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Leen (라일락내음() 날 짜 (Date): 1996년05월04일(토) 13시59분18초 KST 제 목(Title): 연어 .... 9 속 깊은 아저씨같이 고요하고 푸른 강물. 그 따뜻함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강이 고여 있는 것인지, 흐르고 있는 것인지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늑했다. " 은빛연어야, 너는 바다를 보았겠구나." 초록강은 바다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강은 아직 바다에 닿지 못한 것이다. " 네가 본 바다에 대해서 나한테 이야기해줄 수 있겠니?" 은빛연어는 바다 이야기라면 자신이 있다. " 바다는 끝이 없어요." " 얼마나 넓기에 끝이 없다는 거지?" " 넓이가 아니라 싸움이 끝날 날이 없다는 거예요. 서로 물고 뜯고 죽이는 싸움 말이에요. 그 싸움 때문에 거친 파도가 잘 날이 없어요." 은빛연어의 말을 듣고 강이 혼잣말이라도 하듯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 너는 네 아버지와 똑같이 말하는구나." 아버지, 라는 말에 은빛연어는 귀가 솔깃해진다. " 그럼 아저씨는 제 아버지를 아세요?" " 알고말고." 은빛연어는 아버지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댄다. " 네 아버지도 너처럼 은빛 비늘로 온몸이 빛나는 연어였단다." " 아하, 그랬군요." 은빛연어는 갑자기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가 가슴 속이 뭉클해지기도 하고 콱콱 막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의 은빛 비늘을 상상해보는 그의 눈에는 눈물이 핑 돈다. " 그럼 저는 은빛 비늘만 아버지를 닮았나요?" " 겉모습뿐만 아니라 네 마음도 아버지를 쏙 빼닮은 듯하구나. 네 아버지는 마음을 훤히 읽을 줄 아는 연어였어." 초록강은 엣날을 더듬고 있었다. " 네 아버지는 연어 무리의 지도자였지. 500 마리나 되는 연어들을 이끌고 초록강으로 돌아왔단다. 굉장했지. 모든 연어들이 네 아버지를 존경했고, 네 아버지는 또 모든 연어들을 사랑으로 대했단다. 나는 이제까지 그런 거대하고 엄숙한 풍경을 본 적이 없어. 아마 앞으로도 없을거야." 초록강은 그때의 감격을 회상하고 있는 듯 얼굴이 상기된다. 강물 위로 저녁놀이 지고 있다. " 그런데 짧은 사이에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이야." " 무슨 일이 있었나요?" 초록강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 지나간 과거, 특히 아픈 기억의 과거를 함부로 말하는 것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안다. 기억이란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위험이 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은빛연어에게는 사실을 제대로 이야기해줄 필요가 있다. 아버지를 모르는 은빛연어에게 아버지의 역사를 귀띔해준다는 것, 그것은 은빛연어에게 살아가야 할 또다른 이유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네 아버지는 쉬운 길을 가지 않는 연어였어." " 쉬운 길이란 어떤 길인데요?" " 이를테면 인간들이 연어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물길 같은거 말이야. 그 길로 가면 힘들이지 않고 상류로 갈 수도 있지. 하지만 네 아버지는 그런 길을 믿지 않았어." " 잘 이해가 되지 않는군요." " 네 아버지는, 연어들에겐 연어들의 길이 있다고 늘 말했지. 옛날에는 이 강에 폭포가 아주 많았단다." " 폭포라구요? 그게 뭐죠?" " 네 아버지 말대로 하면, 폭포란, 연어들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곳, 이라는 뜻이지. 폭포를 뛰어넘지 않고 그 앞에서 포기하거나,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물길로 편하게 오르려는 연어들에게는 폭포란,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두려운 장벽일 뿐이지." " 폭포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로군요." " 그래. 폭포를 앞에 두고 폭포를 뛰어올라야 한다는 네 아버지 쪽과 그 반대 세력 사이에 갈등이 생겨난 거야." 은빛연어는 점점 궁금한 것이 많아져 다그치듯 물었다. " 그들은 왜 지도자인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죠?" " 폭포를 뛰어오르려면 희생이 크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어. 하지만 네 아버지 생각은 달랐어. 한순간의 희생은 슬프고 가슴아픈 일이지만, 먼 훗날을 위해서 폭포를 뛰어올라야 한다는 거였지." " 먼 훗날을 위한다는 건 또 뭐죠?" " 연어들이 편한 길로 가는 것을 좋아할수록 연어들은 해가 갈수록 차츰 도태되고 만다는 거야. 인간들에게 서서히, 조금씩 길들여지다 보면 먼 훗날 폭포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연어는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게 네 아버지의 생각이었지." " 그 뒤로 어떻게 되었나요?" 초록강은 지는 노을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 폭포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생겨났지. 상류에 도착했을 때 네 아버지는 반대 세력들의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었어. 그래서 네 아버지는 연어 무리의 희생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면서 지도자 자리를 내놓겠다고 했지." " 그럼 제 아버지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거로군요." " 은빛연어야, 네 아버지는 잘못한 게 없단다. 그때 폭포를 뛰어오르다가 희생된 연어들은 모두 인간들에게 잡혀갔을 뿐이야. 폭포 옆에 숨어 연어를 노리고 있던 인간들, 잘못이 있다면 그인간들에게 있을 뿐이지. 네 아버지는 연어의 길을 당당히 가고자 했을 뿐이야." " 아아." 은빛연어의 입에서 들릴락말락하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초록강이 은빛연어를 꼭 껴안아주며 말했다. " 은빛연어야." " 네, 말씀하세요." " 너는 서운하니?" " 아니오." " 그래 그래, 됐다. 너는 지도자가 되지 못했지만, 쉬운 길을 가지 않는 마음이 아버지를 닮았으니 그만하면 됐어. 나도 네가 자랑스럽구나." 강은 그 이후로 은빛연어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초록강으로부터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 은빛연어의 표정은 전보다 몰라보게 밝아졌다. 그는 자신의 은빛비늘을 창피하게 여기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그의 동무들이, " 이 은빛 별종아!" 라고 놀리면서 지나가도, " 그래. 나는 은빛연어야." 라고 웃으면서 대꾸하는 연어가 되었다. ... .., ...., ...., .., .. * 사람이새벽다섯시에일어나밤열시에 : : :.., :.., :. : 잔다면지금내삶은이른열한시십오분쯤 : : : : : : : --- 난저녁때고운노을을만들수있을까 .:. .:..; .:..; .:..; .: :: E-mail_ ileen@chol.dacom.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