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halee (아기도깨비) 날 짜 (Date): 2003년 11월 14일 금요일 오후 01시 40분 35초 제 목(Title): Re: 대장금 글 지우기 대장 할리입니당. ^^; -- -- 어제는 급한 불을 하나 꺼 놓고는 10시에 기숙사로 들어갔습니다. 10시에 귀가라... 일상적인 경우에는 늦은 퇴근이라 할 수 있어야 할텐데, "10에 기숙사로" 라고 쓰면서, "다른 날 보다 참 일찍" 이라는 수식어를 쓰려다가 참았습니다. 출근이 늦으니 퇴근이 늦은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몸에 배인 생활패턴이 가끔 참 걱정스럽거덩요. 10시에 기숙사로 가서, 요즘 목을 빼고 보는 로즈마리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사 뒀는지 기억도 안 나는, 냉장고에 얼마나 꽂혀 있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카프리 한병을 손에 쥐고서 말이죠. 야~ 오래간만에 맥주 마시니깐 정말정말정말정말 맛있더라구요. 전 송지나라는 작가가 참 좋습니다. 대장금도 열심히 보고, 비교평가의 목적으로 완전한 사랑도 보는데 (일주일 내내 10시부터는 TV만 보고 있다는 말이죠. ^^), 사람들은 유호정 연기가 김희애 연기보다 너무 떨어진다고 머라고 해도 말이죠, 저는 로즈마리라는 이 드라마가 참 좋습니다. 사랑. 그게 남녀간의 로맨스가 되던지, 자식에 대한 사랑이던, 가족애이던. 친구간의 우정이던, 동료간의 챙겨줌이던. 그게 사람들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활의 작은 부분들에서 느끼는 행복이 결국에는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일텐데, 창밖에 보이는 갈색 가을 풍경에 그림으로 그려둔 듯 빨강을 자랑하고 있는 단풍나무를 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도 자연을 사랑하고 작은 순간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근데 이 로즈마리라는 드라마는 사람간의 사랑이라는 게 어떤 것들이 있는지 참으로 잘도 집어내고, 참으로 아프게도 그려냅니다. 요즘에는 드라마 보면서 혼자 찔찔찔 잘도 웁니다.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꺼에요. 할리가 울어? 그 찔러도 피도 안 날 것 같은 애가? 할지도 모르죠. 근데 어제는 경수를 보고 엉엉 울고, 정연이를 보고 찔찔짜고, 마루를 보고 흐르는 눈문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 주 초에는 학교에서 MBTI라는 심리검사를 받았습니다. 학부생들에 비해서 유난히 나이 많은 대학원생들이 설문지 작성에 시간을 많이 잡아먹더군요. 저도 박사저년차때만 해도 팍팍팍 써 내려갔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별거 아닌 것들에서 계속 고민하게 되더군요. `내가 뭘 생각하고 있는 걸까...' 나이가 먹는다는 게, 시간이 간다는 게 그냥 이냥저냥 흘러가는 건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드라마를 보면서 징징 짜는 제 모습을 보면서도 나도 이제 사람이 되어 가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위해 사는가. 제 모니터 머리에는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우체국 광고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그 문구를 메신저에 이름으로 새로 올려뒀습니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되고 싶은 것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어쩌면, 할 수 있는 것도 많고, 될 수 있는 것도 많은데. 내 앞에 놓여있는 저 길들이 아닌 나한테 멀리 있는 길들로만 자꾸 가고 싶어집니다. 갈림길이 있습니다. 헌데 이정표가 하나도 없습니다. 참 멍멍하고, 누군가 이야기 걸 사람은 없고. 메신저는 만만한 사람이라고는 작은 오빠 밖에 안 보입니다. (휴~ 도대체 친오빠랑 메신저 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을 껍니다.) 그래도 울 오빠, 인생 상담자로는 참 훌륭한 사람입니다. 결국 이야기의 결론은 그거죠.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알고 있던 결론이지만. "정말 니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주변 상황이나, 지금 네가 붙잡지 않으면 달아날 것 같아서 붙잡고 싶은 그 기회나, 그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진정 네가 하고 싶은 게 뭔지를 곰곰히 생각해 봐라." 살아가다보면, 내가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내 머리속에 콱 박혀있는 것들이 있더군요. 그런 걸 가치관이라고 부르지 않을까.. 싶은데. 바르게 살기. 타인에게는 관대하되 자신에게는 엄격하기. 사람들과 만나는 사회라는 곳에서 꼭 지키고 살고 싶은, 그리 하지 않으면 큰 죄를 짖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근데. 약게 살아가라는 유혹들이 너무나도 강합니다. 그 길의 장점이 뭔지 너무나도 잘 알면서, 도의적인 책임들, 내가 할 수 있는 몫,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헌데, 그런 저를 보면서 사람들이 "바보. 그렇게 생각하지 말어" 합니다. 일이나 돈보다는 사람, 사랑. 행복한 가정. 하지만 문제는 뭘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위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사회인으로써의 내가 아니라, 친구와 가족으로써 그니깐 인간으로써의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로즈마리의 정연이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아.. 그래도 정연이는 세상에 자기를 기억할 사람들을 많이 남겨두고 떠나겠구나" 그래서 그녀가 참 부러웠습니다. 어제는 그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정연이는 일종의 자폐증이 있어. 주변에 금을 딱 그어놓고, 밖에다가 이야기를 하지. `다들 안녕하세요. 잘 지내시죠. 어머나 근데 이 금을 넘어오지는 마세요.' 그런 애가 간병인을 쓸 수 있을까?" 어제 그 대사를 듣고 그 생각을 했습니다. "나도 자폐증인데..." 누가 그 선을. 좀 밟고 넘어와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면서도, 선을 넘어올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두지 않고... 앨리맥빌을 보면 이런 말들이 가끔 나오죠. (모든 걸 드라마를 기준으로 비유하는. TV쟁이 할리. ^^) '가지지 못한 것을 영원히 갈구하는. 그래서 영원히 행복할 수 없는' 가끔 내가 저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회인으로써의 가치관은 앞으로도 열심히 지켜나가면 되겠지만 인간으로써의 가치관을 지켜나가려면 좀 노력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킬 대상을 찾아야 하니깐요. ^__^ -- -- 가을이니깐 다들 생각이 많아지고 외롭긴 한가 봅니다. 삐직수군~ 누나가 서울 복귀하면 주변에 잘 뒤져서 친구 만들어주께. ^^; 그리구 모여서 채팅하게 되면 저도 좀 끼워주세요. (나쁜 삐직수. 내가 잘 알려주지도 않는 msn도 공개했건만. 불러주면 잽싸게 접속해서 나두 꼈을텐데. 나빴어. -..-) 채팅이던 talk이던 해 본지 너무 오래됐어요. 채팅은 terminal에서 하는 게 맛인데. msn 너무 시러요. windows처럼 가식적이야. 근데요. MBTI 검사를 두번째로 받았는데. 제가 외향적인 성격이라구 자꾸 나와요. 난 전화하는 거보다는 메일 쓰는 게 좋구, 말하는 것 보다는 글 쓰는 게 좋구, 주말에 모임 나가는 거 보다는 혼자 있는 게 좋은데. 사람들은 모이면 재잘재잘 잘 떠들고 잘 노는 저를 보고 외향적이래요. 그런데.. 이렇게 자기 이야기 주절주절 생각도 없이 잘 쓰는 거 보면 어쩌면 생각 없고 속 없는.. 그런 '외향'인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 음. 거의 일기 쓰듯 편지 쓰듯 글을 썼네요. 이거 또 곧 지우겠네.. 쿠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