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nS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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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wolverin (GoBlue)
날 짜 (Date): 1995년03월20일(월) 17시19분56초 KST
제 목(Title): [소주 야화] 3. 우주회


대학원에 입학한 후 (이제 무대가 신촌으로 옮겨집니다.) 연구실 동기들과 '우주회'

라는 것을 만들었다. '우주의 이치를 연구하는 모임'도 아니고 '우는 소리하는 주

둥아리는 회초리가 약이다.'의 준말도 아니다. '비오는 날 술마시는 모임'의 약자인

우주회는 만든지 얼마 못 가서 빛이 바라기 시작했는데, 회원들의 성의가 없어서도

아니었고 모임이 적어서도 아니었다. 이유는 비가 안오는 날에도 술을 마셔댄 몰상식

한 회원들에 있었다. 연구실의 동기가 나까지 6명. 각자 일주일에 한번씩만 바람을

잡아도, 하느님도 쉬시는 일요일을 빼면 매일 술을 마셔야 한다. 게다가 가끔씩 박스

로 맥주를 사던 선배도 있어서 술자리가 아주 잦았다. (선배-카페 '태비' 주인-부산

시장 아들-부산 시장 아들의 자살로 이어지는 전설이 있지만 생략하고... 궁금하시면

소주 한잔 사시던가.) 우주회의 모임이 있는 곳은 시장 근처의 조그만 술집인데 대

개는 감자탕에 소주를 마셨다. (작년 여름 첫 키연인 모임때 저녁먹었던 곳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전에 닭갈비도 팔던 곳인데...) 비가 오는 날의 정식모

임때면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소주를 마셨다. 감자탕의 돼지 뼉다구를 누가 차 

지하느냐... 하는 고상한 주제로 토론을 하면서. 석사 일학년때 제일 재미있게 마 

신 소주는 이대 근처에 있는 "Z80" 에서였다. Z80은 그때 한참 유행하던 8비트 컴 

퓨터의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이름인데, 그것이 술집의 정식 명칭은 물론 아니고 원

래는 "주점 80"인 이름을 전자과 대학원생들은 Z80으로 불렀다. 특별히 술맛이 좋

았던 것은 아니고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관악에서는 누

런 잠바에 청바지 입은 여학생들이 담배 피고, 소주나 막걸리 마시는 것은 간혹 보

았지만 파마머리에 이쁜 투피스 입은 이대생들도 막걸리 마시면서 X처럼 취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된 까닭이다. 누구랄 것도 없이 그 술집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엉망으로 취해있어서(그 날이 특별한 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구경만 해도 신이 

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 정도로 취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런데 몇달후 그

보다 더한 사건을 저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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