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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YMH (마린보이)
날 짜 (Date): 1999년 11월 22일 월요일 오전 06시 46분 55초
제 목(Title): Re: 성당에서 결혼하기...



제가 한국에 없기 때문에 본당 신부와의 면담은 차후로 미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 될 사람과 저의 교적이 있는 성당에서 하는게 아니라 타 성당에서 
하는 결혼이어서인지  면담은 교적이 있는 (내 쪽이든 내 아내 쪽이든) 성당에서 
해야한다고 하더군요.

성당에서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본당 신부가 그걸 알고 있다는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크고 작은 모든일을 신부가 다 알아서 대처한다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결혼 같은 일에는 실질적으로 사무를 맡는 사무장에게 
신부가 귀를 기울이는 건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결혼식을 두고 성당 당국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첫째로 사진촬영에 대해선 성당관계자들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일반 사진기술자나 기사들은 미사전례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식이 없기 때문에 
가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수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임의적 (거의 
독점이죠)으로 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신자를 찾아내는 것이 교회입장에서는 더 
안심이라는 얘기죠. 둘째  음식문제.. 그간 일반 결혼식장들의 횡포에 많은 
예비부부들이 누살을 찌푸린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은 하객 대접이지요.  음식의 질도 떨어지거니와 
사무자들과의 잦은 마찰로 그 문제는 심각성이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거의 모든 
성당에서는 그래서 요즘 본당 자체적으로 보다 싼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여기도 문젠 있습니다.  성당서 음식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부들인데 
봉사를 해주는 차원에서 이 일이 진행이 됩니다.  다른 식당보다 싼 가격으로 
음식을 제공한다지만 신자들의 실질적 노동임금을 제외한다면 그 "싼" 가격이라는 
허울좋은 간판이 무상해 질수 있습니다.  그럼 형태상으론 그러한 돈에서 성당 
당국은 무임금의 봉사료를 고스란히 취하는 것입니다.   우선 이렇게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요. 결혼이 우리 사회에서 민간인들 차원에서 돌릴 수 있는 가장 
최고의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많은 장사꾼들이 여기에 연류가 
되어있지요.  성당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령 서비스업 종사자, 정치인들 
(장사꾼이죠 뭐) 같은 사람들은 성당이 가지는 집단의 고유성을 이용하며 자신의 
이익을 챙깁니다.  또 한 예를 들면 성당 근처에 신자가 운영하는 술집이라도 있는 
경우엔 주말만 되면 성당의 이 모임 저 모임에 속한 사람들로 꽉 차있고 심지언 그 
집의 매상의 90%까지도 신자들에 의해서 메꿔집니다.   이것은 한 예일 뿐 성당과 
연관되어 기생(?)하는 장사꾼들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바로 그러한 폐단이 성당 
결혼에서도 여지없이 들어나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신자 공동체적 현상을 
비난만 할 생각은 없습니다.  변해가는 경제 자본 사회에서 이러한 일은 성당이 
가진 큰 공동체를 담보로 한, 실질적으로 교회가 신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혜택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어쩜 새롭게 등장하는 교회의 역할일는지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제가 성당을 나간 건 제집 같이 편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기도한 대상은 나 자신이었지 미사실의 빨간 등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성당에서 활동한 건 나 자신의 신념 때문이었지 이 거대한 집단을 살찌우기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활동을 그만둔 후에도 제가 찾아갔던 건 내가 거닐던 
옛날의 그 허스름했던 성당 가건물이 그리워서지 벌겋게 크게만 지어지는 바벨탑 
같은 벽돌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성당을 가끔 찾아가는 것은 나의 유년시절을 
보낸 터에 대한 추억 때문이지 돌아온 탕자의 입장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성당을 다시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말씀에는 "원수를 사랑하라"라고까지 말하지만 저는 솔직히 이런 성당의 모습에 
실망을 느낍니다.  어느 누구나 단체나 이 자본 국가에선 자신의 권리와 자율권을 
보장 받아야 함은 당연한 이치이고 성당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그러한 입장에 선 
하느님의 집(?)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건 우리 모두를 긴장 시키
는 일입니다.

이제 한숨쉬며 쉴 장소가 집밖에 없는 걸까요? 


 

인생이 한편의 영화라면 난 여지껏 몇장의  필름을 사용했을까?
그리고 대본은 어떤가?  과연 언제쯤 편집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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