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kdotori (도토리) 날 짜 (Date): 1999년 11월 29일 월요일 오후 11시 30분 45초 제 목(Title): 성당... 판공성사 때도 되고 해서... 지난 토요일 짝꿍과 함께 명동성당에 갔습니다. 고백성사를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희들도 5시부터 기다렸지요... 7시까지(왜냐면 7시까지만 고해성사를 주시기 때문에) 2시간 동안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면서 기다렸지만 ... 고해성사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 서로 손잡고 앉아서 침묵과 고요 속에 있었던 2시간은 제게 정신적으로 충분한 휴식을 주었습니다. 짝꿍은 처음에 순전히 저와 결혼하기 위해서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영세를 받고 2-3번째의 고백성사 때였을 겁니다. 교복입은 중고생들이 고백성사를 보기 위해 줄서 있는 걸 보더니 짝꿍이 말했습니다. '쟤들은 무슨 죄를 지었을까? 내가 저만할 땐 죄가 없었던 것 같은데' '저만할 때 엄마한테 한번도 거짓말 안했어? 친구랑 한번도 안싸우고?' '... 그렇구나...' 개인적으로... 고백성사는 참 힘듭니다. 교회처럼 하느님 앞에서 진심으로 뉘우치고 그걸로 끝! 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때때로 듭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고백성사를 보는 것이 제가 이만큼 자라는 동안 그리고 또 앞으로 사는 동안 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요일날은 시아버지 생신이어서 아주 바쁘고 힘들었습니다. 토요일 밤에 저는 거의 한숨도 못자고 음식을 준비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되자 사실 은근히 짝꿍에게 조금 화도 났습니다. 일요일 밤에... 미사도 가기 싫었습니다. 그렇지만 미사 늦겠다고 서두르는 짝꿍에게 선배(?) 신앙인으로서 가지말자고는 도저히 말은 못하기 때문에 함께 미사를 갔습니다. 함께 손잡고 성당에 가는 길... 나란히 앉아서 미사하는 동안... 끝나고 다시 손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무나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했습니다. 이런 사람을 제 짝꿍으로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성당 사무실의 딱딱하고 불친절한 얼굴들... 가장 쉽게 실망하기 쉬운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일단... 제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성당으로부터 고개를 돌리지 않도록 하고 싶습니다. ------------------------------------------------------------------------------- kdot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