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elika) <61.78.251.73> 날 짜 (Date): 2002년 6월 15일 토요일 오전 03시 24분 39초 제 목(Title): 한밤으로 우리 헤어질 땐 서로 가는 곳을 말하지 말자 너에게는 나를 떠나버릴 힘만을 나에게는 그걸 노래부를 힘만을 눈이 왔다, 열한시 펑펑 눈이 왔다, 열한시 창밖에는 상록수들 눈에 덮이고 무엇보다도 희고 아름다운 밤 거기에 내 검은 머리를 들이밀리 눈이 왔다, 열두시 눈이 왔다 모든 소리들 입다물었다, 열두시 너의 일생에 이처럼 고요한 헤어짐이 있었나 보라 자물쇠 소리를 내지 말아라 열어두자 이 고요 속에 우리의 헤어짐을 한시 어디 돌이킬 수 없는 길 가는 청춘을 낭비할 만큼 부유한자 있으리오 어디 이 청춘의 한 모퉁이를 종종 걸음칠 만큼 가난한 자 있으리오 조용하다 지금 모든 것은 두시 두시 말해보라 무엇인가 무엇인가 되고 싶은 너를 밤새 오는 눈, 그것을 맞는 길 그리고 등을 잡고 섰는 나 말해보라 무엇인가 새로 되고 싶은 너를 이 헤어짐이 우리를 저 다른 바깥 저 단단한 떠남으로 만들지 않겠는가 단단함 마음 끊어 끌어낸... 너에게는 떠나버릴 힘만을 나에게는 노래부를 힘만을 -시집 "황동규 시선집"(문학과 지성사)에서 또 시하나 옮깁니다. 좋죠? 계절적으로, 온 국민이 흥분한 지금 이 시점에는 맞지 않는지 모르지만.. 새벽 3시 반.. 날밤을 새우고 있는 제게는 어울리는 시같아요. 창문을 열었더니,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확 불어닥칩니다. 이럴 때 있죠.. 고향의 이 맘때 바람은 서울의 것과도 다르고, 다른 어느 나라에서 부는 바람과도 다르고.. 향내가 다릅니다. 뭔가 자극하는데 그건 꼭 맘속에 감춰진 울음을, 아주 어린 아이의 울음을 이끌어내는 것만 같습니다. 할리님의 후배가 되려는 휘니군이 있는데, 제 후배가 되려는 후배는 없나요? 어쩐지 서운.. 하하. 사회과학계열인가.. 내 후배되기도 쉽지는 않을텐데.. 가끔 장보러 가면 고등학교 후배들을 봐요. 같은 교복, 뱃지.. 반가워서 계속 쳐다보다가 말도 한번씩은 걸어본답니다. 살을 빼야지 인사를 가든 말든 할 것인데.. 학교 벽에 1회 졸업생부터 얼굴사진이 쫙 붙어있거든요. 저는 1회졸업생.. 왼쪽에서 세번째 있습니다. 1반이었으니까. 그때 대비 10킬로가 쪘으니까.. 다이어트는 좀 해야지 생색내고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은.. 집에 돌아와서 '가정부'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기말고사 11과목을 보는 남동생이 어쩌다 집에 들어오면 밥해먹이고, 설겆이 하고.. 엄마 뒷바라지 하고 장보러 가고.. 우리 동네는 초현대식 백화점부터 재래식 시장, 600년된 나무 옆의 옛 빨래터까지 공존하는 곳입니다. 국사책에 보면 가끔 구석기 시대 유적지 이런 걸로 나오기도 하고.. 신석기인가. 여하간에.. 더 이상 개발의 이름으로 네모반듯한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서는 일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는데.. 옛날에 장보러 가면 "어.. 엄마 닮았네.. 아빠 닮았네." 하시더니 요즘은 "새댁" 이렇게 부르네요. 하기야.. 살은 안 빼고, 옷은 몸배비슷한 차림으로 다니니까 어쩔 수 없지만 은근히 그걸 즐기는 나의 심리는 아마도, 약혼반지를 괜히 한번 끼고 돌아다니는 그런 심정하고 같은 걸까요. off모임은.. 언제 하실 계획인가요? 모두 토요일이 제일 좋지 않을까요? 헤헤. 28일은 어떠실지요? 의견 올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