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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unitas (조수사)
날 짜 (Date): 2000년 3월  2일 목요일 오전 07시 43분 42초
제 목(Title): [오늘느낌] 아기보기


     며칠 전에 '미혼모의 집'에 다녀왔다. 걸어서 10분정도밖에 안되는 거리에 
있는 가정집이다. 아는 수사님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수녀님이 그곳을 
운영하시는데 가끔 컴퓨터를 봐드린다는 명목으로 찾아뵙곤 한다. 그날도 프린터가 
고장이라고 해서 겸사겸사 간 것이었다. 

     그 집에 있는 미혼모들은 대충 중고등학생의 나이이다. 임신한 상태로 
들어와서 그곳에 머물다가 아기를 낳고도 얼마정도는 그곳에서 머문다. 뽀얀 얼굴 
뒷편에 깊은 그늘이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어려 보이기만 하는 얼굴에 
배가 남산만큼 나온 엄마들의 모습을 보기가 내 스스로 어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번씩 갈수록 내 안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을 커가는 것 같다. 

     그날은 마침 미혼모들을 위한 프로그램(일종의 재활 프로그램이랄까?)을 하기 
위해서 모두 큰방으로 건너가고 그 중에 한 미혼모는 자신의 아기를 수녀님께 맡긴 
채 수업에 들어갔다. 수녀님도 이리저리 바빠서 아기가 잠깐이지만 내 품에 있게 
되었다. 얼마전 본가에 갔을 때의 백일이 되어가는 조카를 안았을 때와는 느낌과는 
또 달랐다. 앞으로 세상 속에서 살아가려면 참으로 힘든 일도 많을 테고 상처도 
받을지 모르지만 지금만큼은 세상의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깔깔거리며 웃는 
아기의 미소가 나의 굳어가는 마음을 녹여주는 듯했다. 버려진 아이가 아닌 사랑 
덩어리로 자라나길 바라며 내 부족한 기도속에서 그 아기와 함께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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