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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Lion)
날 짜 (Date): 1998년01월31일(토) 12시37분56초 ROK
제 목(Title): Re^2: 김대중씨가 설을 폐지한다는데...



그게 그렇듯 쉽게 욕할 게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클라우드님. 비단 개신교 뿐만이

  아니라 카톨릭에서도 조상의 영혼을 섬기는 일은 분명히 '우상 숭배행위'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200여넌 전 카톨릭이 이 땅에 들어온 뒤 수십년에 걸쳐 받아야

  했던 혹독한 박해를 불러일으킨 한 원인 중 하나가 바티칸에서 제사와 위패를

  모시는 행위를 우상숭배행위로 규정해 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럼 왜 지금은 카톨릭

  에서 제사를 허용하고 공식적인 지침까지 만들었을까요?  교리나 교회법이 그동안

   바뀌어서?  아닙니다. 한국 천주교회에서 규정한 '제사' 나 '차례'의 의미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 가톨릭 교회 - 건물이 아닌 집단 - 가 생성

  되어 제사의식에 대한 의미를 규정할 때 북경교구를 통해 바티칸에서 질문이

  있었습다. '제사예식은 단순히 조상을 추모하고 은덕을 기리는 예식인가 아니면

  진정으로 죽은이의 혼을 불러 교감하는 의식인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의 질문에 당시의 한국 교회 - 지도층은 거의 다 엘리트 유림들이었죠 - 는

  '제사의식은 단순한 추모예식은 아니다. 돌아가신 조상들의 영혼을 불러내어

  공경하고 숭배하는 의식이다' 라는 취지의 답을 함으로서 그 혹독한 박해를

  부르고 '임금과 어버이도 몰라보는 대역무도한 죄인' 취급을 받게되었습니다.

  오늘날 한국 천주교회는 그 해석을 달리해 '제사나 차례는 돌아가신 조상들을

  추모하고 그 은덕을 기리는 단순한 추모예식'으로 규정해서 카톨릭 신자라도

  제사와 차례를 모시는 걸 허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한국 천주

  교회가 유교식의 제사와 차례를 다 허용하는 건 분명 아닙니다. 제사와 차례에

  대한 지침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배치되는 요소는 철저히

  배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 카톨릭에서 허용된 제사나 차례 의식은

  뿌리깊은 우리민족의 성정과 전통을 배려한 '변형'에 지나지 않습니다. 정통적

  유교제례적 관점에서 본다면 '제사나 차례'가 아니라고 할 정도로 말입니다.

  하지만 개신교에선 정통 유교제례를 따른 제사와 차례는 분명 망자의 혼을 부르고

  교감하는 의식이 존재하며 또 만자의 혼을 공경하며 경배하는 의식도 존재하므로

  이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긋난 '우상숭배행위'로 규정하여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정통적인 유교제례에 의거한 제사의식은 단순한 추모의식이

  라기보단 정말로 돌아가신 여러 조상님들의 혼을 강림시켜 관계하는 주술의식적

  성격이 휠씬 강하다고 합니다. ( 기독교적 해석이 아니라 유교적 해석이 그렇습

  니다. 그래서 초기의 한국천주교회 지도층들이 그런 해석을 내린 거구요..)


  이쯤 되면 ' 그래서? 우상숭배니 주술이니 하니까 제사나 차례를 다 지내지 말란

  얘기냐?' 라고 오해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저의 의도는 결코 그런 건 아닙니다.

  저도 카톨릭 교인이지만 이번에 제사와 차례를 모셨습니다.( 물론 교회의 지침에

  따라서지만) 그리고 기독교를 믿지 않는 분들이 유교예식데로 제사나 차례를

  지낸다고 결코 그것을 비하하거나 못마땅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개신교인들이 제사나 차례의식을 '우상숭배행위'로 규정하는 걸 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니, 욕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들(개신교가

  아니)에게 있어서 기독교의 교리는 가장 귀중한 겁니다. 따라서 그 교리에 어긋

  나는 행동을 하지않고 경계하는 것은 기독교인이라면 당연한 일입니다. 제사와

  차례에 포함된 조상에 대한 공경과 사랑의 정서는 우리 민족의 귀중한 유산임은

  틀림이 없습니다만 그 의식에 그런 정서 이외의 뜻이 담겨 있고 그 뜻이 기독교인

  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배치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는 기독교인들의

  몫이고 권리입니다. 다시 재차 말씀드립니다만, 기독교, 특히 개신교 쪽에서 
보이는

  제사/차례의식에 대한 배격이 객관적으로 정당하다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러한 배격이, 나름대로는 이유있는 배격임을 이해하시고 도를 넘어서는 
비판이나

  욕설은 자제해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양인들에게 우리는 '개를 먹는 야만인'으로

  매도되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그 매도가, 욕설이 정당하다고 느끼시진

  않겠지요.  우리에게 있어서 '보신탕'은 당당한 우리의 한 문화적 관습이니까요.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기독교인들( 특히 일부 개신교인들)의 제사와 차례에

  대한 태도가 대다수 사람들의 정서에 거슬린다고 해도 기독교인들의 세계에선

  나름대로 당당한 이유를 가지느니만큼 '개를 먹다니, 야만인!' 식의 매도는 피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여러분들이 그렇게 경계하시고 비판하시는 '신앙

  의 잣대로 모든 걸 재는' 오류와 그렇게 다르지 않는 성격의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합니다. ( 물론 비신자들에게까지 '제사는 우상숭배야! 하지마' 라고

  강요하는 일부(?) 광신자들은 제외하구요..)


  우리가 원하는 사회는 다양한 가치관과 사고가 상호존중되는 사회가 아닐런지요..








        캡춰 바랍니다. 의향이 있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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