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Leen (라일락내음() 날 짜 (Date): 1996년05월05일(일) 03시37분18초 KST 제 목(Title): 연어 .... 25 눈맑은연어는 산란터를 다 만들고 나서, " 은빛연어야, 이제 알을 낳을 때가 되었어." 하고 말했다. 그녀는 지쳐 보였지만, 얼굴에 생기를 잃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같다. " 은빛연어야, 이리 가까이 와." 그녀는 말의 첫머리마다 은빛연어의 이름을 붙이면서 말했다. 그 이름을 부를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는 것일까?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와 나란히 산란터 위에 몸을 멈춘다. 지느러미를 하나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멈춰 서 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시간이 정지된 듯 주변이 고요하다. " 은빛연어야." 은빛연어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연어가 알을 낳는다는 것은 기나긴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은빛연어는 밀려오는 두려운 생각 때문에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것을 느낀다. 그는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눈맑은연어와의 사랑이 끝난다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초록강과의 완전한 이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 눈맑은연어야,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강물은 흐르겠지?" " 아마 그럴거야... 계속 흐를거야." " 강물이 우리를 기억할까?" " 그게 무슨 말이니?" " 강물을 믿지 못하는 연어는 강으로 돌아올 수도 없거든. 아마 우리의 알들도 강물을 믿을거야." 눈맑은연어가 침착하게 말했다. 하지만 은빛연어는 마음 한편에서 물결처럼 철썩이는 불안감을 숨길 수가 없다. " 우리가 사라지면 강이 우리의 알들을 지켜줄까?" " 연어는 알을 지킬 필요가 없지만, 우리의 죽음이 새끼들을 키울거야. 틀림없이 강이 알들을 지켜줄 거라고 믿어." 은빛연어는 눈앞이 캄캄해진다. 삶이라는 것을 돌이킬 수 있다면, 다시 처음부터 한번 시작해보고 싶었다. 만약에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눈맑은연어에게 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었다. 부끄러운 삶의 시계 바늘을 뒤로 돌릴 수만 있다면.... " 새끼들이 알에서 깨어나면 우리를 까맣게 잊어버리겠지?" " 하지만 잊어야만 훨씬 더 행복한 기억을 갖게 될지도 몰라. 그게 연어의 삶이거든." 눈맑은연어는 그 말을 마치자마자 입을 커다랗게 벌린다. 그러자 눈맑은연어의 배에서 수많은 알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 알들은 눈맑은연어의 몸 빛깔을 닮은 눈부신 앵둣빛이다. 강 바닥 산란터의 자갈 사이로 앵둣빛 알들이 가라앉고 있었다. 이제 은빛연어의 차례다. 은빛연어는 눈을 질끈 감는다. 그러자 은빛연어의 배에서 흘러나온 하얀 액체가 앵둣빛 알들을 하나하나 적시기 시작한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는 입을 딱 벌린 채 나란히 서서 한참을 그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가 이루어낸 이 세상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풍경이었다. 또한 그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장엄하고, 가장 슬픈 풍경이기도 하였다.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오 년 전 연약한 어린 연어의 몸으로 상류에서 폭포를 뛰어내렸다.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바다라는 커다란 세상 속으로 거침없이 헤엄쳐갔다.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북태평양 베링 해의 거친 파도를 이겨냈다. 이 한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초록강을 찾아 돌아왔다. 바로 이 한 장의 풍경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수많은 죽음을 뛰어넘었고, 이제 그들 스스로 거룩한 죽음의 풍경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산란을 마치면 그들은 비로소 영혼이 없는 몸이 되어 물 위로 떠오를 것이다. 삶의 모든 에너지를 세상 속에 다시 돌려주고 그들은 하얗게 변한 가벼운 육체로 떠오를 것이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 그들은 눈을 감기 전에 서로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 저 알들 속에 맑은 눈이 들어 있을거야." " 그 눈들은 벌써부터 북태평양 물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몰라." 라고. 그리고. 초록강에는 겨울이 올 것이다. 겨울이 오면 강은 강물이 얼지 않도록 얼음장으로 만든 이불을 덮을 것이다. 강은 그 이불을 겨우내 걷지 않고 연어알을 제 가슴 속에다 키울 것이다. 가끔 초록강의 푸른 얼음장을 보고 누군가 지나가다가 돌을 던지기도 할 것이고, 그 때마다 강은 쩡쩡 소리내어 울 것이다. 봄이 올 때까지는 조심하라고, 가슴 깊은 곳에서 어린 연어가 자라고 있다고. ... .., ...., ...., .., .. * 사람이새벽다섯시에일어나밤열시에 : : :.., :.., :. : 잔다면지금내삶은이른열한시십오분쯤 : : : : : : : --- 난저녁때고운노을을만들수있을까 .:. .:..; .:..; .:..; .: :: E-mail_ ileen@chol.dacom.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