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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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kjun (염익준)
날 짜 (Date): 1999년 5월  5일 수요일 오전 03시 25분 23초
제 목(Title): 내가 요즘 제일 하고 싶은 것은


결혼이다.  보다 정확히는 아내가 갖고 싶다.  요즘은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결혼과 항상 동반되는 "누구와?" 라는 질문은 거의 의미가
없어진다.  내가 필요한 마누라는 달콤한 애인일필요도 없고,
귀여운 여자친구도 아니고, 공기같은 가족으로서의 마누라다.
이젠 정말이지, 새벽에 열쇠로 문따고 들어와 더듬거리면서 불을
켜고 싶지는 않다.  집에오는 길에 장에 들려 빈 카트를 끌고
오늘은 뭘 먹을까를 고민하고 싶지도 않고, 모처럼 한가한 일요일에
뒹굴거리다 못해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나오고 
싶지도 않고, 이불을 둘둘말아 안고 자기는 정말 싫다.
자고 일어나서 침대에서 담배를 피다 이불에 구멍을 내도 뭐라 할
사람 없는 이런 생활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
아내만 있으면, 문앞에서 통통 두드리면서 "나야, 빨리 문열어"
그럴 수도 있고, 저녁때는 집에 전화해서 "오늘은 우렁된장국이
먹고 싶은 걸" 이럴 수도 있고, 일요일에는 투덜거리면서 백화점을
세시간씩 끌려다닐 수도 있고, 밤에는 아내를 껴안고 잘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담배는 밖에서 피우라고 그래 줄거고, 어쩌면 끊으라고 말해
줄지도 모른다. 밤 늦게 친구들하고 술먹다가 "집에 마누라가 혼자
있어서 말이지." 그러면서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내가 노력만
열심히 한다면 아들도 하나 낳아줄지도 모른다.  아들이 어릴때는
배위에 올려놓고 노는 걸 구경 할 수도 있고, "어휴 냄새." 그러면서
기저귀를 갈아 줄수도 있을텐데. 좀 크면 같이 장난감도 가지고 놀고,
어린이 날은 아들 손에 끌려 "왜이리 차가 막혀" 그러면서 자연농원도
가고 (마지막으로 자연농원에 가본지가 언제더라...),
담배 심부름도 시키고, 더이상 때밀이에게 등을 맡기지 않아도 되고,
시험 성적이 안좋으면 "내가 어렸을때는 ..." 그러면서 훈계를 할 수도
있고, 나중에는 같이 당구도 치고, 술도 먹으면서
여자꼬시는 법도 가르쳐 줄 수 있다면 정말 얼마나 좋을까...
정말 이렇게만 된다면 더 바랄게 없으련만...






나는 이만육천이백구십팔개피째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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