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Sami (삼이일제로D) 날 짜 (Date): 1994년12월14일(수) 19시59분14초 KST 제 목(Title): 물리학자가 물리하는 이유 처음 만나는 분들과 인사를 나눌 때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다고 하면 어려운 분야를 공부하느라 힘들겠다는 격려를 흔히 듣게 됩니다. 그럴 때 마다 뭘요..쉬운 공부가 어디 있습니까 ? 다 어렵지요." 라고 대답하 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우쭐해지고 말지요. ( 후훗..겉으로는 겸손했지만 챙길건 다 챙겼다.) "그래, 이 공부를 택하길 참 잘했어. 잘 모르는 내용은 워낙 어려운 것이라 그렇다하고 조금 아는 쪽은 어려운 걸 안다고 인정받을 수 있으니 이야말로 꿩먹고 알먹고지." 물리학은 정말 어렵기만한 학문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물리학을 음악에 비유하면 재미있고 적절한 설명이 될 것 같습니다. 이론물리학자와 실험물리학자와의 관계는 마치 작곡가와 연 주가의 관계와 같고 입자물리, 핵물리, 자성물리, 열물리, 통계물리, 광 물리, 천체물리, 고체물리, 생체물리 등 물리학의 여러 분야는 다양한 악기들에 해당되며 핵에너지개발, 우주개발 같은 종합연구는 교향악이 되 어 누가 지휘하느냐에 따라 그 방향과 성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음악을 하 려면 소질이 있어야 하듯이 물리학도 자연현상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논 리에 흥미를 갖고 즐거움을 느끼는 적성이 필요하며 또 노력하는 만큼 자 기 분야에서 실력있는 물리학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상당한 수 준에 이른 음악가들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뉴턴이나 아인슈타인 같은 뛰 어난 물리학자들은 노력 외에 물리학을 위해 타고난 천재적인 직관력과 분석능력을 보여주는데 이는 마치 음악가 중의 모짜르트나 베에토벤처럼 아무나 그 수준에 오를 수 없는 것과 같아 보입니다. 조금 엉뚱한 비유이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잘 대응되어 보이죠 ? 게다가 물리학공부도 음악공부처럼 어떤 단계에 이르러서는 자기 나름 대로의 자연 관과 물리법칙에 대한 독특한 이해와 해석이 형성되어야 하고 그제야 비로 소 독립적인 연구를 할 수 있게 되므로 결국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엔 어렵게 느껴져도 한편으 로는 이해의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니 꼭 어렵다는 측면만 강조될 것이 아니며 재미도 있다고 봅니다. 노벨상을 받 은 미국의 핵물리학자 이시돌 라비 교수는 콜럼비아 대학에서의 기념강연 에서 오늘날 물리학이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학문으로 인식되고 학생들 이 기피하는 과목이 된 것은 물리학자들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동료 후배 교수들에게 강조하였다고 합니다. 사실 물리학의 여러 기본 법칙과 개념들 을 쉽게 설명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만 마치 음악처럼 물리학도 그 결과를 (혹은 과정을) 좀더 쉬운 용어로 들려 줄 수는 있을지도 모르 겠습니다. 최근 그러한 목적으로 쓰여진 물리이야기가 차츰 늘고 있으며 수년전 케임브릿지 대학의 스티븐 호킹 교수가 쓴 A BRIEF HISTORY OF TIME (간추린 시간의 역사라고 번역되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라는 책이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은 물리학의 일반 이해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읽어가면서 나름대로의 상상과 공상을 충분히 즐겼다면 음악감상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다시 음악에로의 비유로 돌아가보면 음악을 기록하는데 음표와 기호 들을 사용하듯이 물리학을 표현하는 데에도 독특한 언어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논리의 전개에 전혀 모순이 없도록 잘 짜여진 수학원리와 공식들 입 니다. 물리학자들은 자연현상과 법칙에 관한 모델을 세우고 그 상태와 반 응, 조건 들을 함수와 연산, 변수로 표현하여 이론을 전개하는데 참으로 신기한 일은 다양하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변화하는 자연이지만 자세히 들 여다보면 어디서든지 질서정연한 물리법칙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금 억지를 쓰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사는 이 아름다운 세상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과 그림이나 조각으로 보여주는 것과, 그 오묘한 질서를 수 학의 언어로 표현하는 일은 결국 우리에게 똑같은 감동을 주는 작업이 아 닐까요 ? 그렇다면 물리학은 조금 덜 대중적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예술적 인 측면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도의 지능과 감성을 요 구하는 정말 창조적인 예술의 한 장르입니다. 물리학자는 여느 예술가 처 럼 때로는 어려움의 벽에 부딪혀 자신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좋 은 연구결과를 얻어 더 정확한 이론을 제시할 수 있게 되었을 때의 성취감 에 다시 힘을 얻기도 하고, 또 진리탐구행위 그 자체 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갑니다. 반도체나 광학 등 대중적인 분야도 있지만 대개 왠만큼 잘하 지 못하면 무척 배고픈 분야이며 그러한 면에서 순수예술적인 측면이 더욱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물리하는 이유는 그저 물리가 좋아서 인가요 ? ---------------------------------------------------------------------- 엉뚱한 생각을 한번 해보았습니다. 물리를 전공하지 않으신 분들을 대상으 로 글을 쓴것이니 물리학도 들께서는 내용에 조금 억지가 있더라도 너그럽 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물리가 좋았던(?) 32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