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pipiband (감성지수99) 날 짜 (Date): 1996년03월05일(화) 08시13분45초 KST 제 목(Title): <양옹의 추억> 1. 양옹의 첫수업 요즘 너무너무 보고 싶은 선생님이 한 분 계시다. 내가 양옹이라고 불렀던 그 선생님은 고2때 문학 선생님으로 옆학교(이화여 고)에서 건너오셨다. 새학년의 첫 수업은 널럴한 것이 관례이고, 문학 수업 역시 예외는 아니었 다. 양옹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두꺼운 문학자습서를 교탁에 툭 내던지면서 우리에게 물으셨다. '시가 뭐라고 생각하나?' TV 에서 말고는 처음 들어보는 사투리.... 난 나중에 양옹의 특이한 억양을 '오염된 부산말'이라고 불렀다. '앙..그런걸 묻다니... 시가 뭔지 꼭 생각으로 정의해야 하나...' 난 마음속으로 투덜대면서 양옹을 바라보았다. "시는 자유에요." 한 아이가 대답했다. 항상 가식으로 방어막을 쳐서 본모습을 알 수 없고 약간은 미워지려고 했지만 결코 싫어할 수 없었던 친구였다. 그애의 그 답변에 난 폭소를 터뜨렸다. 그애는 그런 식이었다. 한국지리 시간에는 지리가 땅의 진리를 캐는 것이라고 대답해서 또 한번 나를 웃게 만들었던 그 아이.... 그래, 시는 자유라네, 친구.... :) 그러나!!! 교실에서 폭소를 터뜨린 사람은 나 혼자였다. 양옹을 비롯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감탄의 함성을 발산했다. 양옹은 나를 흘낏 바라보고는 말했다. " 지금까지 이런 명답은 들어본적이 없다" <== 오염된 부산말로.... 난 그런 양옹에게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림으로 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각같이 생긴 양옹의 멋진 첫인상이 구겨져버린 것이다. 그 친구의 가식에 속아넘어가는 다른 어른들과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다. 그 수업 이후로 나는 양옹을 싫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