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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darksky (어두운하늘箔)
날 짜 (Date): 1994년07월01일(금) 11시45분49초 KDT
제 목(Title): 옛날에 금잔디 ...



astro님의 연세보드 활성화에 동참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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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과학관이 6층짜리 근사한 현대식 건물이지만 전에는 본관뒤의 오래된

건물이었습니다.  물론 (최소한 외양에 있어서는) 나름대로 근사한 멋이

있는 건물이죠.  이 건물에 이과대학에 속한 대부분 학과가 모여있었습니다.

본관과 구 과학관 사이에 자리잡은 3층짜리 아담한 교육관에는 수학과,

지질학과, 그리고 천문기상학과가 자리하고 있었죠.


매일 강의가 없을때면 구 과학관 앞의 넓은 잔디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시간을

보내던 생각이 납니다.   물론 그때도 공부 열심히 하는 친구들은 도서관까지

내려가곤 했지만 말입니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은 각양각색이지요. 족구도

하고 카드놀이도 하고 잡담도 하고, 이것저것 다 귀찮을 때는 누워 자고..


한때 몇몇 친구들과 즐겨했던 놀이가 있지요.  요즘도 이런걸 하는 학생들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는 놀이였고 또 레크리에이션

효과는 나름대로 상당해서 더운 여름날 한없이 게으르기만 했던 저와 몇몇

친구들에게는 안성마춤이었지요.


준비물은 분필 한토막.   교육관앞의 도로위에 쫙 선을 그어놓습니다.

교육관 앞은 많은 이과대학생들이 지나는 길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구 과학관

옆에 자리하고 있는 가정대 학생들의 주요 통로였지요.   여학생들이 멀리서

올때마다 우리는 각자 한사람씩 찜을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찜을 한 학생이

교육관 앞을 지나갈때 분필로 그어논 선을 밟으면 이기는 겁니다.   이긴

사람에게는 진 사람이 으례 담배를 한가치씩 주던가 했지요.


찌는듯한 여름날 오후 잔디에 비스듬히 기대눕고서, 산뜻하게 차려입은 여학생들의

맵시있는 걸음걸이를 바라보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방법이었다고 할까요?   

게다가 선을 밟느냐 마느냐 하는 스릴(?)까지 있었으니...



이과대학은 그뒤로 자리를 옮겼지만 가정대는 아직 그자리에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한심한 남학생들이 이과대학에만 있으란 법은 없지 않겠습니까?

가정대학 학생 여러분  교육관 앞을 지나실땐 발밑을 한번쯤 보세요.  분필로 그은

선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있으면 어떡하냐구요?  글쎄요, 악동들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테니 금방 찾기는 어렵겠고...  뭐 좀 더 맵시있게 걸어보는게

어떨까요.


요즈음은 한국에 미니스커트가 유행이라고 들었습니다.

대학을 너무 일찍 다녔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럼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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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k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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