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naDA ] in KIDS 글 쓴 이(By): Dooly (넬로섭머린) 날 짜 (Date): 2001년 5월 13일 일요일 오후 01시 08분 03초 제 목(Title): [퍼온글]캐나다교육이민,그빛과그늘4 허울뿐인 ‘교육이민’도 앞에서 보았던 J씨를 비롯해 기자와 만난 몇몇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거침없이 꺼냈다. “교육이민이라뇨? 그런 터무니없는 말이 어디 있습니까? 진짜 교육문제로 이민을 떠나올 정도라면 꽤 있는 집이거나 한국에서 잘나가는 집안입니다. 오로지 자식 때문에 이민왔다고 얘기하는 사람들, 소주 한잔 들이키면서 속사정을 제대로 한번 들어봐요. 열이면 여덟, 아홉이 한국에서 겪었던 힘든 과거를 털어놓을 것입니다. 조금 편하게 살려고 캐나다로 온 사람들이죠.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은 자기도 적응하지 못하고 자녀교육은 말할 것도 없지요.” 기자가 만난 여러 이민자들 역시 “자녀들의 앞길을 터주기 위해 이민왔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것은 내가 기죽지 않기 위한 변명”이라고 고백했다. J씨는 “한국에서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캐나다의 공교육에서 대안을 찾았다고 보면 얘기가 될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잘나가는데 구태여 낯설고 물선 캐나다 땅까지 날아올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어디까지나 체면을 중시하고 남에게 꿀리지 않으려는 한국적 사고방식이 이민 현지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왜 왔느냐’는 질문에 답할 때 가장 둘러대기 좋은 말이 바로 ‘교육이민’인 것이다. 현실은 어렵고 미래의 전망도 갖지 못한 이들이 ‘쪼들리고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체면의식, 그것이 이민 동기를 서슴없이 자녀교육 쪽으로 둘러대게 만드는 것이다. 6년전 이민와 토론토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송경필(42)씨는 그같은 ‘교육이민론 유행’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먼저 이민온 사람으로서 그같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나 역시 처음 이민왔을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기죽지 않으려고 ‘나도 한국에서 잘나갔던 사람’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면 상대방이 당연히 ‘그렇게 잘나가던 사람이 왜 이민와 구멍가게를 하느냐’고 묻죠. 어떻게 합니까. 거의 자동적으로 ‘아이들 교육 때문에 어쩔 수 없이’라는 대답이 튀어나오죠.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못난 것을 자식 핑계로 둘러댄 것 같아 부끄럽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캐나다로 건너온 새로운 이민자들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 속에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게 마련이다. 한국과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다시 교육문제로 고민할 일들, 고민하는 일들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캐나다교육’은 분명히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아름다운 꿈만은 아닌 것이다. 인터뷰 / 조영자 토론토 이민정착상담원 손병관 기자 “자녀가 원하는 것을 빨리 파악하라” 캐나다 정부는 이민자들의 정착을 돕기 위한 상담 서비스를 펼쳐왔다. 초기에는 백인들이 상담역을 맡았으나 이민자들의 정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토박이 백인들의 상담 서비스는 큰 성과를 얻지 못하다 1980년대 이후 해당 이민국 출신 시민권자들이 상담역을 맡게 되면서 크게 활성화됐다. 1999년 7월부터 CICS(Centre for Inform ation And Community Services)의 이민정착 상담원으로 일해온 조영자(55)씨는 토론토내 5개 공립학교를 매일 순회하며 약 200명의 한인 학생을 만난다. 학생들과의 면담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족들과의 접촉도 이뤄진다. 그러면서 최근 이민자들의 사고방식과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는 이렇게 못박는다. “단지 우수한 교육시스템과 환경에 자녀들을 맡긴다고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리라고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사고방식입니다. 캐나다 교육의 질은 분명 한국에 비해 우수한 측면이 많지만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부모의 몫이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부모들이 교육에 신경써야 한다는 점을 그는 거듭 강조한다. “여기도 한국과 똑같아요. 18세 미만의 문제학생들 부모님을 만나보면 십중팔구 ‘그 학생에 그 부모’입니다. 부모의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없으면 이곳의 교육시스템이 아무리 잘 돼 있다고 해도 결국 교육에 실패하죠. 더욱이 낯선 땅에서 자녀교육에 성공하려면 한국에서 쏟았던 것보다 몇배 이상으로 자녀에게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캐나다에서 한인 학부모들이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으로 그는 3가지를 꼽았다. 첫째, 자기 자식이 좋아하는 것을 빨리 파악하라는 것이다. “모든 학생이 전 과목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높은 지위를 누리는 교육은 한국 말고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캐나다 교육의 강점은 직업의 서열화가 한국처럼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자녀가 어학이나 과학 등 정규 교육에 소질이 없는 것 같으면 4년제 대학보다 전문기술을 배울 수 있는 2년제 대학이나 직업학교, 예술전문학교에 보내는 것도 대안이 됩니다. 자식이 정말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과외를 시키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가지 고무적인 것은 요즘 한인 학부모들이 자식의 장래에 대해 현실적인 판단을 한다는 것입니다. 자식이 요리사나 호텔 직원, 소규모 사업체 경영 등을 희망해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분위기죠.” 두번째로 그가 꼽는 것은, 여유 있는 삶을 찾아 캐나다로 온 만큼 자녀에게도 여유를 보이라는 것이다. “흔히 ‘가진 것 없이 이민왔으니 빨리 돈을 벌어야 한다’며 부부가 하루 종일 가게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님은 학교에서 자녀들을 잘 통제하겠거니 생각하지만 자녀들은 내심 학교생활이 힘들어도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합니다. 심한 경우 자녀가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다 낙제 위기에 처해서야 비로소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말에 자녀와 차를 몰고 교외로 나가거나 박물관·극장 같은 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아이들도 자신들의 고민을 부모와 의논할 용기를 갖게 될 것입니다.” 셋째, 그는 한국에서와 같은 마음으로 교육현장을 이해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한다. “한국에서는 조금만 문제가 있어도 바로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을 찾아가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이곳도 그렇지만 대개는 교장선생님이 이런 학부모들에게 ‘상담원과 먼저 충분한 대화를 했느냐’고 물어요. 직위의 높낮이보다 직책의 전문성을 더 중시하는 사회이기 때문이죠. 아울러 자식이 특별한 사람이 되기보다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의 성원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부모들의 조력이 필요합니다.” 조씨는 교육이민의 폭증과 이에 따른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교육에 맡겨진 한인 학생들의 장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요즘 이민 오시는 분들에게서는 과거와 많이 달라진 ‘합리성’을 볼 수 있어요. 제가 요즘 주로 만난 분들은 한국에서 고학력 전문직에 종사했던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연령대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먼저 자녀들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보이지 않습니다. 부모들이 먼저 캐나다의 생활방식을 받아들이니 자녀들도 가정과 사회간 괴리감이 덜하죠. 과거와 달리 한글학교 등에서 한국어도 열심히 익혀 영어와 한국어 모두 소화해 내는 것도 새로운 경향입니다. 10∼20년후 지금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한인사회와 캐나다 주류사회간의 연결은 물론 한국과 영어권 국가를 연결하는 가교가 될 거예요. 늦은 감은 있지만 교육이민의 분위기를 타고 해외로 나온 10대들이 한국의 세계화를 진전시키는 귀중한 인적자산이 될 것으로 저는 확신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