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YonOul (.. 리온 ..) 날 짜 (Date): 1996년01월26일(금) 04시52분47초 KST 제 목(Title): [Re] 잊혀진 노래들... 얼마전 이 곳 학교 사람들이 아닌 포항의 친구들과 모일 일이 있었다. 학교 학생회관에는 피아노가 2대 있어서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데, 모인 사람 중에 음악을 전공하는 후배가 있어서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고 감상하고 하면서 한나절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는 악보중에서 운동권 가요집이 한권있더군... 그 후배는 95학번인데 (당연히 모른다고 생각하고) 물어보았다. " 너 이 노래 아니? " ( <- 사계 ) " 네, 알아요 ... 좋아하는데요 " 난 그 후배가 비발디의 사계와 착각하는 건 아닌가 순간 생각했지만, 코드를 기억하여 악보도 없이 잘 연주하는 것이 아닌가! 난 옛날에 좋아하던 노래들을 찾아서 (비교적 대중적인 곡으로) 반주를 부탁 하고 함께 친구들과 노래를 불렀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그날이 오면', '어머니' ... 난 그 후배가 어떻게 이 노래들을 알고 있는지 너무 신기해서 물어보니 '노찾사' 음반을 들었다고 한다. 역시 좀 덜 알려진 노래를 주문하니 잘 모른다. 그리고 앞서의 노래들도 운동권 가요의 고유한 비장함이랄까 뭐 그런 점들이 느껴지지 않고 단지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답게 화려함이 전해진다. 이게 한계이겠지? 하긴 피아노와 운동권 가요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리고 대리석으로 지어진 이 깨끗한 교정과 운동권 가요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나도 주변인이겠지만) 그 참 맛은 대성 갈비나 독수리 포장마차, 만수 갈비, 보은집 ... 이런 곳에서 소주병 앞에 놓고 붉어진 얼굴의 선배, 후배들이 모여 싸우기도 하고 야자도 터 가면서 목이 터져라 부를 때 느낄 수 있다. 정말 잊혀져 간다. 내게 있던 운동권 노래집은 꺼내 보지 않은지 이미 오래고 코드는 다 잊어버려서 이제는 기타를 들고 제대로 연주할 수 있는 곡 하나 없 다. 잊혀진 노래 ... 그리고 잊혀지는 시대 ... 짧은 시간이지만 젊음의 순수함 을 통해 공동체를 느낄 수 있었던 그 시절의 끄트머리를 살 수 있었던 점에 감 사함을 느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