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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Sami (삼이일제로D)
날 짜 (Date): 1994년12월14일(수) 20시05분47초 KST
제 목(Title):   3210..가 무리하는 이유



    학부시절 물리학과 동기들 사이에서  "물리하느라고 무리하며 산다" 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연(物)의 이치(理)를 공부하는데   제대
로 아는 이치(理)가 하나도 없다(無)는 이야기지요.  "그런데  왜 무리하시
지요 ?"   하고 물으면  "세계 인류 평화를 위해서지요."  라고 대답하는데  
나같은 둔재가 이 공부를 해야  핵반응 이론을  틀리게 해석하고 잘못 계산
해서  핵폭탄의 개발확산을 방해한다는 진솔한 농반 진반의 탄식입니다.

    지금은 고전물리학이라고  부르는 19세기의 물리학은   뉴턴에 의해 다 
정리된 바탕에서 몇몇 사소한 것을 제외하면 더 연구할 것이 없다고까지 했
다는데...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보어, 디락, 
하이젠버그등이 그 이론을 체계화하기 시작한 양자이론으로 대별되는  현대
물리학에 의해  자연현상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확장되고 획기적인 새로
운 해석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엄청난 발전을 해왔다고 보여
지지만 아직도 물리학의 끝이 어디에 있는지 과연 우리는 제대로 방향을 잡
아 가고있는 것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학부시절...교양과정이 끝나고  전공과목을 배우기 시작하여  시공간의 
4차원의 개념, 물질과 파동의 이중성, 공간이 휜다는 생소한 장(場)의 개념
을 무작정 받아들이고  미세한 소립자에서   거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물
질의  존재와  운동, 상호작용을 지배하는 원리를 배우면서,  그리고  각종 
이론전개에  수학적인 증명이  너무 많이 요구되어 노우트의 페이지가 몇번 
넘어가면  무슨 이론을 다루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려 가면서  저를 포함한 
일단의 물리학도는 서서히  무리학도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남보다 먼저 도서관에 달려가   수학과 서적까지 포함하여  가
능한 한 많은 참고서적을 확보한 후  쓸만한 리포트를 작성하고  혼자서 끙
끙대며 복잡한 계산문제와 증명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그 날아갈 듯 산뜻한 
기분과  되살아난 자존심은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없지요.

    저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고체물리학을 전공으로 하여 그 중에서도 반도
체의 특성을 연구하는  분야를 선택하였읍니다.  앞글에서  처럼  음악에의 
비유를 써보면 예를 들어 현악기 중  바이올린을 골랐다고 할 수 있을 겁니
다. 그래서 졸업 후 연구소에 취직한 일은  한 실내악단의 일원이 되었다고
나 할까요 ?    반도체물질에 적용되는 고체물리학이론과 전자기법칙은  트
랜지스터, IC, 소형컴퓨터  시대로의 발전에 핵심역할을 했으며   사실  이 
분야만큼  물리학이론이 공학에 잘 응용되어 인간의 생활패턴을 바꾸어놓은 
분야는  없는 것  같으니   "왜 무리하시지요 ?" 하면   "세계 인류 복지를 
위해서지요." 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제 할 일을 다 잘하고 나서
의 얘기이지만...).  

    연구소 시절에는  반도체의 제조기술, 장치의 국산화, 산업체로의 기술
이전 등 응용분야의 일을 주로 해 오다가  지금은  레이저와 분광기를 이용
하여 반도체물질의 광특성에 관한 기초연구를 하면서 반도체물질의  결정구
조가 보여주는 대칭성의 신비로운 세계에 빠져서  물질 구조와 광특성의 상
관관계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작업을 즐기고  (?) 있습니다.  관측된 실험
결과와 이론적인 모델을 비교하고 아직 불완전한 모델의 일부분을 나름대로 
수정해 보면서, 문득  저는  대학에서 순수음악 (반도체물리) 을 전공한 후  
사회 (연구소)  에서  조금 대중성있는  실내악단 (반도체응용기술연구) 에 
속했다가  이제 박사과정을 통하여  다시 순수음악 (반도체물리) 으로 돌아
와  머지않아 갖게 될 졸업연주회 (박사학위논문발표) 를 준비하면서  무리
하고 있는  한 음악가 (물리학자) 가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그러다가 가깝게 지내는 분들께서 학업이  잘 진행되는가 안부를 물어 주시
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답은   

           "뭘요...계속 무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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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를 전공하지 않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글을 쓴것이니 물리학도 들께서는 
내용에 조금 억지가 있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늦도록 무리하는 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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