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rainman (아름다운꿈}8) 날 짜 (Date): 1997년05월02일(금) 03시03분55초 KST 제 목(Title): 갈비 한 대 [이상각 신부] 그날은 바람이 차갑게 부는 11월 말이었다. 점심 시간에 갈비가 먹고 싶어 사제관에서 나와 고개를 막 내려섰을때 길가 모퉁이에 어떤 사람이 ㄲ쓰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냥 지나쳐 가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 '이 놈아, 저사람은 배고파 쓰러져 있는데 갈비 먹으러 가냐? 그러고도 신부냐?' 하는 생각이 나를 잡아 세웠다. 왔던 길을 되돌아 그에게 다가가 "여보세요" 하고 불렀더니 부시시 몸을 틀며 눈을 떴다. 그가 "뭐요?" 하며 대꾸하는 순간 역한 술냄새가 확 풍겨 왔다. 얼마를 씻지 않았는지 머리는 엉겨 붙어 있었고 얼굴에는 땟국이 줄줄 흘렀다. 바지가 홍건히 젖은 걸 보니 오줌까지 싼 모양이다. 잠깐동안 '그냥 갈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그냥 두면 얼어 죽을 텐데...' "아저씨 저 집에 들어가셔서 순대 국밥 드세요. 제가 앞으로 편안히 계실 수 있는 곳에 모셔다 드릴게요." 그 사람에게 순대국밥을 사 먹이며, 그를 어떻게 어디에다 데려다주어야 할 지 걱정이 되었다. 식사를 다 마친후 그를 데리고 사제관으로 왔다. 우선 냄새나는 그의 몸을 씻겨야 하는데 자신이 없었다. 그때 신자 한 분이 나서서 그의 옷을 벗기고 깨끗이 씻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옷을 가져다가 갈아입혔다. 그동안에 나는 이곳 저곳 그가 갈만한 사회 복지 기관을 수소문하나다 한 복지 기관의 담당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 "받아 줘라. 왜 안 받아 주느냐?" 서류를 해 와야 한다." "서류가 어렵다. 그냥 받아 줘라." 서로 옥신 각신 하다가 그냥 무조건 데리고 간다고 이야기한 후 그 사람을 차에 태우고 신자 한 분과 그곳으로 갔다. 그리고는 사정사정해서 그를 맡겨 두고 왔다. 집에 돌아오니 자정이 훨씬 지나 있었다. 갈비 한 대 뜯으려다가..... "하늘아, 땅아, 그를 찬양 하여라. 바다와, 그 속의 모든 생물들아, 그를 찬양하여라." (시편 69: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