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MN ] in KIDS 글 쓴 이(By): jskkim (해피투게더) 날 짜 (Date): 1998년 6월 30일 화요일 오전 05시 33분 51초 제 목(Title): 샤워하다가 날새버린 이야기. 내가 미국에 온후 처음 얻은 아파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곳에 도착하고 나서 약 15일간 같은 과에 있던 선배의 기숙사에서 하루하루 그야말로 처절한 빈대생활을 이어가다 마침내 아파트를 얻어서 독립하게 되었다. 비록 금방이라도 지붕이 내려앉을 것 같은 낡은 아파트였지만 그래도 나의 공간이 생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내게는 궁궐이상이였다. 아파트에 입주하던 첫 날, 너무도 좋아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방은 거기에 제대로있는지, 화장실이 어디로 날아간건 아닌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계속 그러다가 문득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하는데 쌓인 피로가 확 풀릴것 같았다. 이런 생각이 미치자 달랑 수건 하나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그곳엔 커다란 욕조와 그 위쪽에 붙은 샤워꼭지가 날 향해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선 보지 못했던 굵은 빨래줄이 있는게 보였다. 속으로 미국인들의 철저한 준비성과 합리적인 생활 설계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들고간 수건을 그 빨래줄에 걸고는 기나 긴, 다시는 잊지못할, 샤워를 하기 시작했다. 샤워 중에 난 이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느꼈던 설움과 외로움이 하나씩 벗겨져서 하수구로 흘러들어갔다. 더 씻겨내려갈 것이 없을때까지 원없이, 한없이 뜨거운 물을 맞은 후 천천히 수도꼭지를 잠궜다. 욕조에서 나와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발로부터 전해져오는 감각이 뭔가 이상했다. 비가 오는 날 바닥에 고인 물을 조금이라도 덜밟고자 골라 밟은데가 웅덩이여서 양말은 물론 바지까지 젖은 바로 그런 기분이었다. 화장실바닥이 온통 물바다였다. 찬찬히 살펴보니 화장실 바닥에 하수구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 난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한채 내가 씻어버린 설움과 외로움의 파편들을 화장실 바닥으로부터 손으로 퍼 올려야했다. 간신히 온몸으로 화장실바닥의 물을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올때 내다 본 창문 밖으로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일이 있은 다음날 선배를 통해 미국의 아파트 화장실바닥엔 하수구가 대부분 없으며, 내가 본 굵고 튼튼한 빨랫줄은 바로 샤워할때 이런 일이 있을까봐 물이 밖으로 튀지말라고 치는 커텐을 거는 지지대였단걸 알게 되었다. 지금도 화장실 바닥에 하수구를 뚫어놓지 않는 미국인들의 그 비합리성과 야만성에 날마다 치가 떨린다. |