇을 얹고, 그 안에 좀 다져 놓은 (<- 빨리 & 균일하게 녹으라고) 쪼꼬렛을

넣고 녹을 때까지 휘젓습니다.  쪼꼬렛은 금방 녹고, 또 금방 딱딱해지기 쉬우니

모양틀 같은 것들은 미리 다 만들어놓고 녹이셔야겠죠.  중탕시 혹 쪼꼬렛이 

딱딱해지면 뜨거운 물 몇 방울을 떨어뜨리고 저어 주면 다시 잘 녹는답니다.  (<--

이 프로세스는 안 해봤음.)

   달콤 쌉싸름한 추억이 글을 쓰다 보니 떠오르는군요...

   대학교 2학년 때였죠.  발렌타인 데이였나봅니다.  애인에게 쪼꼬렛을 직접

만들어 주겠다는 불타는 신념으로 계획을 세웠죠.  정성이 지극하면 방법을 찾기

마련인가봅니다.  쪼꼬렛을 베이스로 하고, 위에 하얀 (밝은) 쪼꼬렛으로 글을

쓰고는 싶었는데...  쪼꼬렛을 어떻게 녹일른지조차 막막하던 때였으니...

   허쉬 쪼꼬렛과 로즈...  뭐라던 쪼꼬렛을 한아름 샀습니다.  로즈..라는 쪼꼬렛을

산 이유는 그 안에 화이트 쪼꼬렛이 있었기 땜에 그걸 추출해내서 글씨 쓰는 데

쓰려구요.  흑, 그건 또 왜그리 비싸고, 화이트 쪼꼬렛은 왜그래 적게 들었는지...

   집에 들여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전자렌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호, 

바로 저거야.  타면 안 되니까 중간에 대여섯번은 꺼내가면서 실험을 해 보고는

틀만들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 집 전자렌지로 샘플 실험을 해 보세요.  그리

어렵진 않게 감이 잡힙니다.  단, 나중에 시간을 늘리더라도 최소한의 시간만 써서

타지 않게 하세요 *)  틀로 쓸 건...  당연히 집안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 안 나는 쪼꼬렛을, 순전히 비닐 코팅된 마분지에 들어 있다는 이유로

샀습니다.  그것도 한아름...  사랑의 힘은 배고픔보다 강하다는 걸 그날 절실히

느꼈죠.  제작비도 제작비지만, 그거 만드는 데 이틀을, 특히 진짜 만들던 날은

저녁도 굶고 몰두했거든요.  도안에서 제작까지...

   그 코팅종이를 원하는 면적과 높이로 만들어 이은 다음, 그 안에 미리 한 

도안을 거꾸로 대고 볼펜으로 강하게 윤곽선을 따라 그립니다.  그럼 좌우가

반대로 (그래야 쪼꼬렛은 제대로 나오잖아요) 윤곽이 새겨지죠.  제 계획은 글씨와

그림(!) 전체를 화이트 쪼꼬렛으로 채우겠다는 거였으므로, 부조효과를 넣는다고

쳐도, 화이트 쪼꼬렛이 안정적으로 붙어 있도록 도안 자리를 좀 파이게 만들어야 

했습니다.  (혹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스스로 고집했습니다. ^^)  그래서 다른

코팅종이를 도안 윤곽대로 잘라 틀 안의 도안 위에 덧대었죠.  종이 두께만큼은 

쪼꼬렛이 움푹 파일 테니까. 

   허쉬 쪼꼬렛은 대충 뿌개(?) 놓고, 그 손 많이 가던 화이트 쪼꼬렛 골라내기...

하얗게만 만들려고 하니 밤색이 도는 부분은 다 도려내고...  결국엔 야밤에 가게에

내려가서 한아름 더 사왔습니다...  아마 두번인가...  밤이 깊어갈 무렵 분리작업이

드뎌 끝났죠.  '야아, 인젠 녹여서 부을 차례다!'  처음 비파형 청동검을 구워내던 

이름모를 장인도 아마 그러한 기쁨에 북받혔을 듯.

   연습한 대로 허쉬 쪼꼬렛을 녹이고 틀에 부었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이게

다 굳은 담에 화이트 쪼꼬렛을 입히고...  포장하려면...  밤샘이란 단어로 모든 게

결론나더군요.  암튼 설레는 맘으로 냉장칸에 넣어진 애가 굳기를 기다렸습니다.

안전하게 두시간인가가 지난 다음에 꺼내어 원하던 그 모습이 짠~ 나왔을 때의 

행복감이란!  :)  싱글싱글 웃으며 화이트 쪼꼬렛을 녹여 입혔죠.  근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특히 글자/그림의 모서리가 영 이쁘게 되질 않는

거였습니다.  그럴 때면 쇠젓가락을 덥혀 끝부분만 다듬고, 또 고치고...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결국엔...  사랑이 뭔지...  완성하고 말았습니닷~!!! :)

   이제 포장이 남았습니다.  마분지를 오려 쪼꼬렛보다 좀 큰 상자를 만들고,

뚜껑을 도려내 비닐로 창을 내어 쪼꼬렛의 글자/그림이 보이도록 했습니다.  안의

빈 공간에는 색창호지(?)들을 잘라 넣어서 충격완화제겸 분위기 조성을 도모...

물론 마분지 겉은 이쁜 포장지로 쌌구요. 

   미리 쪼꼬렛까지 담고서 냉장고에 넣으면 담날 들고 가는 동안 김이 서릴까봐 

걱정이 되어서 (다시... 아, 사랑이란... ^^) 부시시 일찍 일어나서 포장을 끝냈죠.

   * * *

   지겨우니까 중략하교...  포장을 끌러본 나의 앳된 사랑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아무 말도 없었죠.  극과 극은 통한다죠?  행복이 넘쳐 어찌할 줄 모르던 표정이 

아니었다면 저는 무척 화나있는 거라 생각했을 거예요.  *^^*

   * * *

   집에서 식구들 보여 드리고는, 다시 학교에 가져온 나의 사랑.  그당시 저희를

성원해주던 의대와 공대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던 들뜬 모습.  다음날 온 

사람들의 시선과 부러움을 한몸에 받은...  것까진 좋았는데...  그만 

잃어버렸다고 울먹이더군요.

   * * *

   사랑의 힘이란...  정말 무엇인지.  어디서 그런 열정이 샘솟게 하는지...

울상이 되어서, 제겐 미안함에 어쩔 줄 모르는 볼이 붉던 제 사랑을 위해...  다음날

그 공정을 다시 거쳐서...  다시 그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자랑은 인제 다 했으니까, 집에 들구 가서 녹기 전에 먹어야 해, 알았지?"

   다시 쪼꼬렛을 받아든 두 손이 아기같기만 했습니다.  그 볼에 입맞춰줄 때에도

미안한 행복에 붉던...

   * * *

   이야기가 추억에 밀려 옆으로 샜군요...  아마도 지금은 다른 반지를 끼고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 꾸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때와는 아주 다른

느낌의 고백이지만, 행복을 빌어주는 지금의 제 마음도 사랑의 한 모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시절, 굳어가는 쪼꼬렛으로 초조히 새기던 고백...


   "**아, ♥해!"


   * * *


   푸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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