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tobby (-* 토비 *-)
날 짜 (Date): 2003년 10월 29일 수요일 오전 12시 08분 12초
제 목(Title): 사회 부적응


내가 직장을 접한 것은 세번있었다.
첫번째는 학교 내에 있는 병역특례 연구소였고, 두번째는 아주 짧았지만
선배가 차린 회사였고, 지금이 세번째 직장이다.
근데, 앞의 두 경험은 직장경험이라기 보다는 학교생활의 연장이였으니,
지금 내가 다니는 직장이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처음 IBM에 입사했을 때, 난 여러 컨설팅 회사처럼 그런 생활을 기대했다.
물론 내가 맡은 일은 주로 비지니스 컨설팅이였지만, IBM이 어떤 회사인가.
이 회사는 박스 파는 것(대형 프레임 하드웨어)이 주된 일이고 서비스를 시작
한지도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특히나 비지니스 서비스? 
그건 더더욱 없었다. 그 시초가 우리 팀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우리팀에 합류한게 팀이 만들어진지 2년이 안된 시점이였으니...

이렇다보니, 결국 내 업무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아가, 결국엔 시스템
구축이 주된 업무가 되었다. 즉, 앞단 컨설팅부터 시스템 구축까지 이어진다.
또한, 이 분야의 영업은 기존의 박스장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뭘 알아야 고객을 설득하지. 요즘 고객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결국, 영업부터 제안서작업, 업무 컨설팅, 시스템 구축까지... 그야말로
End-to-End를 다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희안한 것은, 회사에서의 내 역할이 업무 컨설팅이라는 것이다.
그럼 그 일만 하면 되는가? 절대 아니다. 몽땅 다한다.
그렇다면, 그만큼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는가?
보상과는 그리 큰 관련이 없다.
그래서 난, 처음 1년간 이런 희안한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사회 부적응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내 매니저와도 매번 갈등이 있었다.
처음엔 나에게 엄청난 훈시가 있으셨고 난 건방지게도 내 매니저의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꺼꾸로 설득을 했다.
그러다가 결국 매니저가 포기했다. 물론 평가는 최하로 주었고. -_-;;;

하지만 내 매니저의 평가를 기분 나뻐한적은 없었다.
모 그거야 매니저의 고유 권한이고 그 분의 나에 대한 평가니까.
중요한 것은, 내 스스로에 대한 평가이다.
난 처음 1년 동안 분위기 파악하느라 조용히 지냈을 뿐이지, 뭔가를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부터 난 내 일을 했다. 내가 일을 만들고 내가 해결하고 완료시켰다.
오직 일에만 집중하고, 남이야 모라고 떠들던 심지어 내 매니저가 뭐라고
하시든 별 관심이 없었다.
사실 직장생활 하다보면, 얼마나 많은 정치적(?) 음모와 술수들이 난무하는가.
누구는 어떻더라, 누구는 얼마를 받았더라, 누구는 누구랑 친하더라 등등...
책상만 벗어나면 꼭 이런 얘기들로 가득차있다.

사실 난 내가 지금 하고있는 일에서 풀어야 하는 아이디어가 더 중요한데...

솔직히 회사로부터 돈도 많이 받고싶고, 잘 한다고 인정도 받고싶고,
승진도 남들보다 빨리 하고싶긴하다.
하지만, 그 전에 내 고객에게 해줘야하는 숙제 먼저 풀어야 한다.
왜냐면, 내가 회사로부터 받는 월급이 고객으로부터 나오니까.


난 머리가 단순하다. 두 가지 이상 한꺼번에 생각하지 못한다. 
그게 나의 단점인데... 모 어쩌겠는가. 이대로 살아야지모.

내 매니저의 이직으로 인하여 우리 팀은 다른 팀에 흡수되었고, 난 아예 다른
팀으로 옮겨 새로운 매니저와 동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지금도 난 내 일을 내가 만들어서 스스로 투입시키고 있다. ^^;;;


물론 내가 '사회적응자'가 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내 소신이 있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도 각자 소신이 있고 나와는 다르다.
나는 그 사실을 인정한다. 그리고 그 소신을 부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각자의 길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TV를 보더라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그리 유쾌한 또는 상식적인 모습을
보기가 그리 쉽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탓해서 얻어지는 것은 없다.
그저 그런 모습들을 자신에게 좋은 공부로 삼으면 되는 것이지.
또 아는가. 나도 남들에게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고있는지도...  :)


===============================================================================
행위 속에서 침묵을 느끼며 침묵 속에서 행위를 발견하는 이는        ^ o ^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는 이 행위의 물결 속에 파묻혀 있지만    -ooO-----Ooo-
그러나 동시에 그는 저 초월의 차원에 있다. - 바가바드기따 -     -* Tobby *-
===============================================================================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