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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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5년03월21일(화) 20시32분18초 KST
제 목(Title): [소주 야화] 4. 아슈라 백작


석사 1년을 마치고 선배들의 졸업식이 다가왔다. 학교에 남을 선배도 있었지만 회사

나 유학준비로 학교에서는 보기 힘들 선배들이 있었으므로 졸업식날 저녁에 빵빵한 

환송회를 하기로 했다. 졸업식날 오후에는 선배들도 부모님이나 애인들과 시간을 보

내야하니까 저녁 6시쯤에 만나서 저녁을 먹으며 술을 한잔 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장소는 '고바우 갈비집(맞는 지는 자신이 없지만... 레벤호프 옆골목에 있는 돼지갈

비집)'. 그런데 모임이 시작되기 전에, 동기들과 선배들을 골려주려는 작전을 짰다.

우리는 되도록 적게 마시고 선배들을 술 먹여서 취하게하자... 그런 내용이었다.

그 다음에 돈을 안내고 선배들 지갑만 가지고 도망가자느니, 선배들이 취하면 길가

에 버리고 가자느니 하면서 히히덕거렸다. 그런데 막상 식당에서 모이고나니 비겁한

동기놈들이 슬슬 꽁무니를 뺐다. 선배들도 졸업식날이니 집에 일찍 들어가야한다며

술을 잘 안마시려는 것이 아닌가? 이럴때는 비상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다. 이름하여

맨투맨 오펜스. 그때 모임에 나온 선배가 3명이었는데 3명 모두를 나 혼자서 일대일

로 상대하는 것이다. 그러면 선배들은 각각 1잔씩 마실때 난 3잔을 마셔야한다. 그

래도 계획대로 선배들에게 술을 먹이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 술을 안마시려는

선배들을 이런 방법으로 억지로 술을 마시게는 했는데... 내가 계산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내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거... 선배들을 취하게 하는데는 성공을 했

는데 난 더 취하고 말았다. 자리를 파하고 일어나는데 골치가 띵~~~하면서 어지러

웠다. (대략 1시간 반동안 나 혼자만 4-5병을 마신 것 같다.) 계산을 끝내고 식당을

나서는 순간, 난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목이 말라서 일어나보니 내 하숙방이었다.

동기놈들도 집에 안들어갔는지 모두 내 방에서 자고있었다. 서로 이리저리 엉켜서

입까지 벌리고 자는 폼이 무척이나 피곤했었나 보다. 그런디... 뭔가가 이상했다.

얼굴 반쪽이 이상하게 땡긴다. 거울을 보니... 우악!!! 왠 아슈라백작이 거울속에

서 나를 보고있다. 얼굴 반쪽이 시꺼먼 굳은 피자욱으로 보기가 몹씨 흉했다. 무슨

일인지는 동기놈들이 알겠지... 자고있는 동기들을 모조리 깨워서 물어보았다.

"너 기억 안나니?"

"식당문 나서면서 통나무처럼 쓰러졌잖아? 무지무지 아팠을 걸?"

"그래도 코는 안 깨졌으니까..."

"너 여기까지 끌고 오느라고 디게 힘들었어." 

아... 진상을 알 것 같았다. 몸도 안 좋은데 술이 떡이 되게 마시고는 갑자기 찬곳

으로 나가면서 뿅 갔었나 보다. 다행히 소주가 마취제 역할을 했는지 다칠때 아픈

건 못 느낀 것이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2주 정도면 상처도 깨끗이 나을테니 별 걱

정이야 없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날

오후에 공항에서 아버님을 만나기로 했었다. '드디어 일을 저질렀군...' 우선은 상

처를 소독하는 것이 급했다. 학교 보건소에 가서 이쁜 아가씨의 고운 손으로 상처

를 소독했다. 그런데 처음 봤을때는 몰랐는데 그냥 상처만 난 것이 아니고 얼굴 반

쪽의 포장이 완전히 벗겨져 있었다. (으... 양들의 침묵) 늦은 아침으로 속을 달래

고 공항에 가는 버스를 탔다. 신촌에서 공항까지 왜 그리 가까운지... (심리적인

거리로) 어쨋든, 공항에서 아버님을 만났다.


"... 어떻게 된거냐?"

"... 저... 친구랑 잡담하며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서..."

"조심해야지." 


그 후로는 한번도 그때 일을 묻지 않으셨다. 그리 믿으시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그날 하숙집에 돌아가서 다음부터는 술을 끊겠다고 결심했다. 그 결심은 꽤 오래

지켜졌었다. 한... 이삼일쯤?


P.S. 그때 역사의 증인중 한명이었던 최XX 선배의 일화. 그 선배는 고향이 경주라서

     꽤 강한 경상도 억양을 썼었는데 말까지 심하게 더듬어서 내가 석사 입학후 그

     선배와 자유롭게 대화하는데 한 학기가 걸렸었다. 하루는 선배가 연대 정문에

     있는데 어떤 사람이 길을 묻더란다. "XXX에 가려면 어디서 몇번 버스를 타야 

     하나요?" 그래서 선배는 한참을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런 선배를 멍

     하니 바라보던 그 사람은 뒤돌아 서면서 혼자말로 이랬단다. "쭝국 사람이었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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