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MN ] in KIDS 글 쓴 이(By): kimari (마리) 날 짜 (Date): 1999년 3월 3일 수요일 오전 09시 09분 03초 제 목(Title): 자비유학 실패기(2) 이건 전편에 계속되는 '사임당이씨'의 글을 퍼옴니다. 좋은 하루. - 말이. -- ------------------------------------------------ 자비유학실패기 (2) *** 공부파와 도피파 *** ------------------------------------------------ 자비유학파를 두 파로 나뉘면 공부파와 도피파로 나눠진다 는 얘기를 1편에서 했었던가요. 그것을 분류하는 방법은 아 주 간단합니다. 마음가짐부터 다르니까요. # 공부파: 유학을 가서 좀더 깊은 학문을 하여 장차 이 나 라의 장래를 짊어질 학자나 기술자가 되고 싶다. 후세들만은 절대 아임에프 없는 나라, 백수가 없 는 나라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 # 도피파: 에라이, 이 놈의 나라에선 하는 일도 제대로 안 되고 유학이나 가볼까. 난 역시 넓은 물에서 놀아 야 할 인물이거덩. 아임에프에 허덕거리는 이 나 라가 난 싫여, 싫여. --나 할까, 하는 삶을 포기하는 듯한 자세로 시작하는 일 의 끝이 좋은 법은 별로 없습니다. 여자들이 가끔 하는 소 리 있지요, "에이, 시집이나 갈까." 그렇게 하는 일 잘 안 풀려서 도피처로 택한 결혼은..... 뭐, 남들 예를 들 것도 없습니다. 저도 그렇게 결혼하였거 덩요, 헐. 그래서 지금 이렇게 지질나게 궁상떨며 살고 있 잖아유 (에구, 남편 볼라). 아니, 그렇지만 너무너무 행복해 요. 결혼이나 하길 잘한 것 같어요. 이 미모로 게겨봤자 뭐 뾰족한 수 있었을라구요. 구제해준 남편에게 감사하며 평생 그를 은인으로 받들어 모실 생각입니다 (우워어억). 물론 도피성 유학을 가서 세상을 바로 보는 눈이 생겨 열 심히 학문에 증진한 끝에 개과천선한 경우도 없지 않습니 다만,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미 아 무런 계획없이 허황한 꿈만을 안고 김포공항을 떠날 때 그 넘 (혹은 그뇬)의 돌아오는 모습은 불보듯 뻔한 겁니다. 저는 당연히 공부파..... 이고 싶었으나 머리구조가 딸리는 관계로 도피파에 속했습니다. 이것이 실패의 첫번째 이유가 됩니다. 저는 그 당시만 해도 제가 공부를 하러 가는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러나 후에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건 공부를 하 기 위함이 아니라 완죤한 도피행각(?)이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 어느날 갑자기 "아, 유학이나 갈까. 내가 할 일은 이게 아냐." 하고 돌연 사표를 냈던 것은 분명 충 동적인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때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더라면, 제 학벌에 자신이 있었더라면, 제 미모에 자신이 있어서 남자라도 잘 만날 자신이 있었더라면 과연 유학이란 걸 생각했을까 싶 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약진의 발판으로' 삼지못한 것에서 외화낭 비는 시작되며 그런 인간들이 자꾸 늘어간 탓에 아임에프 는 초래된 것입니다. 공부파와 도피파의 가장 확연한 차이는 유학을 가는 나라 에 대한 사전정보가 얼마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보통 보 면 공부파들은 알뜰살뜰 정보를 수집합니다. 선배를 찾아가 묻기도 하고 그 나라의 문화원을 찾아가기도 하며 도서관 에서 관련서적을 뒤지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유학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도피파는 애초에 충동적인 결정이었듯이 그 담의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그리 신경쓰지 않습니다. 유학원 같은 곳에 서류준비를 일임한 후 칠날레 팔날레 돌아다니며 떠 날 날까지 놀기만 합니다. 물론 최대한 많은 주위사람들에 게 유학간다고 자랑은 또 딥따리 하지요. 별별 모임의 송별 회란 송별회는 다 찾아가며 합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 고 돌아온 후의 쪽팔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하 는 불쌍한 청춘입니다. 내 나라에서도 제대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 낯설 고 물설은 남의 나라 가서 산다는 건 장난이 아닙니다. 자 칫하면 부모님 망신을 떠나서 나라망신 시키기 쉽상입니다. 당신의 얼굴에는 '코리아' 라고 씌어 있습니다. 혹 유학을 생각하시는 분들 가운데 자신이 도피파에 속하 는 것이 억울하여 이 글에 반대치고 싶으신 분, 낼부터라도 유학갈 나라의 문화원을 찾아가서 학기제며 학교정보며 장 학금제도를 비롯한 사전지식들을 머리속에 빡빡하게 채워 넣고 떠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