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Leen (라일락내음() 날 짜 (Date): 1996년05월05일(일) 03시34분12초 KST 제 목(Title): 연어 .... 19 " 자, 꾸물대지 말고 어서 가자." 연어 무리의 회의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이미 몇몇 연어들이 자리를 뜬다. 턱큰연어도 어쩔 줄을 모르고 허둥대는 표정이 역력하다. 과학자 빼빼마른연어 가 찾아놓은 기로 향하는 게 원래 의심 많은 그도 선뜻 내키지 않는 모양이다. 그때 은빛연어가 연어들의 앞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 우리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안될까?" 자리를 뜨려던 연어들이 냅다 소리를 지른다. " 생각은 무슨 생각. 어서 가기나 하자구!" " 나는 쉬운 길로 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은빛연어는 또렷또렷하게 말했다. 그의 말이 던지는 느낌이 뜻밖에 강해서 연어들의 시선이 하나둘 그를 주시하기 시작한다. " 연어들에게는 연어들의 길이 있다고 생각해." " 그게 무슨 뜻이지?" 은빛연어의 머릿속은 어느새 그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들어차 있다. 500여 마리의 연어 떼를 이끌고 폭포를 통과하기 직전의 아버지. 그 아버지는 쉬운 길을 가지 않는 위대한 연어였다. " 인간들이 만들어놓은 쉬운 길은 연어들을 위한 길이 아니야." " 혼자서 잘난 체 하지마!" 성미가 급한 연어들은 드러내놓고 은빛연어에게 대들기 시작한다. " 도대체 쉬운 길로 가는 걸 반대하는 이유가 뭐냐?" " 쉬운 길을 찾아놓고 떠난 과학자를 나는 존경하고 있어. 그가 온몸을 바쳐 그 길을 찾아낸 것을 나도 인정을 해. 하지만 우리 연어들에게는 폭포를 뛰어넘을 수 있는 끝없는 능력이 있다구.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지 말자는 거야." " 그건 고통스러운 일이라는 걸 너도 알잖니?" " 물론이지." " 굳이 그 고통을 사서 할 필요가 있는 걸까? 우리는 어서 상류로 가서 알을 낳아야 해. 한시가 급하다구." 눈맑은연어는 아까부터 은빛연어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은빛연어가 어떤 대답을 할 지 그녀도 매우 궁금한 것이다. 은빛연어가 무겁게 입을 뗀다. " 알을 낳는 일은 매우 중요해." 은빛연어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듣고 눈맑은연어는 깜짝 놀란다. 이건 은빛연어 에게서 처음 듣는 말이다. 알을 낳는 일보다 중요한 삶의 의미가 있다고, 자신은 그걸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하던 그가 아닌가. 눈맑은연어는 젖은 눈으로 은빛연어를 계속 바라본다. 분홍으로 물든 은빛연어의 비늘이 그 어느때보다도 눈부시게 여겨지는 순간이다. 은빛연어가 계속 말했다. " 쉬운 길을 앞에 두고 어려운 폭포를 뒤어오르고 싶은 연어는 하나도 없을 지 몰라." " 이제야 정신을 차리는군." 돌아서려던 연어들의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 그렇지만..." 은빛연어가 잠시 말을 멈춘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아버지 연어와 자신의 모습이 겹쳐지고 있다. 그래서 그는 그 알 수 없는 감격 때문에 마음을 가누기가 힘든 것이다. 은빛연어의 눈은 아버지와 자기 자신 사이에 연결된 보이지 않는 한 가닥의 끈을 보고 있었다. 그 끈은 살아 퍼덕이는 강물 같기도 했고, 강물이 내쉬는 푸른 숨소리 같기도 했다. 한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은빛연어는 어느새 옛날의 그 늠름한 은빛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 우리 연어들이 알을 낳는 게 중요하다는 것은 나도 알아. 하지만 알을 낳고 못낳고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좋은 알을 낳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쉬운 길을 택하기 시작하면 우리의 새끼들도 쉬운 길로만 가려고 할 것이고, 곧 거기에 익숙해지고 말거야. 그러나 우리가 폭포를 뛰어넘는다면, 그 뛰어넘는 순간의 고통과 환희를 훗날 알을 깨고 나올 우리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넘겨주게 되지 않을까? 우리들이 지금, 여기서 보내고 있는 한순간, 한순간이 먼 훗날 우리 새끼들의 뼈와 살이 되고 옹골진 삶이 되는 건 아닐까? 우리가 쉬운 길 대신에 폭포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 뿐이야." 은빛연어는 이미 예전의 나약하고 부끄럼 많던 연어가 아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의 마음은 귀를 기울이고 있는 연어들의 마음 속으로 잔잔히 전해지고 있었다. 연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 맞아. 쉬운 길은 길이 아니야." " 쉬운 길을 가지 않는 연어가 아름다운 연어라고 생각해." " 은빛연어의 말을 따르겠어." " 나도 폭포를 뛰어오를거야." 그의 말을 다 듣고 난 연어들이 폭포 밑으로 모여든다. 처음에 쉬운 길로 가자고 말하던 연어들도 쭈빗거리며 은빛연어 쪽으로 헤엄쳐온다. 토론을 더 이상 계속할 필요는 없었다. 회의를 끝내면서 턱큰연어가 말했다. " 은빛연어의 말이 옳아. 몸이 허약한 연어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폭포를 뛰어오르면 좋겠어. 등굽은연어와 알을 많이 품어 몸이 무거운 연어 몇 마리만 쉬운 터널 길로 올라가도록."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가 염려스럽다. 그녀도 알을 많이 품은 연어 중의 하나다. 눈맑은연어는 기어이 폭포를 뛰어오르겠다고 버틴다. " 너는 알을 낳아야 하잖아?" " 나는 네가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 쉬운 길은 길이 아니라고, 너는 말했지. 거슬러오르는 기쁨을 알려면 주둥이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봐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그것을 뱃속에 있는 알들에게 가르치고 싶어." 그녀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었다. ... .., ...., ...., .., .. * 사람이새벽다섯시에일어나밤열시에 : : :.., :.., :. : 잔다면지금내삶은이른열한시십오분쯤 : : : : : : : --- 난저녁때고운노을을만들수있을까 .:. .:..; .:..; .:..; .: :: E-mail_ ileen@chol.dacom.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