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pazu () 날 짜 (Date): 2000년 10월 6일 금요일 오전 12시 25분 48초 제 목(Title): 현각 스님 2 오늘 현각 스님의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강연 제목은 '마음 열기'. 강의가 열리는 시청각실에 오분 전 쯤 도착했는데, 이미 강연장은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고 뒤에 여러사람들이 서 있었습니다. 운 좋게도 빈 자리 둘을 발견, 같이 간 선배와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시청각실 맨 뒷줄에 앉아서 강연을 기다렸습니다. 이백 몇십 자리쯤 될 시청각실을 가득 메우고, 또 통로마다 빽빽히 사람들이 앉았는데도 아직도 벽을 따라 사람들이 서 있었습니다. 놀랐습니다. 최근 스님의 저서가 베스트셀러였다고는 해도, 그다지 홍보가 많지 않았는데도 제 발길로 찾아온 사람들의 숫자가 이렇게 많다니. 현각 스님을 소개하는 교양학부의 여교수님 목소리가 흥분되어 있었습니다. 꼭 서태지를 좋아하는 여고생 마냥. 앉은 사람들도 스님이 들어서자 모두 흥분된 모습으로 스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제가 가본 어느 명사의 강연이나 음악회보다도 훨씬 힘이 느껴지는 뜨거운 모임이었습니다. 강의 자체가 뜨겁다기 보다는 스님을 바라보는 청중들의 뜨거운 가슴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먼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여러가지를 말씀해주셨습니다. 부유했던 어린시절, 독실한 가톨릭이셨던 부모님, 커가면서 느낀 여러 사회 모순과 항상 머리속을 떠나지 않던 질문, '왜 그렇냐고'. 스님은 '왜 그렇냐고'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수없이 했다고 합니다. 스님의 유창하지만 약간은 어색한 한국어로 듣는 '왜 그렇냐고'는 아마도 모두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었을 것 같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간단히 요약하면, 1. 믿음이 중요하다. 2. 마음공부를 해야한다. 였습니다. 믿음이란 문제는 잘 아실 것 같고, 마음공부라는 건 외부로 눈을 돌리기보다는 자기 안으로 눈을 돌려라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기독교에서도 역시 자기 안으로 눈을 돌리는 방법이 있고, 그것은 기도라고 얘기하셨습니다. 비교 종교학을 전공하였던 철학도 답게, 각 종교가 서로의 차이를 주목하고 서로 싸우는 것보다는 각 종교가 서로가 '깨달음'을 이르는 길임을 인정하고 각 신자가 그 '깨달음'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한시간 반 정도의 강연이 끝난 뒤, 학생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스님은 어린 학생들의 질문을 귀기울여 정말 열심히 답해주셨습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느라 또 한시간이 지나갔으니까요. 다양한 질문이 나왔었습니다. '신'이 무엇인가, 과연 존재하는가. 스님의 얘기대로 모든 것이 '공'임을 깨닫고 나면 허무해지지 않는가. 어찌보면 키즈에서도 크리스쳔 보드에서 열띤 토론이 있었던 부분이었지요. 인상 깊은 대답은 '과거, 또는 미래에 살지 말고, 바로 지금을 살아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님이 강조하던 Carpe Diem 이라는 명제와도 같은 것이겠죠? 재미있었던 일은, 강연 시작 전에 절대 저자 사인을 부탁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말씀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져갔던 "Compass of Zen"은 이리하여 현각 스님의 사인을 남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강연을 잘 듣고 스님의 뜻과 잘 공명할 수 있었던 청중이라면 사인을 받으려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겁니다. 강연이 끝나고 약간의 망설임이 있기는 했지만, 강연은 끝난 것이고 각자의 삶 속으로 조그만 등불 하나씩 켜서 돌아가야 하겠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