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elika) <210.108.181.124> 날 짜 (Date): 2002년 3월 5일 화요일 오후 03시 51분 18초 제 목(Title): 02학번을 위해:92년과 첫사랑 92년 3월… 9년전이라… 9년이라… 왜 한숨이 나오지? ^^ "햇살이 따스했다. 세상이 싱그럽고 아름답게만 보였다…그를 사랑해서 행복했고, 지금도 나는 그를 만나면 마치 겨울연가의 주인공들처럼 다시 사랑할 것이다..지난 10년동안 단 한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첫사랑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을까? 나는 적어도 그 첫사랑을 기억하는 수는 절대적으로 남자가 많을 것이며, 좀 더 정확하게는 '침한번 못 발라본(미안타.. 02학번에게 이런 말 쓰게 되는게.. 나도 늙은이에게서 배운 말이다) 사람'이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굳게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아마.. 남자가 더 첫사랑을 기억하는게 아닐까 싶어(중간의 논리적인 추론 단계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보드에 02학번이 생기고 겨울연가, 혹은 첫사랑 얘기로 많은 여자들이 가슴 설레고 그러길래 한번 그 시절 생각해보려 했더니 왜 별 생각이 나지 않을까. 아니.. 사실 몇 년전의 일은 다 잊었어도 그때 일은 세세히 기억하고 있다. 다만 그 추억이 이제 향기를 잃어서 아주아주 고정된 플라스틱같은 느낌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고등학교와 대학 사이 일년 동안 어느 정도 절충적인 시절을 보냈기에 그랬는지 워낙의 성격탓인지 남자친구를 미리 사귀고 대학을 가서인지-그러니까.. 고의적으로 같은 대학을 선택하게 된 얄궃은 경우라고 할 수 있는- 전혀 기대도 없었다. 아니.. 모르겠다. 다만 혼자 객지 생활을 하게 되어서 처음에 아주 많이 불안정했다는 기억이 난다. 그 남는 시간 동안 정말 뭐해야 할지 몰라서.. 그리고 그 첫사랑이라는 것이 질곡이었다는 것, 내가 선택했지만 그것또한 그래야만 해야 할 것같은 생각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을 굳이 하고픈 내 행동들, 정말 모든 걸 같이 해야 한다고 믿었고 내가 그 아이를 위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우리 과에 안가고 결국은 남자친구 과에서 더 먼저 친구들을 사귀게 된 거나, 싸운다고 노천극장에 소주병 가득 사안고 올라간 거나 거기서 '별이 진다네'노래 맨날 불러댄거나, 속썩이는 남자친구 덕분에 선배랑 그자리 그대로 앉아 '88 멘솔'을 한갑 다 피고 그대로 쓰러진 거나, 남자 선배랑 영화보러 가서 내도록 죄책감에 시달린 거나.. 엠티가지 말래서 안간거나-못갔다고 썼다가 바꿨다. 안갔다고-, 일주일 수업 내내 빼먹고 결국은 헤어지겠다고 결정하고 나서 선배들 둘이랑 같이 갑자기 어느 순간 강릉가는 차타고 가서 강원도 산 '소주병까고-미안하지만 정말 맛없었다' 여관들어가 "아줌마..우리 그런 학생들 아니예요. 한방 주세요."하는 선배 옆에서 그냥 멍청히 서있다 따라들어가서 잠 한숨 못자고 '내가 여기 왜 따라왔을까' 생각하고. 가끔 터진 최루탄은 역시 괴로웠고, 선배들에게는 '당신이 91년도에 대학들어온게 부러워'라고 감히.. 그 '대투쟁'의 역사를 가져보지 못한 내가 무언가 박탈당한 것같아, 의식화의 계기 혹은 죽어도 안떨어질 동지들을 갖지 못한 것만 같아 성질부렸고, 지금은 없어진 주점들에 매일 들렀었다. 다 기억이 안난다. '희노애락'-아줌마 굉장히 좋다. 지금도 그 분식점은 하시는지.. '행랑채', '유니콘' '청실홍실'-이 아줌마 부산아줌마로서 떡복이 비슷한 안주있는데 그게 맛있지. '보은집'은 아직 있는지 모르겠고.. '바덴바덴'.. 아.. 9년의 세월이 무섭구나. '케사르'도 없고 '시저스'도 없고.. '놀이하는 사람들'은 있는지 모르겠고 '벨벳'은 있고, 아.. 역시 기억을 되살리려면 친구들이 필요하다. 아.. 그리워라 (이번 겨울에 보니 첫번째 골목은 우동골목으로, 두번째 골목은 거의 스파게티 집으로 다 바뀐 것같더라. 못보던 닭집은 왜 그리 많은지.. 나는 마음에 안든다. 솔직히 우리한테 외상술주던 아줌마 뭐하시고 하시는지 걱정된다). 이게 대학 1학년 얘기인지 첫사랑 얘기인지 선배들이랑 방탕하게 술먹고 돌아다닌 얘기인지 구별이 안될테지만.. 그게 바로 그때 생활이었다. 구별이 안되는 것들.. 모든 것들이 다 섞여 있어서 어떻게 내가 내 생활을 컨트롤해야 할지 구분이 전혀 안되던 시절. 결국에 영어는 출석일수 미달로 대학 1학년 1학기 F를 맞았다-강사가 12번 결석이라길래 알았다. 그럼 안나온다. 구차하게 학점 구걸안하겠다.. 말하고 5월부터 안갔다. 나라고 왜 첫사랑의 낭만이 없었겠나. 소위 사랑에 '빠졌다'는 표현을 쓰듯이 그렇게 미친듯이 걔가 아니면 정말 못살 것같은 심정으로 살았다. 너를 잊어주마 내 손으로 일생에 단 한번 머리도 내 손으로 잘랐다. 싹뚝.. 그리고 또 만나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또 헤어지고.. 영영 헤어지고 이렇게 살아오다 보니.. 그 사랑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밖에는 남는게 없더라하면.. 새학기 새 삶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잔인한 얘기겠지. 하지만.. 사람은 옆에서 아무리 얘기해줘도 겪어봐야 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이렇게 살아란 얘기할 학번도 아니고, 그럴만큼 충실하게 살아온 사람도 아니고… 하지만 정신나간 사랑하지 말란 얘기 못하겠고, 다만 하고 싶은 말 한가지.. 다시 10년전으로 돌아간다면.. 난 정말 공부 열심히 할거다. 한달에 책, 고르고 골라서 좋은 책만 서른권씩 읽고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하고.. 정말 공부 열심히 할거다. 공부 안한 사람이 이렇게 가방끈만 늘어뜨리고 산다 싶다-공대생 빼주께요..후후. 02학번.. 진짜 화이팅입니다.. 잘 살아요. 흑흑. 부럽다.. 위의 99학번도.. 토비오빠.. 갈수록 '도인'의 경지에 오르는 듯한 … 할리님.. 아뒤는 할리가 역시 나은 듯.. 생경합니다. 몸은 건강하나 마음이 약간 맛이 갔어요. 씩씩하게.. 올해는 연애하고 결혼합시다. :) 피직스.. 그런 착한 여자를 만나다니.. 잘 해줘라. 호호. 부럽군. 재주도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