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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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jinyon (  지니온)
날 짜 (Date): 1997년07월18일(금) 10시18분02초 KDT
제 목(Title): 이상한 만남



첫번째 만남은 우연, 두번째 만남은 인연, 세번째 만남은 운명.

한 여자와의 이상한 만남이 있었다.
아니, 만남이랄 정도는 안되고 그냥 마주침이라고나 하는 게 옳겠지.

그녀와의 첫번째 마주침은 내가 작년에 시골로 이사를 간 지 채 몇달이 안되서였다.
추석 2~3주 전, 나는 대야미역에서 전철을 탔다.
그때 그녀는 나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있었고 상록수역에서 내렸다.
난 한대앞역에서 내려 나의 걷는 취미에 심취하였다.
2시간 쯤 후, 나는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상록수역에서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나타나 하필 같은 칸에 타게 되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는 상록수에서 이것저것 장을 보고 역시 집엘 가기 위해
역에서 전철을 기다렸다. 그런데 또 그녀가 나타났고 이번엔 같은 칸, 같은 문의
양쪽에 기대어 서로를 마주보게 되었다. 이때가 그당시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나는 손에 무거운 비닐봉지를 들고 있었고 그녀에게 말을 건네지도
못한채 대야미역에서 내리고 말았다.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리라고 기대하며.

반년이 지나고 그녀의 기억이 거의 잊혀질 무렵인 올해 1월.
나는 지산 스키장에서 야간 스키를 타고 밤 11시 경 금정역에 도착해 있었다.
안산행 전철을 기다리고 있었고 바지는 귀찮아서 스키복 차림 그대로였다.
이때 그녀를 또 한번 보았다. 두번째 마주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차림새도 엉망이고 시간도 너무 늦은 참이라 역시 기회를 챙기지는 못했다.

또 반년의 시간이 흐른 엊그제 일요일, 그녀와의 세번째 마주침이 있었다.
일주일동안 격일로 밤샘과 자정까지를 반복한 후 모처럼 쉬는 날이었다.
난 혼자 영화를 보러갔고 항상 하듯 한번 반을 보았다.
집으로 돌아와 밥을 해먹기 위해 오후 5시쯤 안양역에서 수원행 전철을 기다렸다.
그때 그녀는 나의 앞을 지나쳐 역의 중간 지점을 향했다.
나는 이것이 나의 마지막 기회라 여겼고 그녀 근처로 갔다.
그러나 말은 끝내 걸어보지도 못했고 다만 안산역까지 따라가 쫓아내렸다.
그녀는 99번 버스를 타고 사라졌고 나는 그냥 대야미로 돌아오고 말았다.

단지 그녀가 예쁘기 때문일까. 아니면 진짜로 무슨 인연이 있긴 한걸까.
그녀의 첫모습부터 낯설게 느껴지진 않았고 
오랜만에 보게 되었지만 그녀란 걸 멀리서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엔 녹색 가방이었지만, 처음 봤을 때와 엊그제도 메고 있던
그녀의 노란색 가방 때문이었을까. (난 노란색에 약하다)

다시 전철에서라도 우연히 만날 수는 있을까.
그녀의 긴 머리와 안경 속의 파란 눈화장과 갸날픈 몸매가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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