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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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halee (아기도깨비)
날 짜 (Date): 2003년 10월 25일 토요일 오후 07시 51분 09초
제 목(Title): 가을타기


  겨울옷 꺼내서 걸어두기

  목도리들 하나하나 서랍장에 넣기

  고등학교 때 서울가셨던 아빠가 사 주셨던
  빨간 털장갑 꺼내보면서 배시시 웃어보기

  추워진 방안에서 이불 돌돌 말고 웅크리고 자기

  구석에 넣어뒀던 가습기 꺼내서 어디 놓고 쓸까 살펴보기

  더 추워지기 전에 언제쯤 손세차를 해야할까 고민하기

  가을탄다고 멍한 표정짓고 있는 후배녀석들 놀려주기

  춥다면서 팔짱끼는 여자후배들 보면서 기분 시큰둥해지기

  -- --

  "정말 남자들은 가을타나봐~"
  불끄고 누운 기숙사 방에서 룸메이트가 이야기를 꺼낸다.

  '흠~ 가을 타는 기분을 느낀 게 언제였더라...'
  그렇게 생각했는데.

  토요일. 연구실 사람들이랑 저녁 맛있게 먹고 들어와서
  그냥 이곡저곡 넣어뒀던 winamp에서 김윤아의 목소리가 들린다.
 
  "봄날은 간다"

  갑자기 가슴이 확~ 시려져버렸다.

  @ 어찌 '봄날을 간다'를 듣고 가을에 푹 잠겨버린단 말인가.
    단 1초 만에...
  @ 'Gloomy Sunday'를 듣고 자살한다는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
    김윤아의 보컬은. 뭔가 마약 같은 게 있다.
  @ 흠. 마약을 못 먹어봤는데, 어떻게 "마약 같은지" 알지.
    흠. 기냥 KBS에서 "한국사회를 말한다"나 보러가야 되겠당.
    나는. 이제 어른이고 기성세대가 되어가고 감정이 무뎌지고 있고
    그래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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