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KIDS (루치아노) 날 짜 (Date): 1998년03월17일(화) 11시23분06초 ROK 제 목(Title): cap]서글픈 마음으로 지금 저는 왜인지 모르게 서글픈 마음입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든 또 누가 옳고 그르든 간에 날카로운 비수를 서로에게 겨누고 있다는 섬뜩한 느낌이 제게는 듭니다, 터무니없는 저만의 감상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종교라 부르든 신앙이라 부르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누가 관여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소극적인 태도일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그 개인적인 생각이나 체험들이 모여서 <우리>를 만들고 그 우리가 저멀리 동떨어진 곳에 존재하는 인민의 아편같은 <하느님 나라>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서로를 나누는, 때로 기적처럼 보이는 일들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야 저는 늘 날나리 신자이고 어느분의 표현을 빌자면 사이비 휴머니스트이기 까지 하지만 저같은 사람에게는 그래도 종교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이 표현이 얼마나 여러 방면으로의 비판에 노출되어 있는지 건강한(?) 논의는 좋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제 마음가짐이 이상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이 게시판에서 진행되고 있는 작금의 논의(?)는 제게 뭐라 딱 꼬집어 얘기할 수 없는 여기에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참고로 저의 편력을 잠시 적고자 합니다. 성당이라는 곳에 드나든 지는 한 십오년 되었고 몇 구절 안되는 아는 성경 구절대로 살아본답시고 여러 곳을 다니며 참견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환자촌에 가서 축대도 쌓고 길도 만들고 결핵환자촌에 가서는 뽕밭도 일궈보고 무의탁 노인들을 위한 집에 가서는 땡볕에 고추밭도 매어 봤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보육원엘 가게 되었는데 아이들에게 뜨내기 손님이 되지 말자는 생각에 몇년을 드나들다가 나중엔 아예 짐싸들고 가서 두달간 그곳에서 산 적도 있습니다. 도시빈민 자녀를 위한 놀이방, 공부방에도 문턱이 닳도록 다녔습니다. 지금 제 자랑을 하자는 게 아닙니다. 지루하셔도 조금만 더 하겠습니다. 그렇게 헤매이고 다녔지만 저는 늘 그자리에 있음을 보게 된 것입니다. 저는 늘 <저>를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지요. 여러분들께서 지적하셨듯이 그리 가진 것 없는 학생주제에도 <네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지> 못하고 있음을 최소한 저 자신에게만은숨기지 못하고 다 내어놓는다는 것은 정말 힘들더군요.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길게 주저리 주저리 하고 그냥 따뜻함에 대해, 사랑에 대해, 지금요... 저는 학생입니다. 언제쯤이면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행여 하는 마음으로 아마 요즘 제가 서글펐던 것은 작금의 논의에서 사랑을, 따뜻함을, 배려를 종교를 떠나서 우리 서로 사랑하기를, 아니 사랑하고자 하는 원의를 끝까지 놓지 말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