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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holic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8년01월09일(금) 05시40분58초 ROK
제 목(Title): KJV vs. NIV (창세기 49:10 분석) 


연습삼아 KJV와 NIV를 한번 비교해 봅시다. 가능한 한 자세히 썰어보죠.

KJV : The sceptre shall not depart from Judah, nor a lawgiver from
      between his feet, until Shiloh come; and unto him shall the
      gathering of the people be.

홀(왕이 들고 있는 막대기겠죠?)이 유다에게서 떠나지 않을 것이며 실로가
올 때까지 입법자가 그의 발 사이에서 떠나지 아니하리라. 그(실로)에게
백성들이 모여들 것이다.

NIV : The scepter will not depart from Judah, nor the ruler's staff
      from between his feet, until he comes to whom it belongs and
      the obedience of the nations is his.

홀이 유다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통치자의 지팡이도 그것(지팡이)의
주인이시며 온 나라의 복종을 받을 이가 오실 때까지 그(유다)의 발
사이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차이가 심각하죠?


KJV의 '입법자(lawgiver)'와 NIV의 '통치자의 지팡이(ruler's staff)'는

전혀 다른 의미입니다. 원문의 MHKK는 동사 HKK(자르다, 다듬다, 윤곽을

그리다, 칠하다, 작성하다, 임명하다)의 분사형으로서 '제정된 것, 법률,

지도자, 왕권, 주권'등으로 해석하며 M자가 없다면 '입법자, 재판관'으로

해석됩니다. '지팡이'가 추상화된 '왕권'을 상징하는 말이라고 억지로

갖다붙인다면 NIV가 옳을 수도 있지만 무엇을 근거로 '지팡이'라는 단어를

썼는지 의문스럽군요. 그렇다고 KJV 쪽이 옳다고 하기도 곤란한 것이...

원문에는 M(멤...이라고 읽습니다.)이라는 글자가 분명히 있거든요. 개역

한글 성경은 '치리자의 지팡이', 공동번역과 표준 새번역 한글 성경은

'지휘봉'이라고 돼 있으니 모두 NIV 편을 들고 있군요. 제가 보기엔 KJV와

NIV 둘다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로'는 원문의 'ShLH'를 읽기에 따라 두 가지로 해석됩니다. H를 '헤'로

읽으면 '안전, 견고함, 평온'이라는 명사가 되므로 '실로'는 '화평을 가져다

주는 이'로 해석합니다. KJV와 개역 한글 성경이 이런 해석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H를 '헷'으로 읽으면 '보내다, 명령하다, 파견하다'라는

동사가 되고 해석은 '보내어진 사람', '마땅히 그 자리를 차지할 사람'등의

의미가 됩니다. NIV와 공동번역, 표준 새번역 한글 성경 등은 이 부류에

속합니다. 문제는 '헤'와 '헷'의 글자 모양이 너무 비슷하다는 거죠. 그리스

문자 pi 비슷한 (그러니까 북방식 고인돌 모양?) 글자인데 다리가 곧으면

'cheth', 왼쪽 다리가 살짝 기울어지면 'heh'입니다. 히브리어 원본은 어떻게

돼 있느냐고 물으실 분이 당연히 계시겠지만 문제의 부분은 '원전' 역시

난맥합니다. KJV와 같이 '화평을 가져다 주는 이'로 해석하는 문서는 Kittel

text, Delitzsch text등 맛소라 제 4 판 계열의 문서들입니다. 그밖의 문서들은

대체로 NIV처럼 동사로 해석합니다. 70인역에는 '그를 위해서 준비된 것들의

소유자', 페시타(Peshitta)에 따르면 '그것이 그의 소유인 자', 아킬라(Aquila)와

시마쿠스(Symmachus)에서는 '그것이 그를 위해 준비된 자', 탈굼(Targum)은

'왕국이 그의 것인 메시아', 벌게이트(Vulgate)는 단순히 '보내어진 자'... 등등

개성 있는(?) 해석들이 난잡스러울 정도로 많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KJV와

NIV 어느편이 옳은지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YKHT는 동사 YKH(순종하다)의 구성형입니다. 따라서 KJV의 '백성이 모여들다'

보다는 NIV의 '온 나라가 복종하다'가 옳은 듯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 역시

원전의 난맥상이 심각합니다. 키텔과 델리치 텍스트는 '그에게 복종하다',

탈굼은 '복종할 것이다' 등으로 되어 있어 NIV를 지지하지만 사마리아 텍스트와

아킬라 판에서는 '모여들 것이다'라고 되어 있어 KJV를 지지합니다. 그런가

하면 70인역과 벌게이트, 페시타는 '그에게 기대하다', 또는 '그를 기다리다'라는

묘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개역 한글 성경, 공동 번역, 표준 새번역 성경은 모두

NIV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밖에도 사소한 차이가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70인역과 탈굼은 '홀' 대신

'지도자', 사마리아 텍스트는 '그의 발'을 '그의 깃발'로 쓰는 등 이 짤막한

한 구절의 분석만으로도 셀 수 없는 불일치가 발견됩니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성경이란 문서는 '원전'조차도 뒤죽박죽입니다. 이런 마당에

영어 번역본 2 가지를 놓고 누가 옳으니 그르니 싸우는 것은 시간 낭비입니다.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정성이 있으면 차라리 원전을 공부하는 편이 낫습니다.

KJV와 NIV 둘다 갖가지 오류로 얼룩진 허접한 번역본일 뿐입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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