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YonSei ] in KIDS 글 쓴 이(By): Music (니꼴라오) 날 짜 (Date): 1994년11월29일(화) 11시51분38초 KST 제 목(Title): [니오의 상경기5] Rush Hour가 부른 생이별 안암동 일대는 시험을 보고 나온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퇴근길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나와 어머니는 어제 갔던 신정동에 있는 형님댁을 다시 찾아 가려 했다. 내일 있을 면접을 위해 하루 더 묵어야 했기 때문에... 먼저, 전철을 타러 갔다. 아마 신설동역으로 갔던 걸로 기억한다. 신설동역도 퇴근길의 사람들로 빽빽했다. 사실 그렇게 복잡한 것은 난생 처음이다. 전에 전철을 타 본 적이 있지만 모두 출퇴근 시간이 아닌 한산한 시간이었다. 나와 엄마는 소위 말하는 'Rush Hour'의 한가운데서 '전철타기 전쟁'을 치루기 용사가 되어야 했다. 몇 번의 전철을 그냥 보냈다. 촌사람들인 우리는 전쟁에서 도저히 요령있는 서울사람을 이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실패하기를 여러번... 다시 한 대의 전철이 플랫폼에 도착한다. 이번에는 꼭.... 전철이 도착하자마자 나는 안간힘을 썼다. 무조건 앞의 사람을 밀면서 들어갔다. 여러 군데서 비명소리가 들리었으나 이렇게 하지 않고는 타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까지의 경험으로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밀고 당기는 싸움이 당분간 계속 되면서 드디어 나는 전철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내가 오르자마자 전철문이 힘겹게 닫히고 있었다. 그런데, 아뿔사 이게 왠 일인가? 엄마가 아직 밖에 있지 않은가? 이제 엄마가 타는 것도 내가 다시 내리는 것도 이미 때는 늦었다. 엄마는 떠나는 전철 창문으로 뭔가를 주문했고 나는 나름대로 다음역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는 손짓을 했다. 졸지에 이산가족 신세가 되었다. 1.4 후퇴 때 피난선에서 왜 그렇게 많은 이산가족이 생겼는지가 조금은 이해되는 대목이다. 나는 다음역에서 전철을 내려 기다렸다. 움직이는 건 오히려 길이 엇갈릴 수 있는 소지가 많기 때문이었다. 계속 기다렸다. 그러나, 몇 대의 전철이 지나도 엄마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주머니를 뒤져본다. 있는 거라곤 전철표 한장 뿐.. 가진 돈은 십원 하나도 없었고 그렇다고 형님집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이를 어떻하나... 이제 나는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버려지는구나... 다음역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건 포기다. 혹시, 신설동역에서 엄마도 나와 같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그래, 다시 그 역으로 되돌아 가자.. 한시간을 기다린 후 내린 결론이다. 분명 갈아탈 수 있을 것이다. 잘은 모르지만.. 반대편 플랫폼으로 가려 했다. 그러나, 전철역의 구조는 크게 두가지다. 나오자마자 출입구가 있는 역 이 있는가 하면 반대 플랫폼과 트여서 두 방향에서 동시에 출입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역도 있다. 그때는 그걸 몰랐다. 내가 내려서 반대쪽으로가려고 시도 했던 역은 모두 전자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전철은 원래 반대쪽으로는 바꿔탈 수 없구나. 왜 그렇게 만들었지?' 내가 든 생각이었다. 가지고 있는 표로 나가서 새 표를 사는 방법도 있었지만 나에게는 표값 200원(그때당시 그랬을 것이다)도 없었다. 내가 가진 그 표 한장이 나의 유일한 재산.. 그것마저 쉽게 출입구에 넘길 수는 없었다. 이제 돌아가기는 다 틀렸다.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전철표 한장으로 신정동 형님집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을.. 일단 내린 결론은 그거 였다. 표 한장으로 신정동에 가까워질 수 있는데까지 가까워지자.. 그래 영등포역으로 가는 거다. 엄마를 찾을 생각은 포기했다. 이제 나 혼자 낯선 서울땅에서 표한장 달랑들고 그 먼거리의 모험이 시작되고 있었다. ~~~~~~~~~~~~~~~~~~~~~~~~~~~~~~~~~~~~~~~~~~~~~~~~~~~~~~~~~~~~~~~~~~~~~~~~~~ 세월은 나를 꿈꾸게 한다..고 한 사람은 누구인가? 니꼴라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