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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aDA ] in KIDS
글 쓴 이(By): Dooly (넬로섭머린)
날 짜 (Date): 2000년 7월 17일 월요일 오후 03시 06분 01초
제 목(Title): 세바스티엥



어제 토요일에 디렉터의 집에 초대를 받아 저녁을 먹고, 와인을 몇잔
마셨더니, 술생각이 더나서, 같이간 동료들을 꼬셔서 밖에나와 술한잔
을 더하기로 하고, 오타와 다운타운의 바이워드 마켓에 있는 노천까페
에가서 맥주를 마셨다. 간간이 비가 오긴 했지만, 대충 테이블위에놓은
비치 파라솔 같은것으로 피하며, 한잔두잔 마셔가다보니, 같이간 8명
모두 술이 웬간히 취해 버렸다.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영불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있는 뉴브룬스윅주에서
온 세바스티엥이란 친구는 처음부터 나에게 친근하게 접근해온 친구였다.
불어가 마더텅이라 영어에 프렌치 액센트가 있는 친구인데, 유난히 프렌치
계 냄새가 물씬풍기는 귀공자 타입이 호감이 가는 친구다.

어지간히 술이오르고, 이런저런 사무실얘기, 그간 일하며 겪은 에피소드
또는 자기 고향얘기등으로 얘기가 이어지다, 우연하게, 캐나다의 가장
민감한 이슈중에 하나인 퀘벡 독립문제가 대두되어졌다. 유일한 짱개인
나는 얘기가 어느정도 무르익어감에따라 내 성향을 정해야만 했다.
내가 이민와서 몇년을 살았던곳이 퀘벡인지라, 사실 나는 정서적으로는
퀘벡인들을 더 이해하는 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얘기를 가장 편하게
할수있는 사람이 나였을것이다. 나는 내가 그동안 생각해왔던것을 프렌치계를
옹호하며 얘기했다. 역시나 영어계 친구들은 전혀 동요하거나 흥분하지 않는다.
이에 나이외의 몬트리올 출신 친구들이 세명이 가세해서, 열심히들 왜 퀘벡인
들이 독립을 하려고 하는지를 말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도 엄연한 캐나다
의 개척자인데, 왜 우리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며, 또 차별하려 하느냐하는것이다.

모든 대화는 영어로 이루어졌고, 세바스티엥은 내옆으로 자리를 옮겨 나에게
마치 지난 세월동안 캐나다에 무슨일이있었고, 또 자신이 주정부에서 일할때
프렌치마이노리티로서 무슨일들을 겪었었는지, 이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열심히
설명을 했다. 사실 거의 다 알고있는 얘기지만, 그의 진지함때문에, 그의 말을
중간에 끊을수가 없었다. 아주 전통적인 프렌치캐네디언인 세바스티엥은 그의
프렌치문화와 영어권애들의 단순 무식함을 귓속말을 하듯 속삭이며 한 30분을
얘기했다. 

지금은 거의 없어진줄말 알았던 프렌치계에 대한 영국계 캐네디언들의 은근한
차별은 여전한듯 하다. 95년도에 있었던 퀘벡분리 독립찬반 국민투표에 독립
반대가 아주 작은 마진으로 부결되었을때, 당시 퀘벡주 수상이던 빠리죠가
돈과 마이노리티 표 때문에 졌다고 얘기했을때, 아마도 그는 캐나다내에서
같은 마이노리티 취급을 받는 자신들을 배신한 프렌치계를 제외한 모든 다른
마이노리티에 대한 정서적인 배신감때문에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새벽 두시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결국 결론없는 얘기는 그렇게 끝이났고,
웬지 모르는 찝찝함을 안고, 나는 프렌치친구들 세명과 같이 섞여 한참을
걷다가 집으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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