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penglee (펭귄) 날 짜 (Date): 1997년05월04일(일) 22시55분52초 KST 제 목(Title): 저는 만년 예비 신자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그녀를 만난 것은 93년 4월이었죠... 뭐랄까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우리의 만남은 거듭되었고, 이것이 사랑인가 보다 하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어요. 근데 그녀는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거든요.. 그녀의 집안도 천주교를 믿어왔 고요.. 그래서 그녀와 결혼을 하려면 제가 영세를 받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저는 사실 이렇다할 종교는 없었고, 어릴 때 교회, 즉 개신교 교회에 몇번 다닌 적이 있었는데, 뭔지 모를 이질감을 느껴서 그냥 멀리 했었지요.. 그렇지만 종교하면 불교만이 뭐니뭐니해도 진짜 종교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이 더 큰 장애물이랄까... 하지만 저는 겁없이 교리를 듣기로 결심했답니다.. 그녀를 사랑하니까요.. 근데 저는 왜 이러죠.. 한 몇주 잘 나가다가 그만 두고, 또 시작했다가 도중에 흐지부지되고.. 정말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그런 말을 하죠.. 제가 이끌려서 나가는 것인지, 아님 어떤 목적(결혼) 때문에 의식적으로 하느님은 믿지 않으면서 나가는 것인지.. 제가 교회에 나가는 것은 제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저를 부르셨기 때문이어야 겠죠.. 이렇게 깨닫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나 어느덧 97년 5월인데 저는 그녀를 위해 한 것이 없군요... 후배가 결혼을 한다는 것이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 일까요? 적어도 그 후배는 제수씨(어감이 매우 이상)한테는 제가 그녀에게 한 행동보다는 더 성실히 행동을 하였겠죠? 그런 후배한테 일종의 시기심을 느끼는 것은 왜 일까요? 만년 예비신자로 남아있는 저의 모습에 대해 진정으로 후회해야 할 텐데 ... 근데 뭔가 비어있는 듯한 이 허탈함은 무얼까요? .. 분명 저는 그녀를 사랑하는 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