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darksky (어두운하늘箔)
날 짜 (Date): 1994년07월20일(수) 12시59분49초 KDT
제 목(Title): 천체 사진 





요즘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목성에서 일어나는 혜성 폭격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법석을 떨고 있습니다.    정말 기가 막힌 장관이지요.
반드시 이런 보기드문 일이 일어날 때가 아니라도, 밤하늘은 아름다운
천체들로 가득 차 있지요.  잘 찍은 천체사진은 정말 그대로 예술품이랍니다.

천체사진 하니까 생각나는 것은....



저는 중학교때 평생 처음으로 찍은 천체사진들을 보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니
저도 어떻게 나왔는지 본적이 없지요.   디피점 아저씨가 필름현상을 한 후 
버렸다는 겁니다.  아무것도 안나왔다는 거예요.  망원경도 없이 카메라만 가지고
찍은 천체사진이란게 원래 그런데.  (저는 그때 별자리들을 찍고 있었죠)
추적촬영이나 짧은 노출의 고정촬영인 경우, 필름에는 작고 검은 점이  몇개
있을 뿐이죠.  일주운동 촬영인 경우는 검은 선들이 찍찍 몇개 그어져 있을
뿐이고요.  어쨌든 잔뜩 기대하고 갔다가 실망한 저는 그 디피점엔 다시는 가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는 다른 디피점에 가서도 나오든 안나오든 반드시 인화까지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 후에  맡기곤 했죠.   천체사진은 자기가 현상인화를 
하는 것이 제일 속 편합니다.  물론 칼라일 경우는 돈도 좀 들고 힘든 이야기
입니다만.

그러고 난 5-6년 후에, 일산에 자리하고 있던 연세대 천문대에서 저는 또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필름을 한통 날린 적이 있죠.   대학 1학년 때였습니다.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각고의 노력으로 밤새도록 사진을 찍을수가 있었죠.  천체
사진 촬영을 막 배우기 시작하는 친구가 있어서 같이 했지요.  멋진 성운/성단들을
많이 담았기에 은근히 기대를 하고있었습니다.  얼마나 좋은 작품이 나올까하고..   

이 당시에는 사진을 찍으면 아침녁에 바로 필름을 현상해놓고 잠자리에 들었지요. 
오후에 일어나서 필름이 다 말랐을때 인화작업을 했거든요.    어쨌든 그날도 날이 
밝자 망원경을 정리해넣고 카메라에서 필름을 꺼내 암실에 들어갔습니다.  피곤은 
하지만 신나는 시간이지요.  룰룰루 하면서 현상약을 준비하고 있는데  뒤에서
들리는 친구의 목소리.. 

"야, 이거 하나도 안나왔는데 !!"

아니 이게 무슨 소리?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 아이구...  이 친구가 필름통에서
필름을 주욱 뽑아들고 천정의 전등쪽에 비치며 뭐 나왔나 보고 있는 겁니다.

.....  할 말을 잃는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까요?


사진이 다 망가졌다고 하니까 이 친구 하는 소리.."여긴 암실이잖아"
에구 이놈아.  불을 꺼야 암실이지.....

그 친구 아직 살아있긴 합니다.



그럼 다음에....

------------
darksk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