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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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rheeyj (TinSoldier@)
날 짜 (Date): 1996년06월02일(일) 00시34분15초 KDT
제 목(Title): 모르는 사람


얼마전 과 후배가 내게 물었다. 

"오빠, X X X 란 사람 알아요?"

"음?  모르겠는데? 누구지?"

그 친구 말이, 동문회를 나갔는데 (참고로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와 이름이 같은

여고임)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와 같이 했다고 한다.

그때, 한 사람이 나와 동기였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나를 아냐고 물어 보았다고 한다.

그는 날 안다고 하며 3학년 때에 나와 같은 반이었다고 말하더란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런 이름은 기억에 없었다.

"아마 잘 못 알고 그런 걸꺼야... 날 안다면 내가 모를리 없지..."

얼버무리고 말았다.

집에 돌아와서 먼지 덮힌 고등학교 졸업 앨범을 펼쳐 보았다.

(그런데 대학 졸업앨범과는 달리 이름이 모두 한자로 쓰여 있었다.)


내가 몇 반이었는지를 기억해내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이곳저곳을 들추다가... 찾은 우리 반에... 그 이름... X X X 가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얼굴이 그의 이름만큼이나 낯설다는 것이었다.


.......


단 한번도... 단 한번도... 난 그 친구와 진심으로 인사를 나누었던 기억조차

없었다.

다른 얼굴들을 보았다... 이름들을 읽어 보려 했다...

그러나 거의 모두가... 내가 모르는 사람들 뿐이었다.


고3시절. 수업시간에는 수업만 듣고, 도시락도 옆에 앉은 친구들과만 먹고,

또 그 친구들과 도서관에 잡혀서(?) 11시까지 자습하고...

당시에는 도서관에 등수대로 잘라서 가두어 놓고 공부를 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반에 학생이라도 같이 도서관에 지내다 보면 그나마 친해질 수 있는데...

같은 반에 있는 다른 학생들과는 말 한 마디 나눌 기회가 별로 없었나?

아마 필요를 못 느껴서였겠지...

지금도 연락이 되고 가끔 만나기라도 하는 친구들은 모두 도서관에 같이 있던

사람들이다. 그나마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이라도 아는 사람도...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 반에 있던 사람들  중에 연락이 되거나, 그나마 소식을 아는 사람은...

서울대를 간 4명과... 우리 학교에 온 7명 뿐이다.

나머지는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그들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잊고 살았다.


나를 안다고 말한 그 친구에게 한없이 미안했다.

그를 모른다고 말한 내가 부끄럽기만했다.

서글프다.

무엇이 나를 이처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무엇이 나로 하여금 좋은 대학 다니고, "잘 나가는" 친구들만 기억하게 했을까...



            속물 TinSold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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