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Athena (유니콘) 날 짜 (Date): 1995년06월09일(금) 13시35분01초 KDT 제 목(Title): 낯선 서울 그리고 느낌 1.. 어렸을 적에 즐겼던 놀이가 낯선 동네에서 집찾아 오기였다. 난 이런 방황을 천성적으로 좋아하였다. 정처없이 걸어서 먼 동네까지 간 후, 다시 되돌아 오기. 이 골목 저 골목 다 들어가보기. 이런 일은 자전거를 배우기 전까지 많은 흥미를 줬는데, 자전거 타면서부터는 흥미를 잃었다. 이제 다 까먹었을 어렸을 적 놀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가 되었다. 지나간 일은 아름답게 보이지만 이때의 기분이란 집으로 가는 막차를 놓치고 허탈함에 무력감에 온몸이 저려 플랫폼에 구부정하게 서서 느끼던 그 기분보다 더 절박한 것이었다. 그때 난 어리고 경험 부족이었으니까. 또한 시골서 올라온 촌놈이었으니까. 아무생각없이 그냥 걸었다. 버스가 왔던 길로. 정처없이 또 걷고 또 걸었다. 서울엔 왜이리 공사장이 많은지 모두 땅에다 철판깔고 지하철 공사중이었다. 큰 도로도 많아서 버스가 지나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 가는 일도 참으로 벅찬 일이었다. 그렇게 서울 바닥에서 한시간이나 걸었다. 다리가 아프고 목도 마랐지만 이런 생각은 참으로 행복한 고민이었다. 문제는 화장실가고 싶은 고민이었다. 대전시내 에서 화장실을 가고플땐 항상 백화점을 들어갔었다. 서울의 모든 건물에 화장실이 없을 리는 없었을 텐데 하필 백화점 의존증에 걸려 유니콘은 길찾는 와중에 백화점을 먼저 찾아야 했다. " 아저씨 롯데백화점 어딧어요? " -- 여기서 무진 먼데. 버스 타고가~~ 아니 이 아저씨 누구 약올리나! 그래도 그때 기특한 것이 롯데 백화점은 알았다. 누나들한테서 주워들은 것이 있었으니까. 암튼, 방향만을 물어보고 아까의 시내버스길을 모두 외우면서 백화점 찾아 삼만리를 해야 했다. 화장실이 급한 유니콘은 간신히 간신히 백화점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너무나 크고 현란한 백화점에 압도됨도 없이 난 당당히 아가씨(그땐 누나였겠죠)에게 물었어요. " 화장실 어딨는지 알켜줘요!! " 아~~ 속으루 얼매나 창피했는지... 그치만 궁지에 몰리면 아무것도 다른 생각이 안나죠. 백화점이 그렇게나 멋졌는데, 돈 한푼없는 유니콘한테는 아무런 감흥도 안 왔어요. 이제 나의 목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경찰서에나 가 볼까' 아냐! 고등학생이 무슨 경찰서! 으구 이 밥통! 혼자 자책하구 있는 데....... 휙 지나가는 버스 한대~ 어라! 저거 누나들이랑 함께 집에서 부터 타고 나왔던 버스다! 그때부터 스피드를 방불케하는 뜀박질이 벌어졌다. 왜냐면 그 버스는 시내로 나오는 길이었고 나는 시내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버스를 타야하는 데 반대편으로 그 버스가 지나는 지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누나들과 함께 거닐었던 곳까지 가봐야 했기 때문이다. 두 승강장 정도 쫓아가다 숨이 차서 멈췄지만 이젠 저 버스가 어디로 가는 지를 짐작 할 수 있었다. 요 바닥은 이제 유니콘한테 잘 알려진 바닥이니까. 힘이 부쩍 부쩍 났다. 무작정 서울 거리 헤매기가 막을 내릴 수 있는 희망이 생긴것이었다. 악몽과도 같던 그 때를 다시 떠 올리면 참 재밌기만 하다. 추억이란 괴로왔던 느낌을 모두 다 씻어내고 밝은 기분으로 다시 색칠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