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Athena (유니콘) 날 짜 (Date): 1994년12월02일(금) 08시31분11초 KST 제 목(Title): 지주댁 이야기 V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얼굴에 덮힌 흰 천이 걷히기나 한 듯 눈앞에 황금과 아름다운 의복과 값비싼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가 보였습니다. " 저런 것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거야! " 그녀는 화려함에 눈을 감았습니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떳을 때는 그 모든 것이 사라진 대신 무덤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천사의 모습이 아주 또렷또렷하게 보였습니다. " 안녕하세요? 천사님! " " 안녕! 잉그리트~ 네가 거기 누워 아무 일도 안하고 있으니 난 너와 지난 일을 이야기하고 싶구나. " " 잉그리트! 너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니?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던 어느날, 한 젊은 사람이 하루 종일 할아버지의 바이올린을 켜며 이집 저집을 돌던 일을 말이야. " " 그걸 잊었을 것 같아요? 하루라도 그 사람을 잊은 적이 없는 걸요 " 잉그리트는 자연스레 미소가 얼굴에 어리며 말을 하였습니다. " 그리고 너는 밤마다 그의 꿈도 꾸었겠지? " 천사는 말을 하였습니다. " 그를 그렇게도 뚜렷이 기억하면서 너는 죽고 싶으니? 그렇게 되면 영영 그를 만나지 못 할게 아니냐? " " 안돼요, 그래도 사는 게 겁나요. 죽고 싶어요. " 교회의 공터로 농사꾼 차림을 한 사나이가 걸어왔습니다. 사나이는 양가죽으로 만든 외투를 입고 등에는 커다란 검정색의 가죽짐을 지고 있었습니다. 일요일에는 행상을 다니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예배당앞에서 찬송가를 들으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행상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할지 걱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그는 이곳이 교회라는 것, 그러니 틀림없이 묘지가 있으리라 생각을 해냈고, 묘지 근처에만 가면 언제나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묘지로 가기위해 초원을 걸어야 했는 데, 예배당에 온 사람들이 몰고온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네발 달린 동물을 무서워해 말들을 피해 지나면서 속으로 욕을 해 댔습니다. 사실 그는 어떤 동물에게든 염소새끼라고 불렀는데, 그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염소"라고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 지방에서 그의 본명을 아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사나이는 덮개가 덮이지 않은 무덤쪽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는 흙덩이에 등을 대고 짐을 벗어 놓은 다음 느긋한 마음으로 풀밭에 누웠습니다. 그리고는 바이올린을 꺼냈습니다. 그는 죽은 자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죽은 자가 이렇게 조용히 누워 있으니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들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활로 현을 긋자 그 멜로디는 바이올린을 박차고 밖으로 나왔고, 그 음은 조용하고 나긋나긋해서 옆 무덤에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대지에서 풀이 자라나듯 바이올린에서 멜로디가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음색은 꿈으로 변하였으며 소녀의 심장은 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피가 흐르기 시작하자 의식이 눈을 떴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