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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SSman (♣ 평화 ♣맧)
날 짜 (Date): 1998년02월20일(금) 18시20분11초 ROK
제 목(Title): 무식한 할아버지의 해탈


이번엔 불교보드의 문사수님께서 한참전에 올려주신 글입니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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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ddhism ] in KIDS
글 쓴 이(By): chyoo (문사수)
날 짜 (Date): 1997년11월13일(목) 11시34분00초 ROK
제 목(Title): 무식한 할아버지의 해탈



공주에 한 노인 부부가 사십니다.
이 분들은 글자를 모르는 까막눈이라서 집에 전화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숫자를 읽지 못해서 전화가 있어도
사용하지를 못할 정도의 까막눈이기 때문입니다.

이 공주에 어느 법력이 높으신 스님께서 법문을 하러
평소에 잘 아는 절에를 갔습니다.

그런데 어떤 할머니가 와서는 다짜고짜로
"우리 할아버지 죽는 날을 가르쳐 주십시요"
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어이가 없어서
"할머니 갑자기 할아버지 죽는 날을 가르쳐 달라니 무엇 때문에 그러세요?"

할머니가 말하기를
"저는 할아버지와 결혼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할아버지에게
매를 맞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암에 걸려서 누웠는데
평생 매를 맞으면서 산 것도 억울한데 이젠 할아버지 병 치례 까지 하니
너무나도 억울하고 힘이 드는데
아침에 일어날 때 마다 오늘은 시체가 되었나 확인해 보고
시체가 되지 않은 것이 확인되면 한숨이 나오고 기가막힌 생각만 드니
저 원수가 언제 죽는지 빨리 좀 가르쳐 주십시요."

그래서 스님께서 할머니에게 말하기를
"할아버지와 함께 오시면 죽는 날을 말해 드리겠으니
할아버지를 데리고 오십시요."

그런데 할머니 걱정이 됩니다. 할아버지가 오기는커녕
아픈 몸이지만 화나 내면서 매질을 하면 어떻게 할까 걱정되지만
더구나 평상시에 할머니 절에 갔었던 것을 알면 더욱 심하게
매질을 하던 할아버지이니 걱정이 됩니다.
그래도 할아버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절에 오게 하면
죽는 날을 알게 된다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절에 오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시고는 집에 가셔서 할아버지에게
"절에 높은 스님께서 오셨으니 함께 가겠어요?"

그랬는데 할아버지가 어쩐 일인지 그 아픈 몸을 가누기도 힘들면서
함께 가겠다고 하시는 것입니다.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바뀐다고 하니 그 말이 맞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함께 스님 앞에 오시게 되었습니다.
스님이 할아버지 얼굴을 보니 온통 죽음의 공포가 덮여있는 얼굴이었습니다.

스님이 할아버지에게 말하기를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자동차를 폐차하는 것을 듣거나 보신 적이 있습니까?"

할아버지가 말하기를
"예 자동차를 못쓰게 되면 폐차합니다."

그래서 다시 스님이 말하기를
"그럼 자동차를 폐차할 때에 운전사도 폐차합니까?"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답하기를
"그게 무슨 소립니까? 자동차만 폐차하고 운전사는 나옵니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렇습니다. 자동차를 사용하다가 더 사용할 수 없으면 폐차하지만
운전사가 폐차되지 않는 것 처럼
할아버지의 몸이 이제 사용하다가 더 사용할 수 없을 때에는 그 몸을
자동차 폐차하는 것 처럼 버리게 되지만
할아버지가 죽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일자무식의 할아버지가 그 말을 알아듣고는
얼굴이 확 변하면서 안면의 근심걱정과 공포가 사라지면서
기쁨으로 가득하면서 스님께 고맙다고 되풀이 합니다.

그래서 스님께서 할아버지에게 묻기를
"할아버지께서 이곳에 와서 저를 만나서 할아버지가 죽지 않음을 아시고
기쁘게 된 것이 누구의 덕입니까?"

그랬더니 할아버지 금방 답하기를
"마누라 덕분입니다."

스님이 다시 말하기를
"그럼 할머니 덕분에 할아버지의 근심이 없어졌으니 할머니가 부처님입니까?
아닙니까?"

할아버지 말하기를
"마누라가 부처님입니다." 그러는 것입니다.

스님이 말하기를
"그럼 내일 부터은 아침에 일어나시면 할머니가 부처님이니 할머니에게
절을 하실 수가 있으시겠습니까?"

할아버지 말씀하시기를
"예 그동안 제가 부처님인 할머니를 알아 보지 못하고
평생을 힘들게 구타를 했는데 정말 제가 잘 못 하였습니다.
내일 부터는 아침에 일어나 할머니를 부처님으로 보고 절하겠습니다."

스님께서 할머니를 보고 묻습니다.
"할아버지 죽는 날을 가르쳐 드릴까요?"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말에 그 동안 싸여있던 원망이 사라지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아닙니다. 스님…."

스님께서 할머니에게 다시 묻기를
"오늘 할머니가 그 동안 쌓인 원망의 마음이 없어지면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할머니에게 이런 기쁨을 드린 할아버지를 부처님으로 보시고
절을 할 수가 있으시겠습니까?"

그랬더니 할머니가 금방 답하기를
"예 할아버지를 부처님으로 보고 할아버지에게 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님 앞에서 두 분이 서로 맞절을 하신 후에 돌아가셔서
그 다음 날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두 분이 서로 절을 하고 하루를 시작합니다.
할머니는 전에는 일어나면 할아버지가 아직도 살아 있음에 원망의 한숨을 쉬셨는데
이제는 일어나서 아직 할아버지 숨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시게 되셨습니다.

몇 달 후에 스님께서 다시 공주에 갈 일이 있어서
할머니 집에 갔는데 할아버지가 계시지를 않아서 할머니에게
할아버지가 어디에 가셨냐고 묻는데,
할머니가 "영감 저기 오네요…"
스님이 보니 할아버지 나무를 가득 해서 산에서 집으로 오시고 계셨습니다.

스님께서
"아니 할아버지 그 아픈 몸에 어째서 그리 힘든 일을 하십니까?"

할아버지의 말..
"아이구 스님…
그런 말 하지 마십시요. 제가 죽지 않는 것을 알았는데 이 까짓 몸뚱이가 조금
불편하다고 집에 누워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몸뚱이 완전히 폐차하기 전까지
움직일 수 있으면 움직여야 지요.."

할아버지의 얼굴에는 병자의 그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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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에서 스님께서 할아버지께 해 주신 자동차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은적이 
있었습니다. (박도식 신부님의 "무엇하는 사람들인가?" 이던가요?)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우리는 왜 그 순간 성불(?)하지 못했던 걸까요?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않고서는 하느님 나라에 가지 못한다는 우리 주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는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더 새로운 어떤 것이 있을 것이라고 여기며 그것만 들으면 곧 
깨달으리란 생각들을 하면서 줄기차게 "한 말씀만 하소서" 하고 외쳐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들을건 다 듣고 알아야 할건 충분히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은 몇마디 되지 않지만 미처 못다하신 말씀은 없으실 
것입니다.
우리는 들으려 하기전에 먼저 버리는데 힘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불교 보드의 많은 좋은 글들을 읽으면서 가는 길이야 여러갈래지만 역시  
진리는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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