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MN ] in KIDS 글 쓴 이(By): kimari (마리) 날 짜 (Date): 1998년 10월 29일 목요일 오전 04시 43분 00초 제 목(Title): [퍼옴] 결혼... 해피님에게 축하..비스꾸무리한 소식이 있네요....룸메이트가 바뀔것 같다는 예측으로 몰아가는듯한 ......소식말야요. 이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읽은 글인데요 신혼초를 실감나게 그린 듯해서.....해피님 축하도할겸 재미있는 글도 같이 나눌겸해서 퍼옴니다. - 말이. 그녀를 만난 지 반년만에 결혼을 했다. 물론 예상했던 것처 럼 우여곡절, 파란만장, 산전수전의 6개월이었다. 어쨌거나 그 시련의 고개를 넘어 결혼을 한 우리는 승리자. 냉장고, 텔레비전, 비디오, 전기밥솥, 세탁기, 컴퓨터....... 모든 것은 내가 자취할 때와 그대로였다. 단지 자취방과 달랐던 것 은 그녀가 그 안에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비어있던 냉장 고에 항상 뭔가가 들어있다는 것, 전기밥솥에 따뜻한 밥이 있 다는 것, 세탁기가 자주 돌아간다는 것이 달라진 풍경이었다. 그녀는 나름대로 뭔가를 열심히 만들어 내게 먹이려고 애썼 다. 그러나 그녀의 결정적인 단점--그녀는 절대 음식을 만들 며 간을 보지 않는다. 이유를 물었더니 맛이 이상하면 토할까 봐서 란다. 그렇다고 요리의 프로도 아니고, 아니 프로고 뭐고 그녀는 반찬이란 걸 결혼하고 첨 만들어 보는 여자였다. 그런 그녀가 눈대중으로 간을 맞춘 요리를 먹는 나는...... 하루는 요리책을 열심히 보며 아침부터 뭔가를 만드느라 배 쫄쫄 곯려놓더니 저녁이 되어서야, "자기야, 우리 시원한 조개탕 먹자." 하고 불렀다. 아마 그녀 는 그새 조개를 잡으러 바다까지 갔다 왔나 보다. 정성이 갸 륵한 그녀다. 대충 수퍼에서 사와도 될 걸. 어쨌거나 나는 너무 반가웠다. 그녀가 그때까지 해준 요리(?) 들은 햄과 계란을 죽자사자 괴롭히는 정도에서 끝나는 것들이 었기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 조개탕을 시도해준 그녀가 너 무나 사랑스러웠다. 적어도 조개탕을 먹기 전까지는 그랬다. (조개탕 한 입 먹는다). 으으읍! 으읍! 이게 뭐지? 이 오묘한 맛의 조화는 대체 어디서 나온 거지? 난제속에 최대한 표정 변화 없이 조개탕 국물을 한모금 삼킨다. 삼키기도 전에 날아 드는 그녀의 질문의 바다..... "자기야, 맛있지? 맛있지, 그지?" 그녀 "응, 너무 맛있어. 자기도 한 번 먹어봐." 나 "싫어." 그녀 "왜?" 나 "요리책에서 청주를 한 술 넣으라고 그랬는데 청주가 없어서 위스키를 넣었거든. 난 위스키 맛 싫어한단 말이야." 그 오묘한 맛의 근원이 위스키였군, 허허. 조개탕에 위스키 넣는 여자는 이 세상에 나의 사랑 그녀밖에 없겠지. "근데, 자기야, 간은 맞어? 그냥 꼴리는대로 소금을 넣었거 덩. 자기 알잖아, 나 간 안 보는 거." 그녀 "응, 딱 맞어. 한 번만 먹어봐. 정말 시원해. (마음의 소리:제발 자기도 한 번 나의 고통을 맛봐주렴)." "아휴, 다행이다. 간이 맞아서. 나 그래도 요리에 소질이 있 나봐. 대충 눈대중으로 해도 그렇게 잘 맞네, 우히히." 그녀 나는 그녀가 끓여준 조개탕, 아니 위스키&소금탕을 한방울도 남김없이 다 먹었다. 그녀는 자신의 작품이 성공작이었음에 만족하며 자주 끓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후 번거롭 다고 생각했는지 한 번도 끓여주지 않았다. 정말 다행이었 다). 뭘 만들 때 절대 간을 보지 않는 그녀의 버릇은 지금까지 내 려오며 자신의 요리에 대한 소질을 믿으며 여전히 눈대중으로 소금을 팍팍 집어넣는 것도 여전한 습관이다. 내가 내 命보다 일찍 죽으면 그건 염분의 과다섭취 때문임을 후세에 알려주기 바란다. 그러나 나를 위해 무엇이든 만들어 먹이려고 애쓰는 그녀의 모습은 정말이지 예뻤다. 조개탕, 소금탕이 아니라 나는 그녀 의 사랑탕을 먹을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그녀의 예쁜 짓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는 하루종일 나를 기다리는 시간동안 내게 편지를 썼다. 매일매일 사랑이 넘치 는 그 귀엽고 앙증맞은 글씨로 쓴 편지를 꼭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 문에 붙여두었다. 따로 시간내지 말고 아침에 볼일을 보며 읽으라는 그녀의 배려다. 물론 아침잠이 많은 그녀는 잠 결에 부시시 일어나 그걸 붙여놓고 또 잔다. 그 시절 그녀의 또 한가지 즐거움은 재미있는 프로는 녹화하 였다가 나와 같이 보는 것이었다. 물론 오락프로나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녀가 녹화한 게 재미있었던 적이 한 번 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자기는 두 번째 보는 것이면서도 첨 보는 것처럼 깔깔거리며 웃는 게 재밌었고, 나란히 팔짱끼 고 티비를 본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그녀는 내가 늦게 퇴근하여(보통 새벽 두어시 경에 퇴근할 때가 많았다) 혼자 저녁을 먹을 때면 밥상머리에 앉아서 쉬지 않고 티비 본 이야기며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재잘재잘 들려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밥상머리에서 끝나지 않고 잠자리에 누워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알고는 있었다. 잠을 못 자면 담날 내가 출근하기 힘들다는 것을. 밤마다 잠 자리에서 하는 양심 마누라 그녀의 제안 "자기야, 나 이거 딱 한가지만 이야기 하고 그만 잘게." "아참, 이거 하나만 더."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만." "5분만 더 이야기 할게." "나 사랑 하지? 쫌만 더 해도 돼?" "이거 라스트로 웃긴 이야긴데." 그러다 결국은 날이 샌 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하지만 행복했다. 나를 위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려고 날마 다 요리책 펴놓고 연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일이며, 나를 기다리는 동안 긴 편지를 쓰는 예쁜 마음이며, 날마다 재미있 는 이야기 들려주는 그녀의 재치며...... 난 세상에서 제일 행복 한 놈이라고 메가폰 들고 떠들고 다니고 싶을만큼 행복했다. 좀 길었나요?!?! 좋은 하루. - 말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