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mania (미치니) 날 짜 (Date): 1995년04월19일(수) 20시07분26초 KST 제 목(Title): 시그너스의 여행이야기(11) 글쓴이 : cygnus (Alice Cooper), 게시판 : 'Tour' 날 짜 : Fri Apr 14 22:10:53 1995 제 목 : 시그너스의 여행이야기(11)-지상에서가장 아름다운곳4. 구름다리 아래를 지나 10m 정도 들어갔어요. 양 옆엔 붉은 벽돌로 지은 건물들이 있었고, 병원쪽엔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보였죠. 그리고, 그 분들에게 밝은 얼굴로 인사하는 간호사들과 의사들두요. 소록도 공원의 입구가 보였어요. 어디나 그렇듯이, 이 공원의 연혁을 적어놓은 안내판도 있구요. 이 공원이 1940년 완공되었을 때에는 부드러운 동산 (Gentle Hill) 이라고 불렸었대요. 1945년 소록도 공원 으로 개칭되었고, 1971년에 360평을, 그리고 72년에 1200 평을 증축해서 오늘과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는군요. 그리고 내부에는 구라탑, 다미안 공적비, 세마 공적비, 한하운 시비 등의 축조물이 있다고 나와있었어요. 공원은 말 그대로 부드러운 동산이었어요. 거의 평지이거나 아주 완만한 경사를 이루도록 산을 깎아서 거기에 가지가지의 나무들과 꽃을 심어놓았지요.. 공원에 들어가면 햇빛때문에 더욱 눈부신, 하얀 구라탑이 눈에 들어와요. 구라탑... (나병을 구제한다... 는 의미예요..).... 그리 크지는 않아요.약 2.5m 정도되는 단 위에, 제 키 정도의 천사가 발밑에 밟고 있는 악마를 굽어보며 마악 창으로 찌르려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죠. 단의 가장 밑에는,( 아, 그리고 단은 물론 사각이죠.) 그 네 면에 모두 "나병은 낫는다" 라는 글씨가 써져 있지요. 크지 않아서 오히려 처절해 보였어요. 천사라도 도와 주길... 천사라도 나 대신 창을 들어 주길....그리고 차라리 나병이 악마의 소행이길...현대의학도 속수무책인 원인 모를 병이 아니길...그러나,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알아버린 듯, 그 천사는 고통스런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었고, 또 어떻게 보면 왼쪽 뺨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다미안 공적비는 바로 앞에 있어요. 그것도 역시 자그마하구요. 그리고 세마 공적비는 처음 소록도 병원을 만들 때 헌신했던 세 간호원들을 기념하는 비예요. 시그너스는 한참을 고민했었어요. 세마? 그런 이름은 없는데.. 후후... 그러다가 그 이유를 알았지요. 그 간호원들은 모두 세 명이고, 또 모두 "마"자 돌림이었어요. 마리아, 마리안느, 마아가레트.....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소록도에 와서 처음으로 웃을 수 있었어요.. 공원엔 저 혼자였었는데, 어디서 한 가족이 들어오더군요. 젊은 부부와 다섯살 쯤 되어보이는 꼬마가... 그들은 환하게 웃으면서 활짝 핀 목련과 향나무 밑에서 사진을 찍었어요. 그걸 보면서 시그너스는 사진기를 들고 들어오지 않은 거에 대해 약간 후회했지만, 그 후회는 이내 머리에서 사라졌어요. 이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이곳에 사진기를 가지고 와도 되는지 아닌지도 모르면서, 병원이랑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정작 그런 사진찍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면서 사진기를 들고 올 수는 없는 일이었거든요. 누구보다 제 자신이 용납할 수가 없는 거죠. 이내 그들은 공원 밖으로 나갔고, 다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어요. 공원 전체와 비탈엔 햇빛이 함빡 쏟아지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싫지가 않더라구요. (제가 밝은 곳을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건 절 아시는 분들은 다 아는 사실이지요.) 거기엔 정말 아름다운 나무들이 많았어요. 또한 잘 자란 잔디도... 비탈쪽으로 올라가는곳곳엔 앉아서 쉴 수 있도록 자그만 바위들이 많이 놓여 있었어요.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며, 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의 이름도 읽어보았지요. 아하.... 이게 반송이었구나...----왜, 아래는 미끈한 줄기가 대여섯개씩 얽히면서 올라가고, 위쪽에만 구름처럼 잎이 있는 소나무 말예요....왕릉 옆에 많이 심어 놓는..(우리 부모님 말로는 그런 소나무는 키가 2m 정도만 되어도 싯가 500만원 정도는 나간다고 하시던데...)---- 키가 6-7m 도 넘는 반송들이 거긴 한두 그루가 아니었어요. 한하운 시비로 추정되는 분홍색의 화강암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그 한참 옆의 바위 위엔 어떤 수척한 아저씨(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될 것 같은)가 지팡이를 짚고 앉아계셨어요. 저는 당황해서 될 수 있으면 아저씨의 휴식에 방해를 드리지 않기 위해 발소리 안나게 살살 걸어서 시비앞에 도달했어요. 시비에는 커다랗게 시인...한하운... 이라는 이름과, 그의 시 "보리피리"가 새겨져 있었어요. 여기에 오기 전에는 사실, 이 시비앞에서 펑펑 울고 싶었었는데, 그래서 마음 속의 묵은 때를 다 벗겨내고 싶었었는데.....이미 저도 황폐해져 있었던 건지..마음만 답답하고..... 시비를 조심스럽게 만져 봤어요. 만져 보면, 이걸 운반하느라 목숨을 잃었던 많은 사람들의 한숨소리가 느껴질 거라고 생각했었는데...역시 전 메말랐나봐요.손끝엔 단단한 돌의 감촉만 전해지더군요.. 그 앞에 잠시 서 있다가 옆쪽으로 내려가려고 역시 살금살금 걷는데, 갑자기 뒤에서 "안녕하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돌아보니, 바위 위에 앉아계시던 그 아저씨예요..아저씨는, "여기 참 좋죠..?" 라고 물으시고는, 제가 웃어보이니까.. "아유...사진기 가지고 와서 사진 좀 찍지 그랬어요.. 이렇게 좋은데.." 라고 말씀하시는거예요.. 지팡이를 짚으신 아저씨의 손가락은 세개 뿐... 그리고 그나마 남아 있는 손가락도 그저 손바닥에 난 작은 돌기처럼 뭉툭해 져 있었어요.. "아.. 예... 입구에 국립 병원이라고 써 있었고, 또 관광 목적으로는 들어 갈 수 없다고 하길래 수위실에 두고 왔어요..그리고 여기서 사진을 찍어도 될 지도 몰랐었구요.." 라고 했더니, 뜻밖에도 아저씨는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런... 괜찮은데...오히려 우리는, 나환자들이 이렇게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었다는 것을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 이 공원은 우리 나환자들의 자랑거리예요.. 그것도 한이 맺힌..." 아저씨는 군대에 있다가 나병을 얻으셨대요. 우리는 보통, 나병이 전염성이라고 생각 하잖아요? 근데, 아닌가봐요. 그 아저씨의 말처럼, 거기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아직 아무도 나병에 전염되었다거나 한 사람이 없대요.. 그리고, 정상인들도 체내에 나균을 지니고 있대요.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그 나균만 비정상적으로 번식을 하게 되면 그게 나병이래요. 물론, 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구요. 군대 가시기 전에 결혼을 약속한 여자분도 있었고, 공부도 하시던 중이었는데 그만 나병에 걸려서.. 그 여자분은 다른 남자와 아주 나중에 결혼을 하셨고, 독자였는데, 부모님마저 군에 계실때 돌아가셔서 피붙이가 전혀 없으시대요.. 그래서 지금은 같은 나환자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걸로 소일하고 계시대요.. 너무 기가 막힌 건, 국가에서 나환자분들에게 지급하는 돈이 겨우 한달에 3천원밖에 안 된대요. 그리고 70이 넘은 분들에겐 2만원... "그러니 뭘 하겠어요... 이발 한 번 할래도 1000원인데..담배도 사서 피기 힘들구..." 하시면서, 아저씨는 손가락이 거의 없는 손으로 짧은 머리를 긁적거리시더군요..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성모상과 예수상이 있는 곳까지 갔어요. 아저씨는, 이제 기도할 시각이라면서, 제게 작별인사를 하셨어요. 담에 한 번 더 오고, 그때는 꼭 사진기 들고 와서 사진찍어가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라는 말도 잊지 않으시구요.. 저는 그럼 담에 오면 아저씨를 꼭 면회하겠다는 말로 인사를 했지요. 그리고 아까의 그 평지로 다시 내려왔어요.. 여러분은 실편백과 공작 편백, 그리고 황금 편백의 차이를 아세요? 그리고 삼나무가 어떻게 생긴 건지.... 카이스카 향나무는 어떤 건지, 나한송은 또 어떻게 생긴 건지.. 저는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되었어요.. 황금편백은 참 신기하더라구요... 그늘에서 보면 그냥 다른 편백들과 꼭같은 깊은 초록색인데 (으음...Deep green 인데, 이걸 우리말로 뭐라고 해야 할 지를 몰라서요..) 햇빛이 비치는 쪽에서 보면 나무에 금가루를 뿌린 것 같아요.. 그리고, 향나무 잎에서 그렇게 짙은 향기가 난다는 것도 처음 알았지요. 그런데, 그 향기는 인상적이고 짙은데, 그 intensity는 무척 약한 것 같았어요.. 조금이라도 인공의 냄새가 나는 곳에서는 아무리 코를 잎에 파묻어 봐도 전혀 향기를 느낄 수가 없더라구요. 그리고 그만큼 그 공원은 깨끗하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그렇게 나무들 사이를 폴폴 뛰어다니다가.... 아... 갑자기 누워 보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강렬하게 들었어요.. 아무리 풀밭을 봐도 그런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는데.. 황금편백과 향나무 사이에 누웠어요.. 모처럼 몸을 쭈욱 펼 수가 있었지요. 햇빛도 너무 좋고, 조용하고.. 포근하고... 그대로 자 버리고 싶었어요.. 너무너무 나오기가 싫었는데.... 그래도 여기에 대한 기억만으로도 몇달은 스트레스 속에서도 견딜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공원을 나섰지요.. 그리고 오던 길을 그대로 밟아서 나오기 시작했어요.. ############################################################################# Lonely People Always Together !!!! * ~~~~~~~~~~~~~~~~~~~~~~~~~~~~~~~~~~ * ( I Couldn't Say Why You and I Are Gemini.....) * * * * ######################## From the Constellation of ###### Cygnu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