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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unitas (조수사)
날 짜 (Date): 2000년 12월 17일 일요일 오전 08시 14분 02초
제 목(Title): [오늘느낌] 죽음




 

위령 성월도 지났는데 왠 죽음인가 생각할지도 모른다. 다름아니라 내가 이번 
학기에 "종말론"수업을 들으면서 평소에 죽음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지만 더욱더 
깊이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강의 맡으신 신부님께서 "여러 수녀님들께서는 죽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질문을 했다.(다행히 나에게는 질문을 안 하셨다!) 대부분 
수녀님들의 대답은 "하느님과의 일치", "충만", "자유로움", "안식"등의 
표현으로서 아주 긍정적이고 희망찬 이야기를 하셨다. 그런 대답들을 들으시고 
신부님은 고개를 끄덕이시고 나서 다음 말씀을 이어가셨다.

 

"저는 불현듯 죽음에 대한 생각이 들 때마다 소름이 끼치는 전율과 깜깜한 어둠을 
체험합니다. 저도 머리로서는 그런 희망을 하지만 실제로 나의 삶 속에서 닥쳐오는 
죽음에 대한 느낌은 쉽지 않습니다.'라고 솔직히 말씀하셨다.(물론 수녀님들이나 
다른 분들의 답변이 솔직하지 못했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모든 이로부터 존경을 
한 몸에 받고 계신 신부님의 이 말씀은 교실을 숙연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나에게 그 말씀이 왜 그렇게 크게 다가왔는가? 한 인간으로서 죽음이 무섭다고 
말한 것인데... 하지만 내 마음을 들어다 보니 그러한 두려움은 나쁜 것, 피해야 
할 것이라 생각해왔고 그러한 것을 인정하는 것이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나약하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두려움은 불신앙의 표지인 
듯 보였기 때문이다. 누가 감히 그 신부님께 '당신은 신앙이 모자라서 
그렇소!'라고 말할 수 있으랴!

 

지금 나의 모습을 가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저는 지금 이러이러합니다'라고 
말씀을 올릴 수 있는 자유로움이 오히려 큰 은총이라는 느낌이 든다. 
겟세마니에서의 예수님의 그러한 나약한 자기고백을 오늘 우리가 살아가야 한다. 
단번에 되진 않겠지만 희망해본다. 분명 그 뒤에 올 자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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