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iLeen (라일락내음() 날 짜 (Date): 1996년05월04일(토) 13시56분26초 KST 제 목(Title): 연어 .... 7 그리고 새로운 변화는 몸에서도 일어났다. 초록강 입구에 도착해서부터,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눈맑은 연어를 만나고부터 은빛연어의 비늘에 발그레한 분홍색이 감돌기 시작한 것이다. 눈맑은연어의 몸에도 눈에 띄게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오히려 그녀의 몸에는 은빛연어의 몸보다 더 붉은 주홍색 반점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었다. 며칠이 지나도 그 붉은 빛깔은 몸에서 가시지 않았고, 더 짙게, 더 붉은빛으로 몸을 감싸는 것이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때마침 빨갛게 물든 단풍잎들이 강물에 실려 동동 떠내려오는 게 보였다. 은빛연어는 단풍잎들에게 물었다. " 너희는 왜 몸이 빨갛게 물들었니?" " 가을이 깊었기 대문이야." 단풍잎들이 입 모아 말했다. " 가을이라구?" " 그래.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 단풍잎들은 모두 떠나야해. 한해동안 매달려 있던 나무로부터 떠나는 거야." " 떠나는 일은 슬픈 일이잖아?" 은빛연어는 안스러운 얼굴로 단풍잎들을 바라본다. " 아니야. 우리가 떠나야만 내년에 더 많은 단풍잎들이 나무에 매달리게 되는걸. 그런데 너희 연어 떼는 어디로 가니?" " 우리는 초록강 상류로 돌아가고 있어." " 왜?" " 그건 아직 나도 잘 모르겠어." " 그러면 너희는 왜 몸이 붉게 물들었니?" 단풍잎도 연어들의 몸빛깔이 붉어지는 게 궁금한 모양이다. " 그것도 잘 모르는 일이야." 단풍잎들은 어느새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불어나 강표면을 가득 덮고 있었다. 물속의 연어 떼는 강을 타고 올라가고, 물위의 나뭇잎들은 강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에게 물어보기로 하였다. " 왜 몸이 발갛게 물드는 거지?" 눈맑은연어는 대답 대신에 은빛연어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러고는 조용히 입을 연다. " 우리들의 몸이 붉게 물드는 것은 어른이 되었다는 뜻이고, 그리고 ..." " 그리고?" " 우리는 사랑에 빠진 거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할 때가 되면 모든 연어들은 몸 빛깔이 붉게 변하거든." " 사랑이라구? 그러면 나쁜 병이 아니구나, 붉은 얼룩이. 하하하." 은빛연어는 환하게 웃는다. 그는 괜한 일로 며칠이나 고민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겸연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른이 된다는 게 두렵기도 하다. 책임, 이라는 말이 언뜻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죽은 누나가 전에 말했었다. 어른이 되면 책임져야 할 일들이 엄청나게 많아진다고. 그래서인지 눈맑은연어도 전에 없이 심각한 표정이다. 천천히 그녀가 말했다. " 결혼을 하면 알을 낳아야 돼." " 알이라구?" " 그래, 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뱃속에 이미 수많은 알을 품고 있어." " 네가 정말?" 은빛연어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눈맑은연어를 바라본다. 눈맑은연어는 무거운 표정이었지만 그 무거움 속에는 어떤 각오가 이미 자리잡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은빛연어는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 " 너는 기쁘지 않니? 너의 도움이 필요해." 은빛연어가 나도 기뻐, 하고 선뜻 대답하지 못하자, 눈맑은연어가 계속 말을 잇는다. " 우리는 알을 낳기 위해 지금 우리가 태어난 상류로 가는거야." 잠자코 듣고 있던 은빛연어가 머리를 흔들며 물었다. " 상류에다 알을 낳기 위해서? 오직 그것 때문에?" 눈맑은연어가 침착하게 말했다. "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야." " 그만, 그만해!" 갑자기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의 말을 끊었다. 그는 머릿속이 복잡해진 것이다. ' 모든 연어들이 죽음의 고비를 숱하게 넘기면서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도 적지않은 어려움들이 연어 떼를 가로막을 것이다. 그런데 이 험난한 고비를 넘기고 살아남은 이유가 고작 알을 낳기 위해서라고? 연어들이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는 것이 모두 알을 낳기 위해서라고?" 은빛연어는 이 사실을 믿고 싶지가 않았다. ' 알을 낳기 위해 사는 것은 먹기 위해 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분명히 삶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은빛연어는 눈맑은연어에게 말했다. " 우리가 강을 거슬러오르는 이유가 오직 알을 낳기 위해서일까? 알을 낳기 위해 사랑을 하는 것, 그게 우리 삶의 전부라고 너는 생각하니? 아닐거야. 연어에게는 연어만의 독특한 삶의 이유가 있을거야. 우리가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을 뿐이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하면 우리 삶이란 아무 의미가 없는 게 아닐까?" " 글쎄, 네 생각이 틀렸다고 말하지는 않겠어. 어쨌든... 나는... 알을 낳아야 해. 그 누구도 아닌, 너와 나의 알을 말이야." 눈맑은연어는 은빛연어에게 부풀어오른 하얀 배를 보여주고 싶었다. 은빛연어에게 마음의 눈으로 알을 한번 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상류로 가서 뱃속에 있는 알을 낳는 일, 그 중요한 일을 선뜻 이해하지 못하는 은빛연어가 자꾸 안스럽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 .., ...., ...., .., .. * 사람이새벽다섯시에일어나밤열시에 : : :.., :.., :. : 잔다면지금내삶은이른열한시십오분쯤 : : : : : : : --- 난저녁때고운노을을만들수있을까 .:. .:..; .:..; .:..; .: :: E-mail_ ileen@chol.dacom.co.kr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