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Athena (유니콘) 날 짜 (Date): 1998년01월11일(일) 17시22분19초 ROK 제 목(Title): 음식과 젓가락에 대한 예의 ...젓가락질 잘해야만 밥을 먹나요?~~~~ ... 난 중학교 들어가기전에 바로 젓가락질을 배웠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들, 형 할거 없이 모두들 나를 구박하였고 심지어는 젓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반찬이나 밥을 먹으려고 하면 밥을 못 먹게까지한 적도 있다. 그러니까 내가 젓가락질을 배우게 된 연유라하면 먹고 살기위한 필사의 노력덕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젓가락질을 배우고 난 후 누가누가 젓가락질을 잘하나 서로 경쟁이 붙기도 하였는데, 맛있는 반찬 서로 빼앗아 먹기도 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버지와 함께 모두 모여 실력을 겨루었던 짜장면 먹기였다. 보통 사람들이 짜장면을 비빌 때하는 방법은 나무 젓가락을 둘로 자르고 난 후 양손에 젓가락을 쥐고 면과 짜장을 뒤섞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고 젓가락질을 이용하여 잘 뒤섞은 후 짜장면을 먹고 짜장면을 다 먹은 후에 나무 젓가락에 묻어난 짜장의 길이가 가장 짧은 사람이 우승하는 것이었다. 이 경기의 결과를 밝혀보면 우리 아버지가 항상 우승이었고 꼴찌는 젓가락의 1/3을 짜장으로 시커멓게 묻히고 먹는 나였다. 어제는 '맛의 달인'이란 만화책을 보고 있었는데 그곳에 바로 이 젓가락이야기가 나왔다. 우리가 어른을 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듯이 젓가락을 만든 사람과 음식을 만든 사람에 대한 예의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젓가락에 음식을 가득 묻히지 않으면서 젓가락 끝으로만 먹는 것. 음식을 다 먹고 난 후 보기 좋으라는 뜻에서 나온 예절같은데 참 좋아보인다. 한때는 거추장스런 예의, 별 의미도 없는 제사, 한복이나 양복을 입어야 하는 것, 젓가락질을 잘 해야하는 것 등등 이런 거추장스런 것에 왜 의미를 두어야하는지를 이해를 못 하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실용적이지도 도움도 않되는 쓸모없는 못된 전통이 소중하다는 것이다. 점심때 김밥하고 우동을 먹었는데 그 음식점의 젓가락은 특이하게도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일반 나무 젓가락이 아니라 좋은 나무로 잘 다듬은 무늬도 이쁘게 넣은 것이었다. 쇠의 차가움이 아니라 나무의 소박함이 묻어나오는. 음식을 만든 사람은 아무생각없이 만들었겠지만 먹는 나는 오늘따라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