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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노벨상운운�x)
날 짜 (Date): 1995년09월30일(토) 20시10분37초 KDT
제 목(Title): 아니, 축구가 고대보다 우세하다고.


[한국논단]  문민정부와 문화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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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는 본래 무화의 반대어이다. 인간과 사회를 갈고 닦지 않으면 거칠어
지고 황폐해진다. 우리는 지난 30여년간 군사정부의 무화정책을 종식시키
고 문민정부의 문화정책에 기대를 건지 2년 반이 지났다. 문민정부의 최대
과제는 이 사회의 문민화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문민정부의 정책수행에서 얼마나 문화의식을 느낄 수 있는
가? 솔직히 문화의식은 커녕 보도마다 문화파괴를 걱정하는 마음만 불러
일으킨다.

 구조선총독부 중앙청건물을 국민감정의 이름으로 철거하기 시작하였으나,
그것이 곧 일제문화의 극복과 동일시될 수 없음은 긴 설명을 요하지 않
는다. 한 나라의 국립박물관을 철저한 대책도 없이 부숴버리기부터 먼저
하여 세계의 미술사학계와 뜻있는 인사들에게 '이상한 나라'로 비쳐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독립기념관과 예술의전당에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지반이 내려앉는다는 보
도는 듣기 민망할 정도가 아니다. 고도 경주의 문화재를 훼손하더라도 고
속전철을 도심으로 달려야겠다는 계획이 어떻게 관련부처끼리 합의도 없이
이미 확정될 수 있었는가? 피폐된 문화재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근자에는
더욱 도난 유실이 많다는 보도는 도대체 국가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되
묻게 한다.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대학현실은 새삼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이런 열악한 상태에서 노벨상 운운은 넌센스라는 점만 지적하고 싶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할 것'을 선언하고, 제
9조에서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대통령의 민족문화발전에 노력해야 할 책
무(69조)와 국가의 평생교육을 진흥할 의무(31조)를 명문화하고 있다. 문
화국가는 실로 헌법적 과제이다. 헌법에서 요구하는 대통령의 민족문화 발
전에의 책무는 특히 문민정부에서 깊이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그것은 정 
권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자손대대로 남겨줄 유산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문화국가를 가꾸어야 하나? 진정한 문화는 일시적 행사
가 아니라 학술에 기초해야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무보다는 문을 숭상해
온 전통이 있음에도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 학술처럼 냉대받는 영역은
없다고 생각된다. 아무리 세상이 대중문화시대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조상
의 찬연한 문화전통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다. 우리나라 학술원, 예술원
의 위상이 외국에 비해 얼마나 왜소한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경제가 어느 정도 성공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목표는 결국 문화국가의 건
설에 있다. 정부도 '삶의 질'을 고양시키겠다는 정책을 약속하고 있는데
그것이 얼마나 실천에 옮겨지고 있는지가 문제이다. 서점들은 문을 닫고,
도서관들은 서고가 텅 빈 상태에서 심야영업의 영업시간을 늘린다 어쩐다
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방향의 얘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건전한 문화산업
에 종사하는 인구를 많이 창출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퇴폐향락산업을 대체
하는 길이다. 
                                                                   
 필자는 여기서 문화국가에의 실천방안을 일일이 매거할 필요는 없다고 생
각한다. 한 가지만 지적한다면, 문화는 인간의 계몽에 기초하는데, 무엇보
다 자율적 인격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각 문화영역
에서 보람을 느끼며 정진할 수 있는 자율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영역이 정치화하고, 말깨나 한다는 사람은 모두 정치인이 되겠다고
날뛰는 사회는 문화국가와는 반대 방향에 서 있다. 요즘 다시 정치의 계절
이 오면서 인기연예인들의 스카우트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판을 보면 다
시 한 번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문민정치가 오면 이제 인간
다운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컸는데, 하루 이틀 지나면
서 정치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 허망했다는 진실을 깨닫게 된다. 거창한 얘
기가 아니라 교통문제 하나도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없으니 무슨 희망을
더 걸 수 있을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민심이반을 얘기해도 정부 여당은
참신한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야당은 야당대로 지리멸렬하다. 우리는
이런 구정물의 소용돌이 속에서 언제까지 문화의 진수를 상실하고 또 한  
세대 부평초같이 살아가야 하나? 세계화도 좋고 삶의 질도 좋지만, 우선 
문민정부가 근본적으로 무엇에 존립근거를 두고 있는가를 깊이 각성하고, 
문화국가의 건설을 위해 진지한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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