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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unitas (조수사)
날 짜 (Date): 2004년 2월 12일 목요일 오후 05시 17분 40초
제 목(Title): 성격


요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다. 에니어그램이라든지 
아니면 심리상담을 받는다든지 등등. 자신을 돌아보는 작업은 정말로 소중한 
일이라 생각한다. 내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이웃을 
위해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느님을 만나는데 있어서도.

 

내 자신을 봤을 때? 나는 어떤 성격인가? 글쎄다... 외모를 볼 때, 
부지런해보이는 면이 전혀 안보이는 느릿느릿한 모습인 것 같다. 실제로 잘 
움직이기 싫어하는 내 성격은 주위 사람들이 다 알 정도이다. 혼자서도 잘 노는 
성격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곰'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고집도 
엄청나게 센 편이다. 화는 시원하게 내고 금방 툴툴 털어버린느 성격이다. 
그리고 음식점 가면 먹을 것 잘 못 고르고, 이것 저것 다 좋은 그래서 고민하는 
그런 성격이랄까?

 

함께 사는 공동체의 원장 신부님은 내가 존경하는 신부님중의 한 분이시다. 내 
성격과 비슷하기에 쉽게 이야기도 나눌 수 있어서 내 영적지도 신부님으로 모신 
적도 있다. 예순이 넘으신 나이에도 나에 비하면 너무나 많은 일을 하신다. 
겉으로 뵙기에는 정말로 느리시다. 행동도 말도. 하지만 수도회 내에서도 
중책을 맡아서 일을 훌륭하게 하시고 계시고, 집안에서 신부님이 하시는 일또한 
너무나 대단하시다. 내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분이 엄청난 일을 하시기 
때문이 아니다.

 

매일 아침 식당에 가셔서 지난 저녁 설거지 해 놓은 식기를 제자리에 놓는 일. 
늦은 시간에 밖에서 들어오는 공동체 식구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일. 
재활용품(특히 달력 종이가 좋다고 잘 모으신다)을 모으시는 일. 조금 오래되어 
버리게 될 남은 음식을 잡수시는 일 등등. 아마 신부님은 이런 일을 일로서 
생각하지 않으실 것이다. 이런 행위들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문제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신부님을 비롯해 함께 사는 형제들을 통해서 너무나 많은 것들을 배운다. 각자 
서로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 말없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가르침은 어느 교실에서도 배울 수 없는 소중한 재산이 되고 있다. 나도 이제는 
겨울잠에서 깨어나 비록 조금은 느리지만 나의 몫을 충실히 살아가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기쁘다! 마침 이번주 쓰레기 담당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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